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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설화 산행 | [산&산] <433> 덕유산 눈꽃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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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3,983 작성일13-12-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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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조망에 감탄사가 쏟아진다. 수묵화를 그리듯 겹치고 포갠 채로 이어지는 산줄기 너머로 천왕봉에서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으로 줄달음질을 치는 지리산이 보인다.
출입이 통제되는 산불조심기간이 지난 15일로 끝나면서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 국립공원들이 겨울 탐방객 맞이에 분주하다. 하얀 면사포를 둘러쓴 순결한 신부의 자태를 한 설산의 풍광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의 경이다. 눈과 서리를 감싸 안고 핀 설화는 그 어떤 꽃보다 눈부시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쏟아지는 금빛 햇살을 받아 안고 수정처럼 부서지는 눈꽃의 향연은 보석보다 더 영롱하다.

하지만 겨울 산행은 변덕스러운 기상 변화와 얼어붙은 바닥, 온몸을 날려버릴 기세로 휘몰아치는 강풍 등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걸음이 지체되고, 체력 소모도 크다. 하루해가 짧아서 일찍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점도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무주 덕유산(德裕山·1,614m)의 존재는 부산 경남 산꾼들에게 축복이다. 부산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어서 당일치기로도 설국이 보낸 초대장을 받아볼 수 있다.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고산임에도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거저먹다시피 정상 턱밑까지 올라갈 수 있어 초보자나 어린이라고 해도 산행에 부담이 없다. 눈 덮인 덕유산은 등산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겨울 산행의 스테디셀러라 할 만하다.

눈덮인 덕유산 겨울 산행 스테디셀러
서리 맞은 상고대 크리스털처럼 반짝
향적봉서 보는 '파노라마 조망' 감탄
겹친 산들, 농도 다른 수묵화 보는 듯
백련사 풍경소리에 번잡한 마음 훌훌


덕유산은 '산&산'에서도 이미 두 차례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은 코스를 중심으로 소개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미처 다루지 못했다. 숙련된 산꾼들의 코웃음을 무릅쓰고, 산행 초보자들이 가장 편안하게 덕유산 설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무난한 코스로 덕유산을 다녀왔다.

답사 코스는 전북 무주군 설천면의 무주 덕유산리조트를 출발해 설천봉~향적봉~대피소~백련사~백련담~안심대~금포탄~사자담~오토캠핑장을 거쳐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끝을 맺는다. 총 거리 12.8㎞로 겨울 산행치고는 짧지 않은 거리이지만, 초반 2.5㎞가량을 곤돌라로 이동하기 때문에 실제 산행 시간은 휴식까지 포함해 4시간 30분 정도면 넉넉하다.

제대로 눈 산행 맛을 보고 싶은 산꾼들이라면, 거꾸로 구천동에서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으로 올라가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거나, 향적봉에서 주능선을 따라 남덕유까지 종주하는 코스도 타볼 만하다. 종주코스는 1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웬만한 준족이라도 당일 치기 산행으로는 좀 버겁다.

무주리조트의 곤돌라 탑승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 바로 턱밑 설천봉(1,520m)까지 운행하는 곤돌라를 탄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운행하며 요금은 편도 기준 어른 9천 원, 어린이 7천 원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로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처럼 곤돌라에 오르자 이내 짙은 안개 사이로 눈꽃을 피운 구상나무 군락의 군무가 펼쳐진다. 무주리조트의 번잡한 슬로프를 제외하고 빛바랜 갈색으로 죽어 있던 산이 해발 1,200m를 지나면서 화사한 은빛으로 깨어난다. 13분 뒤 곤돌라에서 내리면 팔각정 휴게소가 있는 곳이 설천봉이다. 800여m 높이를 말 그대로 구름을 뚫고 올라온 셈이다.

설천탐방지원센터 옆으로 향적봉 올라가는 데크 계단이 나 있다. 산꾼들이 다니는 길은 눈이 단단하게 다져졌지만, 길섶으로는 무릎이 푹 잠길 만큼 눈이 쌓였다. 올겨울 들어 덕유산에는 벌써 두 차례 큰 눈이 내렸다. 예로부터 덕유산에 인접한 무주, 진안, 장수의 머리글자를 따서 '무진장'이라 했는데, 겨울이면 눈이 무진장 많이 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덕유산에는 폭설이 자주 내린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 나뭇가지에 만발한 눈꽃이 순록의 뿔처럼 엉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서리 맞은 상고대가 수정처럼 반짝인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순백의 향연 속으로 빠져든다. 구상나무, 신갈나무, 노린재나무, 자작나무들이 하얀 솜이불을 머리까지 끌어 덮었다. 천년풍상을 견뎌낸 주목도 마른 가지에 눈꽃의 성은을 입어 새 생명을 피웠다. 나뭇가지에 만발한 눈꽃이 순록의 뿔처럼 엉키어 하늘을 가린다. 서리 맞은 상고대가 햇살을 머금어 크리스털처럼 반짝인다.

꿈속을 거닐 듯 하얀 설렘에 취해 20분쯤 걸으면 이내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이다. 널찍한 터에 우뚝한 바위가 서 있는 향적봉은 좌우로 밋밋한 산세라 정상다운 맛은 부족하지만, 사방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조망은 감탄을 쏟아낸다. 중봉에서 지봉을 거쳐 추풍령으로 내달리는 백두대간의 자태가 장엄하고, 천왕봉에서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으로 줄달음질쳐 나가는 지리산의 기운이 상서롭다. 빗살무늬로 뻗어나가는 산들은 농도를 달리하며 수묵화를 그리듯 겹치고 포갠 채로 이어진다.

향적봉에서 남쪽으로 5분쯤 내려서면 매점을 겸한 대피소가 있다. 바람이 세지 않다면 야외 식탁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컵라면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하산은 백련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백련사까지의 2.5㎞의 길(1시간 30분 거리)은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지만, 얼어붙은 바윗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가야 한다. 화려한 눈꽃을 감상하며, 눈 녹은 물이 쉼 없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면 주목이 수호신처럼 지키고 서 있는 유서 깊은 고찰 백련사다. 대웅전 처마 밑으로 하얀 연꽃처럼 얼어붙은 고드름이 따스한 햇살을 받아 방울져서 뚝뚝 떨어지는 소리와 바람에 일렁이는 청명한 풍경소리가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백련사를 지나면 길은 더욱 편안해지고, 구천동 계곡을 따라 남도의 최고 절승이라 불리는 구천동 33경이 펼쳐진다. 덕유산 북쪽 70리에 걸쳐 흐르는 맑은 계류가 기암괴석, 폭포, 소 등과 어우러져 굽이를 돌 때마다 한 꺼풀씩 숨은 비경을 선보인다.

중생들이 속세와의 끈을 끊는 곳이라는 이속대, 천상의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구천폭포, 여울목에 잠긴 물이 거울처럼 맑다는 명경담 등 33경을 하나하나 찾아 확인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심대와 금포탄을 지나 신대교를 건넌 직후 자연관찰로 이정표가 보이면 왼쪽으로 꺾어 구월담으로 내려간다. 계곡가로 바짝 붙어 크고 너른 암반 위를 지난다. 산정의 녹아내린 눈꽃들이 옥구슬로 흘러내린다.

여름의 계곡처럼 옷을 훌렁 벗어던지고 뛰어들고 싶은 격정은 일어나지 않지만, 하늘이 둥둥 떠다니는 명경수에 손을 담그면 세속의 티끌이 단번에 쓸러내려 갈 듯하다.

구천정수장을 지나 오토캠핑장을 가로지르면 무주리조트를 왕복하는 셔틀버스 주차장이 있는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덕유산 눈꽃산행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덕유산 눈꽃산행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산] <433> 덕유산 눈꽃산행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원점회귀는 안 되지만 종점인 덕유산 국립공원사무소에서 기점인 무주리조트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있어 승용차를 이용해도 불편이 없다.

부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88올림픽고속도로를 이어 간다. 거창요금소를 빠져나온 뒤 곧바로 마주치는 삼거리에서 무주·함양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1089번 지방도를 타고 20분쯤 더 달리다 금계교 앞 삼거리에서 무주·설천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37번 국도로 갈아타고 30분쯤 더 들어간 뒤 리조트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기점인 무주리조트다. 3시간가량 걸린다.

대중교통편의 경우 부산에서 무주로 곧장 가는 시외·고속버스가 없다. 산악회 버스나 여행사의 관광버스를 타는 게 편하다. 뉴부산관광(051-806-8811), 새부산관광(051-851-0600), 은성관광(051-809-8888) 등에서 무주행 관광버스를 운행한다. 오전 5시를 전후해 다대포, 서면, 교대, 동래역 등에서 출발한다. 요금은 편도 2만 6천 원, 왕복 3만 9천 원 선이다.

종점이 있는 구천동에서는 리조트에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 무주리조트로 돌아올 수 있다. 오후 2시 30분, 4시, 5시 20분, 6시 40분, 7시 2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무주리조트 곤돌라는 주중에는 오전 10시~오후 4시, 토요일은 오전 9시 30분~오후 4시 30분, 일요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운행한다. 날씨에 따라 운행이 중지될 수도 있어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063-320-7381.

■먹을 거리

무주의 별미로는 어죽, 산채비빔밥, 표고버섯국밥을 꼽을 수 있다. 구천동관광단지에 식당이 많다. 어죽은 금강이 흐르는 무주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데, 민물고기를 푹 고아낸 국물에 고추장을 푼 뒤 쌀이나 국수를 넣고 끓여내는 보양식이다. '금강식당(063-322-0979)'이 어죽과 매운탕으로 이름나 있다. 박태우 기자
 
[산&산] <433> 덕유산 눈꽃산행 지도



▲ 기점은 전북 무주군 설천면의 무주 덕유산리조트 곤돌라 탑승장이다. 곤돌라를 타고 거저먹다시피 정상 턱밑까지 올라갈 수 있어 초보자나 어린이라고 해도 산행에 부담이 없다.


▲ 곤돌라에 오르면 이내 짙은 안개 사이로 눈꽃을 피운 구상나무 군락의 군무가 펼쳐진다. 무주리조트의 번잡한 슬로프를 제외하고 빛바랜 갈색으로 죽어 있던 산이 해발 1,200m를 지나면서 화사한 은빛으로 깨어난다.


▲ 곤돌라에서 내리면 팔각정 휴게소가 있는 곳이 설천봉이다. 설천탐방지원센터 옆으로 향적봉 올라 가는 데크 계단이 나 있다.


▲ 산꾼들이 다니는 길은 눈이 단단하게 다져졌지만, 길섶으로는 무릎이 푹 잠길 만큼 눈이 쌓였다. 올 겨울 들어 덕유산에는 벌써 두 차례 큰 눈이 내렸다.


▲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 나뭇가지에 만발한 눈꽃이 순록의 뿔처럼 엉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서리 맞은 상고대가 수정처럼 반짝인다.


▲ 덕유산은 남한에서 네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정상인 향적봉은 좌우로 밋밋한 산세라 정상다운 맛은 부족하다.


▲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조망에 감탄사가 쏟아진다. 수묵화를 그리듯 겹치고 포갠 채로 이어지는 산줄기 너머로 천왕봉에서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으로 줄달음질을 치는 지리산이 보인다.


▲ 향적봉에서 남쪽으로 5분쯤 내려서면 매점을 겸한 대피소가 있다. 바람이 세지 않다면 야외 식탁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컵라면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 하산은 백련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남덕유까지 종주하려는 산꾼이라면 남족으로 중봉을 거쳐 동엽령으로 가야 한다.


▲ 백련사까지 2.5㎞에 이르는 하산로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지만, 얼어붙은 바윗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가야 한다.


▲ 불교의 계법을 전수하던 백련사 계단.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스님이 당에서 가지고 온 부처님 사리를 이곳에 안치한 뒤 계율을 설법했다고 한다.


▲ 눈 녹은 물이 쉼없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면 주목이 수호신처럼 지키고 서 있는 유서 깊은 고찰 백련사다. 대웅전 현판은 당대의 명필인 한석봉의 글씨체로 쓰여져 있다.


▲ 백련사를 지나면 길은 더욱 편안해지고, 구천동 계곡을 따라 남도의 최고 절승이라 불리는 구천동 33경이 펼쳐진다.


▲ 천상의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구천폭포, 여울목에 잠긴 물이 거울처럼 맑다는 명경담 등 33경을 하나하나 찾아 확인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여러 물줄기를 타고 쏟아지는 폭포의 못이 비파를 담아 이름붙여진 비파담. 산정의 녹아내린 눈꽃들이 옥구슬로 흘러 내린다.


▲ 여름의 계곡처럼 옷을 훌렁 벗어던지고 뛰어들고 싶은 격정은 일어나지 않지만, 하늘이 둥둥 떠다니는 명경수에 손을 담그면 세속의 티끌이 단번에 쓸러내려 갈 듯 하다.


▲ 구천정수장을 지나 오토캠핑장을 가로지른다. 야영 시설들이 깔끔하게 조성돼 있다.


▲ 산행 종점인 덕유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무주리조트와 구천동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3-12-20 15:18:55 산&산 시리즈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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