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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 백무동계곡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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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혜림산악회 조회2,824 작성일14-07-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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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대피소 5.6킬로.
평소라면 당연히 올라갔다 내려오겠지만 오늘은 올라가는 중간 어디쯤에서 식사하고 내려올 작정이다. 비가 오기 때문이다. 부산을 출발할 때부터 오락가락하던 비가 백무동에 도착하니 제법 굵게 내리고 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절대로 산에 안가거나 혹은 못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백무동 주차장에는 산행객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가 벌써 가득 차 있다. 나는 이것이 ‘한국인의 혼’이라고 생각한다. 화끈한 거 빼면 금방 쓰러지는 사람들이다. 우산을 든 사람, 비옷을 입은 사람, 비옷입고 우산도 같이 든 사람. 탐방소 관리직원이 한참 우리를 쳐다보다가 말한다. ‘오늘 같은 날 머한다꼬 산에 가능교? 참말로 ...’
비오는 날은 이것저것 사진에 담을 만한 게 많다. 맑은 날에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꽃잎에 맺힌 빗방울부터 바위에 낀 초록빛 이끼까지 선명하고 맑게 보인다. 그림자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 담느라고 어영부영하다가 일행을 놓치고 말았다. 맨 마지막에 가는 건 괜찮은 일인데 당연히 맨 앞에서 가고 있을 회장님 밥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아, 큰일이다.’ 발걸음을 서둘러 본다.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와 계곡물. 비는 내리지만 큰비가 아니어서 그런지 계곡물은 맑고 깨끗하다. 가내소 폭포를 지나고나니 중간에 자리를 펴고 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들이 보인다. 회장님은 없다. 한신폭포로 올라간 거 같다. ‘아, 거기는 꽤 가야 하는데 ..’ 하는 수 없이 한신폭포로 발길을 돌린다.
세석대피소 2.8킬로.
철다리를 건너고 출렁다리도 두어 개 지난 것 같다. 딱 반 정도 온 거 같은데 벌써 힘들다. 온 몸이 비로 젖고 또 땀으로 젖었다. 배도 고프다. 내려오는 사람에게 한신폭포가 아직 멀었냐고 물어본다. 한신폭포는 한신계곡의 맨 마지막에 있다. 그래서 여기서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단다. 이 말을 듣는 순간에 갈등은 끝났다. 그 정도는 절대 못간다.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열었다. 반찬은 회장님이 찌개거리 갖고 오기로 했었다. 그래서 마늘쪽 몇 개를 빼면 내 반찬은 없다.
맑게 흐르는 계곡물과 계곡 위로 보이는 낮은 구름이 걸린 봉우리들. 짙푸른 숲속에서는 뭉게뭉게 연기처럼 구름이 피어오른다. 숲은 구름을 만들고 구름은 또 비를 만든다. 그 숲과 구름, 그리고 너무도 맑은 계곡물을 마주하고 비를 맞으면서 나는 맨밥을 먹고 있다.
‘회장님 미안함니더 거기까지는 몬가게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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