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진객 진달래가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까지 짙어가는 봄의 걸음걸음에 길을 내주고 철쭉의 만개를 기다리는 지금 시기는 꽃산행을 잠시 쉬어도 좋을 듯하다. 절정을 넘어서는 봄 산자락은 온갖 야생화들로 어딜 가나 꽃산행을 피할 수 없으니 꽃산행을 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진달래 감상을 내년으로 기약해야 한다는 것이 옳지만….
무성하게 자란 '산죽' 친구 삼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빨치산 은신처' 바위비트 역사의 아픔 전하는 듯해발고도가 비교적 높은 지리산 자락을 찾아 웅석봉에 발을 담갔다가 지리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이왕 지리산 자락에 발을 들여놓은 참에 지리산 조망이 좋은 산 한 군데를 더 들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지리산 조망뿐만 아니라 5월 2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유서 깊은 암자들과 사찰이 산세와 조화를 이루는 곳을 찾을 수도 있다는 설명에 결정적으로 마음이 동했다.
어차피 봄을 즐기는 산행은 눈과 코와 마음이 맛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라 꽃향기를 제외하고도 눈과 마음이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기에.
이렇게 해서 찾은 산이 경남 함양의 삼정산(해발 1,261m). 웅석봉이 지리산의 동쪽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는 조망처라면 삼정산은 지리산의 북서쪽에서 지리산의 능선을 모두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조망처다. 이곳에서는 지리산의 주능선을 뚜렷하게 바라다보면서 지리산 종주 경험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새로운 지리산 종주 도전을 꿈꿈 직하다.
산행 코스는 영원사 표지석~민박집~식수대~상무주암~문수암~헬기장~삼정산 정상~영원령~전망바위~도근점~영원사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 휴식 포함 6시간40분이 걸린다.
들머리는 삼정마을에서 백무동 자연휴양림 쪽으로 직진하다 눈에 띄는 영원사 간판과 표지석이 있는 빈터다. 빈터에서 출발해 5분쯤 뒤 다리를 건너면 삼정마을에서 양정마을로 걸어 들어오는 길과 마주친다. 이 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삼정마을에서 하차할 경우 올라오는 길이다.
다리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10분가량 올라간 지점에 민박집이 위치해 있다. 5분 뒤 임도 앞으로 암봉이 보이고 다시 5분을 더 간 곳에 식수대와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방향을 표시하는 표지가 다 떨어져 나간 이 이정표 오른쪽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산길은 초입부터 퍽 가파르다. 6분 뒤 오른쪽에 '산죽비트'를 설명하는 루트 안내문이 설치돼 있는 것이 보인다. 지리산 자락마다 사람이 조금만 다니지 않아도 무성하게 자라난다는 이 산죽은 대나무와 잎이 비슷하게 생겼다. 큰 산죽은 사람 키 높이만큼 자라기 때문에 산죽 서식군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사람을 식별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을 무대로 유격 생활을 했던 빨치산들이 산죽을 은신처로 사용했다는 것이 안내문의 설명 내용이다. 자세히 보니 안내문 옆으로 산죽이 제법 많이 자라고 있다. 삼정산 등산 내내 이 산죽을 지겹도록 보게 될 줄 그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다시 5분 뒤 '바위비트' 안내문. 너덜겅의 연속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웅석봉과 닮은 산길은 빨치산들이 바위를 은신처로 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지리산 자락은 이렇게 민족의 아픔을 온몸으로 설명하고 있다.
8분 뒤 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린 샘물을 왼쪽으로 지나쳐 12분을 더 가면 주능선 안부에 다다른다. 이정표에는 상무주암까지 300m를 더 가야 한다고 표시돼 있다.
그 300m의 된비알을 12분 동안 올라가면 마침내 상무주암. 보조국사 지눌이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유명한 이곳을 들르기 전에 그대로 직진하면 문수암을 다녀올 수 있다. 왕복 2㎞로 꽤나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하지만 큰 바위 아래 아담한 요사채가 있는 문수암에서 바라다 본 막힘없는 풍경은 눈이 번쩍 떠지는 개안의 경지 랄까. 40분간 힘든 왕복길이 전혀 아깝지 않다.
다시 상무주암을 왼쪽으로 돌아 뒤편 산길을 올라 삼정산 정상을 향한다. 10분 뒤 헬기장이 나오고 다시 5분 뒤 삼정산 정상석이 보인다. '해발 1,181m'. 함양군에서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이 정상석으로 인해 삼정산이 제 높이를 못 찾고 있다. 최근 발행된 1대 2만5천 지도에는 삼정산의 해발 고도가 1,261m로 나와 있으니 하루 빨리 수정해야 할 듯하다.
다시 갔던 길을 15분가량 되돌아 내려와 이정표가 영원사를 가리키는 오른쪽 방향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산죽의 향연이 시작된다. 아직까지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기 때문에 길이 뚜렷해 길옆으로만 산죽이 무성하다. 20분 뒤 영원령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가면 곧장 영원사로 향하는 길이고 직진하면 다른 능선길을 둘러 영원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체력이 충분히 남았으므로 능선길을 직진한다. 오르락내리락 능선길이 산죽과 함께 펼쳐진다. 조금씩 길이 옅어지면서 산죽이 더욱 무성해진다.
20분 뒤 전망바위. 뒤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의 모습이 깨끗하게 들어올 정도로 조망이 좋다. 다시 능선을 따라 20분. 도근점이 설치된 이 지점에는 달리 아무런 표지가 없으나 인근 봉우리가 다 내려다보일 정도로 높은 해발(1,289m)을 자랑한다. 이곳을 영원령이라고 표시한 지도도 있으니 한 번쯤 영원령의 정확한 위치를 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하산을 위해서는 능선을 따라 15분가량 간 뒤에 왼쪽으로 길을 꺾어 내려가야 한다. 무성한 산죽이 자칫 길을 잃게 만들 수 있으니 길을 잘 더듬어 내려가야 한다. 익숙지 않은 등산객들을 위해 산행 팀은 거의 10m 간격으로 촘촘히 리본을 매달아 놓았다. 50분가량 산죽을 뚫고 내려가면 계곡 오른편으로 비교적 널따란 산길을 만날 수 있다. 18분 뒤 영원사에 다다른다.
영원사에서는 임도를 따라 12분가량 내려간 곳에서 이정표가 보이면 오른쪽으로 산길을 따라 하산길을 잡는다. 25분 뒤 다시 임도와 마주치고 그대로 길을 따라 가면 산행 들머리에 이른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2,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산&산] <204> 함양 삼정산 산행지도
[산&산] <204> 함양 삼정산 가는길 먹을곳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서부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를 타고 함양시외버스공용정류장(055-963-3281)으로 가면 된다. 오전 5시40분부터 8~2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 요금은 일반 1만3천원. 함양시외버스공용정류장 앞에서는 함양지리산고속(055-963-3745~6)이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삼정마을로 간다. 오전 7시 30분부터 2~3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된다. 운전기사에게 말을 잘 하면 산행 들머리인 양정마을까지도 실어다 준다.
자가용 이용자는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통영~대전 고속도로 진주 분기점에서 함양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생초IC로 들어 간다. 톨게이트를 지나면 좌회전해 화계 방향으로 5분간 가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마천·함양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다리를 건너 삼거리 왼쪽 1001번 도로에서 또다시 백무동 방향 60번 도로로 좌회전한다. 15분 뒤 방장제일문(方丈第一門)을 지나고 2분 뒤 좌회전해 가흥교를 건너 왼쪽 삼정마을로 올라가면 된다. 삼정마을에서는 백무동 자연휴양림 쪽으로 직진하면 영원사 간판이 나온다.
산행 날머리에서 가까운 마천면사무소 인근의 경남식육점식당(055-962-5037)은 마천면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이곳의 역사는 40년을 훌쩍 넘긴다는 것. 지리산 일대에서 나오는 토종돼지만을 사용한다는 이곳의 별미는 돼지고기를 매운 양념과 버무린 주물럭이다. 돌판 위에서 전골처럼 끓다 양념이 졸아들면서 맛이 점점 깊어지는 주물럭은 쑥국 등 계절 별미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1인분 8천원.
2009-04-30 [15:35:00] | 수정시간: 2009-09-22 [10:30:25] | 28면
|
▲ 영원사 표지석이 잡초 사이에 우거져 보이는 이곳이 산행 들머리. 왼쪽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 |
|
▲ 산행 시작 5분만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가면 삼정마을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마주치게 된다.
| |
|
▲ 이전에 된장을 직접 만들어 파는 집이었다는 민박집. 오른쪽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간다.
| |
|
▲ 식수대와 방향표지가 떨어져 나간 이정표가 보이면 오른쪽 산길로 올라간다.
| |
|
▲ 산길 곳곳에는 옛 빨치산들이 사용했던 비밀 아지트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지리산이 왜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산인지를 느낄 수 있다.
| |
|
▲ 이정표 바로 옆에 약수터가 있으나 갈수기라 그런지 물이 바짝 말랐다.
| |
|
▲ 능선으로 올라서면 가파른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지면서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 |
|
▲ 상무주암 바로 앞에는 비교적 너른 빈터와 평상이 있어 쉬어 갈 수 있다.
| |
|
▲ 상무주암에서 문수암을 먼저 보기 위해 직진한다. 왕복 2킬로미터로 녹록지 않지만 문수암의 경치만으로도 그 값은 충분하다. .
| |
|
▲ 큰 바위 아래 자리잡은 문수암의 자그마한 요사채가 탁 트인 풍경과 함께 절경을 자아낸다. .
| |
|
▲ 문수암에서 상무주암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상무주암을 오른쪽으로 보며 산길로 올라서야 삼정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
| |
|
▲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산길로 계속 올라가 삼정산 정상을 갔다가 내려온다. 정상을 보기 싫으면 그대로 직진해도 되지만... .
| |
|
▲ 헬기장에 설치된 이정표에는 이곳이 정상이라고 돼 있으나 정상은 헬기장 왼쪽 길로 5분 가량 더 가야 한다. .
| |
|
▲ 삼정산 정상석. 1182미터로 해발이 잘못 표기돼 있다. 함양군에서 확인하고 하루 빨리 고쳤으면 한다. .
| |
|
▲ 삼정산 정상에서 내려온 다음에는 영원사 방면으로 이정표를 참조하며 계속 직진한다. .
| |
|
▲ 마지막 이정표가 있는 이곳이 영원령이다. 영원사 방면으로 그대로 내려가도 좋지만 직진하면 2시간 가량 산행길을 늘려 원점회귀를 할 수 있다. .
| |
|
▲ 영원령에서 주능선을 타고 40분 가량 직진하면 나타나는 도근점. 일부 지도에서는 이곳을 영원령이라고 표기하고 있기도 하므로 재확인이 필요할 듯하다. .
| |
|
▲ 도근점이 있는 곳으로부터 15분 가량 내려간 지점에 위치한 갈림길. 오른쪽은 백두대간 주능선을 타는 길이고 왼쪽이 하산길이다. .
| |
|
▲ 산죽이 무성한 갈림길에서 50분 가량 내려오면 비교적 넓은 산길이 나타난다. .
| |
|
▲ 영원사에서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길은 거의 외길이다. .
| |
|
▲ 영원사에서 임도를 따라 12분 가량 간 지점에서 오른쪽 산길을 따라 내려가야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
| |
|
▲ 산길이 끝난 지점에 민가가 나오면 다시 임도가 시작되고 조금 더 간 곳에 산행기점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발견할 수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