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산행 | "끝이 중요하다" 자연의 붉은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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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6,557 작성일13-10-31 10:17본문
▲ 가야산 단풍이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룬다고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다. 홍류동 계곡 옆 소리길을 걷던 여성 등산객들이 빨간 단풍잎을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
이달 초 강원도 인제에 사는 친구가 페이스북을 통해 설악산 단풍 사진을 보내왔다. 원색의 단풍이 에로틱했다. 얼마 전 오대산으로 단풍여행을 떠난 한 선배는 카카오톡으로 단풍 소식을 전했다. 문득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이 떠올랐다.
단풍 소식이 고마워, 회신하려 했지만 주변은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마침 하루에 20㎞씩 남하한다는 단풍 전선이 경남북까지 내려왔다는 소식에 슬그머니 배낭을 둘러멨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가야산이었다. 해인사 입구의 홍류동 계곡은 빨갛게 물들었다. 다만, 올해 비가 적어 시원한 계곡물과 어울린 단풍 사진은 찍지 못했다. 더 좋은 단풍 사진을 찾으러 '천 년 숲'으로 잘 알려진 함양 상림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 단풍은 석쇠에서 잘 익은 고기처럼 '노릇노릇'했다. 내친김에 경남수목원도 찾았다. 우연히 목격한 미국 단풍나무는 두 팔을 크게 벌려 '벌겋게' 하늘을 불태우고 있었다.
떨어진 잎을 들여다보았다. 아침 단풍은 여섯 살배기 아이의 따듯한 손을 닮았다고 하던데, 진짜 그랬다. 한낮의 누런 은행잎은 아비의 땀 흘리는 낯빛과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의 주름과 발그레한 볼을 떠올린 건 황혼에 드리워진 단풍잎의 탓이 컸다.
단풍은 기온이 낮아지면서 자신의 역할을 잃게 된 나뭇잎의 자연현상이라고 한다. 오색 단풍의 화려함은 나뭇잎이 고하는 이승의 마지막 인사와 같다.
문득 서정주 시인의 '추일미음(秋日微吟)' 한 구절이 생각났다.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오늘이 지나면 올해 달력도 2장밖에 안 남는다. 이 청명한 가을,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떤 물이 깃들고 있을까요?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단풍 소식이 고마워, 회신하려 했지만 주변은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마침 하루에 20㎞씩 남하한다는 단풍 전선이 경남북까지 내려왔다는 소식에 슬그머니 배낭을 둘러멨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가야산이었다. 해인사 입구의 홍류동 계곡은 빨갛게 물들었다. 다만, 올해 비가 적어 시원한 계곡물과 어울린 단풍 사진은 찍지 못했다. 더 좋은 단풍 사진을 찾으러 '천 년 숲'으로 잘 알려진 함양 상림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 단풍은 석쇠에서 잘 익은 고기처럼 '노릇노릇'했다. 내친김에 경남수목원도 찾았다. 우연히 목격한 미국 단풍나무는 두 팔을 크게 벌려 '벌겋게' 하늘을 불태우고 있었다.
떨어진 잎을 들여다보았다. 아침 단풍은 여섯 살배기 아이의 따듯한 손을 닮았다고 하던데, 진짜 그랬다. 한낮의 누런 은행잎은 아비의 땀 흘리는 낯빛과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의 주름과 발그레한 볼을 떠올린 건 황혼에 드리워진 단풍잎의 탓이 컸다.
단풍은 기온이 낮아지면서 자신의 역할을 잃게 된 나뭇잎의 자연현상이라고 한다. 오색 단풍의 화려함은 나뭇잎이 고하는 이승의 마지막 인사와 같다.
문득 서정주 시인의 '추일미음(秋日微吟)' 한 구절이 생각났다.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오늘이 지나면 올해 달력도 2장밖에 안 남는다. 이 청명한 가을,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떤 물이 깃들고 있을까요?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총 2건 / 최대 200자
전 오늘 은행나무의 노란 물이 들었네요.
차를 타고 다니는데 어찌나 노란 은행나무 잎이 아름답던지요..
전 아비의 땀 흘리는 낯빛을 보았네요.ㅎㅎㅎ
자연의 붉은 신호등 ... ... 잘 읽었습니다.
산나들님의 댓글
산나들
저는 지난 11월8일날 토곡산을 다녀왓습니다,
어느산 못지않은 단풍과 절경에 감탄햇습니다,
보는각도에따라서 뽐내는 자테가 달라서 모두가 소리쳣습니다,
정말 아름답다,
산과 낙동강과 들녁이 펼쳐낸 자연의 환희를 한번만이라도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