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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별산행(기타) | 백두대간 협곡 열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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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2,608 작성일14-02-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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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가 승부역에 잠시 멈췄다. 중년이 된 여고 동창생들은 잠시 기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으며 자신들만의 추억을 담았다. 그리고 다시 떠났다. 10년 후, 혹은 20년 후 그들은 이곳을 다시 찾을지 모른다. 김병집 기자 bjk@
 
 
대저 산골 역사(驛史)는 구슬프다. 오지 사람들의 애환이 배어 있어서다. 백두대간 협곡에 자리 잡은 역 또한 다르지 않았다. 산판꾼으로 떠들썩했던 분천역, 역 생기는 날 하늘도 울었다는 양원역, 하늘 세 평에 꽃밭 세 평의 승부역, 탄광촌 비가(悲歌)가 흐르는 철암역. V트레인(백두대간 협곡 열차)이 오가는 4개 역은 더러는 절망했던 왕년을 생생히 기억했고 더러는 몰락한 현재를 아파했다. 협곡은 산간마을 사람들의 삶이 얽혀 더 아름다웠다. 과잉 감정일까.


■분천역에서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분천역은 역사(驛舍)가 이색적이다. 1957년 준공된 건물이라더니 세모 지붕의 목조건물이었다. 스위스풍이다. 지난해 5월 알프스 협곡 열차의 기착지인 스위스 체르마트 기차역과 자매결연을 한 뒤 리모델링했단다.

분천역 광장 바로 앞 작은 동네가 분천 마을이다. 유독 일본식 2층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향수수퍼' 간판을 단 가게다. 한국전쟁 즈음에 지어졌다니 환갑을 넘었다. 그 건물 왼쪽으로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골목길이 있다.

넓게 트인 창 눈길 끄는 3개 객차
'왕년의 추억' 간직한 4개 역 왕복

창밖 펼쳐진 장관에 저절로 탄성
마을에선 애잔한 옛이야기 '뭉클'

터널 지날 때 열차 천장에 '야광별'
역에선 간이 장터 구경 잔재미도…


골목길은 지금이야 한적하고 쓸쓸하지만 한때는 번화가였다. 이발소며, 여관이며 손님 받는 술집 색시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40~50년 전 얘기다. 당시 분천역은 최고 목재로 치는 소나무 춘양목을 도시로 수송하는 집하장이었다. 나무 매매상인 목상에 나무 베는 벌채꾼, 나무 옮기는 목도꾼 등 산판꾼이 몰렸다. 자연히 판자촌과 시장이 들어섰다. 어딜 가나 현금 냄새가 진동했고 떠들썩했다. 분천역이 쇠락한 건 1970년대 후반 무렵이다. 산림녹화사업 영향이 컸다. 산판꾼들은 떠나고 결국 노인만 남은 마을의 그저 그런 역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자매결연한 스위스 체르마트역을 본 따 세모 지붕으로 된 분천역. 김병집 기자
그랬던 분천역이 다시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 V트레인이 운행되면서부터다. 이날도 출발 시간이 가까워오자 여행객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역 광장 옆 천막에선 마을 주민들이 산나물과 곡류로 객을 붙잡았다. 그 옆 식당은 식사 손님으로 북적였다. 한때는 산판꾼들이, 이제는 여행객들이 몰리는 분천역. '향수수퍼'를 굽어보는 역 광장 게양대엔 태극기, 스위스 국기, 코레일 기가 묵직하게 펄럭였다.


■양원역에서

분천역에서 20분을 달리면 양원역인데, 사실 정식 역이 아니라 임시승강장이다. 외지인이 탈 일 없는 양원역은 원곡마을의 한이 서린 역이다. 1955년 영주~철암 간 영암선(현재 영동선에 포함)이 개통될 당시 원곡마을엔 기차가 서지 않았다. 기차를 타려면 분천역이나 승부역까지 가야 했다. 철암장과 춘양장에서 곡식 팔아 생필품을 사야하니 도리가 없었다.

귀갓길엔 생필품 잔뜩 싼 보따리가 문제였다. 무거웠을 터. 해서 주민들은 기차가 마을 앞을 통과할 때 차창밖으로 보따리를 던진 후 나중에 다시 챙겨갔다. 도중에 목숨을 잃는 기차사고도 적잖았다. 마을은 열차의 정차가 간절했고 마침내 1988년 임시승강장이 설치됐다. 양원역은 마을 주민들의 정성과 땀 그 자체다. 명소가 된 자그마한 대합실, 쪼그려 앉아도 천장에 머리가 닿는 화장실을 주민들이 괭이 들고 지게를 져 가며 직접 만들었다.

역명이 이상하다. 원곡마을인데도 양원역이라 부른다. 역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이 달라서다. 서쪽은 봉화군 원곡이고, 동쪽은 울진군 원곡이다. '양쪽 원곡'이란 뜻으로 양원이다. 역 주변 마을엔 현재 27가구 50여 명이 살고 있다.

양원역은 잔잔한 재미가 있다. 잔 막걸리를 파는 천막이 있고, 농산물을 파는 비닐하우스도 있다. 그래서 이곳에 정차하는 10분조차 후딱이다. 기차가 떠나자 주민들이 한참 동안 손을 흔들었다. V트레인 맨 뒤 칸 통유리창에서 본 그들이 바로 양원역이었다.


■승부역에서

승부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제법 긴 터널이 있다. 각금터널이다. V트레인 천장에선 야광별과 눈 스티커가 야단을 떨었다. 백두대간 협곡 코스에 터널이 무려 26개나 되니 그 쓰임새가 그럴듯하다. 각금터널 왼쪽으로 각금마을이 있었단다. 사연이 애달프다. 1970년대에 13가구가 마을에 살았다. 이후 기차 사고를 비롯한 이런저런 이유로 노부부만 남게 됐다. 하지만 그 노부부마저 20년 전 투표하러 분천으로 가다 기차 사고를 당했다. 이젠 한 집도 남지 않았다.

각금터널을 나오면 승부역이다. 승부역은 백두대간 협곡의 절정이다. 기차가 아니면 접근이 까다롭다. 사방이 금강송 능선이다. 기운이 영험한 용관바위가 지척에서 내려다본다. 승부역은 또한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다. 1960년대 역무원이던 김찬빈 씨가 어느 날 고개를 들어보니 자기가 가꾼 세 평 꽃밭만큼이나 하늘이 좁아보였단다. 탄성이었는지, 절망이었는지 모를 그 글은 시비가 돼 여행객을 맞고 있다.

승부역 주변엔 '영암선 개통 기념비'가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이 기념비는 지난해 국가문화재로 등록됐다. 승부역 일대는 영암선을 만들 때 산악 지형이 특히 더 험준해 난공사로 악명이 높았단다. 당시 희생된 영혼을 달랠 장소로 이만한 곳이 없었지 싶다.


■철암역에서

철암역에 닿기 전 왼쪽으로 뻥 뚫린 바위 굴이 들어온다. 조선조 민간 예언서 '정감록'에 등장했던 구문소가 바로 여기다. 낙동강 상류 황지천이 산을 뚫어 지나가며 만든 못이다. 먼거리에서 봐도 범상치 않다. 철암역에서 차로 5분 거리니 한번 둘러보길 권한다.

철암역 앞의 벽화마을 풍경. 김병집 기자
V트레인 앞으로 새까만 산이 달려왔다. 온통 잿빛투성이의 철암역이다. 역사 뒤편 철암역두선탄장은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근대화의 상징 시설로 현재까지 가동 중이라 했다.

역 담벼락엔 마을 사람들의 구술을 담은 벽화가 그려졌다. '월급 나오면 톡톡 털어 술 먹고 빈털털이' '60년대 후반까지 광산 사원증 가지고 장가 가기 좋았다' '탄광은 생산이 목적이라 죽고 사는 거는 문제도 아니다'…. 힘들었지만 화려했던 시절의 육성들이다.

그 시절 철암은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재기의 땅'이었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한 선탄장을 끼고 있어 돈 맛이 짭짤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타격을 입었다. 광부들이 떠났고 중심가였던 철암천 주변 '까치발 건물'도 폐가로 변했다. 까치발 건물은 건물 반쪽을 하천에 박은 기둥 위에 올렸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식당과 주거지로 쓰였는데, 호시절엔 수십 동이 있었단다.

철암역 앞쪽으로 벽화마을로 불리는 삼방마을이 있다. 벽화는 이 마을의 아들이자 광부 아버지를 뒀던 허강일 씨의 작품이다. 5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했단다. 광차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맞댄 아버지와 딸을 그린 벽화가 인상적이다. 딸은 노란색 국화를 쥐고 있다. 광부들을 위한 진혼곡에 노란색이라. "왜 노란색이냐고요? 희망을 상징하니까요." 허강일 씨는 작업을 계속할 작정이라 했다. 임태섭 기자 tslim@busan.com

TIP

■V트레인


백두대간 협곡 열차 V트레인은 개방형 관광열차로 지난해 4월 개통됐다. V는 계곡을 뜻하는 Valley의 머리글자로 협곡의 모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2013년 올해를 빛낸 히트상품'에 선정됐다. V트레인의 애칭은 아기 백호. 개통 기념 시승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협곡을 누비며 재롱 부리는 아기 백호를 닮았다 해서 붙였다. 정원은 3개 객차에 158석. 조명은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으로 작동한다. 하절기엔 객차 창문을 개방하고 선풍기를 사용한다. 동절기엔 목탄 난로를 쓴다. 화장실은 없다. 발매는 일반 승차권과 동일하며 분천역~철암역 요금은 편도 8천400원.


■교통

자동차:대구부산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순. 중앙고속도로 영주 나들목에서 36번 국도로 갈아탄 뒤 봉화 방면으로 직진. 소천면 소재지에서 울진 방면으로 우회전해 15분 정도 더 가면 분천역 도착한다. 4시간 조금 더 걸린다.

기차:부산에서는 분천역으로 가는 열차를 부전역에서만 탈 수 있다. 오전 9시 12분 출발해 오후 2시 38분 분천역에 도착한다. 부산역을 이용한다면 오전 5시와 6시 35분 출발하는 열차로 동대구역과 영주역에서 환승해 분천역까지 가면 된다. 환승시간은 동대구역 오전 6시 15분, 영주역 오후 1시 35분. 분천역 도착시간은 각각 오전 9시 43분과 오후 2시 38분.


■연락처 및 이용안내

코레일 고객센터 1544-7788. 임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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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여행이 되겠네요~~

힐링부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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