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이라는 말이 있다.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로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신록이 한창인 이즈음 산에 올라 보면 이 말이 더욱 실감난다. 늘 만나는 풍광인데도 보고 또 봐도 또 좋다는 느낌이다. 수수하면 수수한 대로 현란하면 현란한 대로 그 감동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이는 산을 오르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느낌으로 보인다.
이번 주 산&산은 경남 밀양시와 경북 청도군을 가르는 운문산(1,195m)을 찾았다. 산은 잘 알다시피 영남알프스의 준봉이다. 품이 너르고 계곡이 깊어 천문지골 대비골 상운암계곡 등의 유려한 골짝과 운문사 대비사 석골사 등의 고찰과 명찰을 일궈 놓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전국적인 명산이 됐다. 사실 산&산에서도 운문산과 관련된 코스를 3번이나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찾은 것은 운문산이 주는 화수분 같은 매력을 떨칠 수가 없어서였다. 다만 코스는 종전과 다르게 기획했다. 서릉을 통해 직등으로 고스락을 오르는 것으로 경로를 잡았다. 수백m를 줄곧 오르는 점이 약간은 부담스럽지만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고 길 찾기가 어렵지 않은 점이 이 코스를 선택한 요인이 됐다. 특히 바위 전망대가 많은 점은 화수분 같은 매력의 하나. 골 깊고 암봉 현란한 산의 진경들을 각도를 달리해 바라볼 수 있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덧붙여 운문산으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도 알리기 위해서다. 물론 북쪽 들머리는 아직도 출입하기 까다롭지만 남쪽 들머리는 지난 3월 가지산터널 임시 개통으로 인해 종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답사 때 석골사에 닿기까지 걸린 시간은 부산 구서동 출발을 기준으로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나선 김에 늦었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리기 위한 점도 있다. 운문산이 영남알프스에서 가지산 다음으로 높은 제2봉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2001년 이후 발행된 개정 지형도에 반영됐지만 일반인들은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지형도에 나타난 산 높이를 보면 영남알프스 산군 중 최고봉은 가지산(1,241m)이며 두번째는 종전의 4위(1,188m)였던 1,195m의 운문산, 세번째는 1,189m의 천황산, 그리고 네번째는 종전 1,208m로 제2봉이었던 1,159m의 신불산으로 나와 있다. 이렇게 순위가 바뀌게 된 것은 새롭게 측정한 결과에 따른 것이지만 그간 신불산 삼각점의 높이가 잘못 측정돼 지형도에 기재됐기 때문에 본의 아닌 착오를 일으켰다고 지리원이 해명했다.
기획한 코스의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석골사를 출발점으로 해서 운문산 서릉을 거쳐 운문산에 오른다. 그러곤 상운암으로 내려와 상운암을 둘러본 뒤 억산 가는 주능선으로 다시 합류한다. 이후 범봉을 앞두고 딱밭재에서 석골사로 내려온다. 걷는 시간은 4시간, 휴식을 포함한다면 5시간쯤 걸린다.
상운암계곡(석골계곡)의 진경인 석골폭포는 석골사 직전 오른쪽 계곡에 있다. 절까지 도로가 나 있어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 아래로 보인다. 폭포는 높이가 상당한데다 폭도 넓어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서릉으로 올라가는 들머리는 이 폭포 바로 위 계곡으로 열려 있다. 폭포를 오른쪽으로 보고 도로를 따라가다 석골사 닿기 전 도로와 맞닿아 있는 계곡 쪽 큰 바위덩어리 아래로 연결된다.
본격적인 산길은 폭포 상단부로 내려서서 맞은편 산자락으로 건너가면 바로 시작된다. 계곡은 큰 바윗돌이 많아 웬만한 수량에도 징검다리 역할이 가능해 신발을 벗지 않고 건널 수 있다.
계곡을 횡단하면 초입 부분은 슬랩성 바위가 많다. 하지만 로프를 사용해가며 올라야 할 정도로 어렵고 험한 것은 아니다. 경사가 조금 있을 뿐이지 오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처음으로 만나는 전망바위까지 7분쯤 걸린다.
전망바위를 지나면 산길은 곧 흙길로 바뀐다. 등로도 대부분 마루금을 이어간다. 하지만 경사도는 여전히 된비알이다. 대신 곳곳에 바위 전망대가 있어 쉬어 가기 좋다. 물론 전망도 여간 아니다. 특히 높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수리봉과 문바위, 사자바위, 그리고 억산의 깨진바위 등은 조망의 즐거움을 더한다. 처음으로 경사가 완만해지는 능선턱까지 24분, 등로 오른쪽의 전망바위까지 10분, 다시 암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닿는 청송사씨 무덤까지 20분이 더 걸린다.
청송사씨 무덤을 지나면 다시 가파른 오름길이다. 하지만 길은 하늘을 뒤덮은 신록의 숲속이어서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제2의 얼음골로 유명한 얼음굴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까지 21분쯤 걸린다.
갈림길 이후 등로는 2개의 암봉이 천길 단애를 이루는 협곡까지 바위 사이를 이어간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스릴 있는 구간이다. 등로 왼쪽에 우회길도 있으나 별다른 위험요소가 없어 등로를 그대로 좇아도 괜찮다. 암봉은 암릉 끝 부분에 있다. 그곳에 오르면 천길 낭떠러지가 발 아래로 아득하다. 너무 직벽으로 떨어지다 보니 벼랑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협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암봉 왼쪽 바위 틈 사이로 나 있다. 삼거리에서 협곡까지 10분쯤 걸린다.
협곡 이후 등로는 오름의 외길이다. 삼각점(등로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만난다)이 있는 1108봉까지 14분, 쉬어가기 좋은 안부사거리까지 5분, 함화산 표지석까지 8분, 운문산 정상까지 5분이 더 걸린다. 안부사거리는 왼쪽으로 상운암 가는 길이 있었으나 나뭇가지로 막혀 있고 함화산 표지석은 울산한우리산악회(온라인 산악회)가 지난해 5월에 세워놓았지만 그 정당성에 대해 의문이 가는 시설이다. 밀양문화원 발간 밀양지(1987년판·5P)는 "운문산을 함화산이라고도 부른다"라고 밝히고 있다.
정상은 조망이 일망무애로 펼쳐진다. 찬찬히 둘러보면 영남알프스의 여느 전망봉과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산악인들이 구천산이라 부르는 영산(밀양지 구천마을 편에 '영산은 원구천 마을 북쪽에 있는 산이다. 해발 887m나 되는 높은 산으로 신령스러운 영기(靈氣)가 뻗쳐 있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라고 써 있다)도 도래재로 연결된 능선에 우뚝 솟아 있다.
상운암은 석골사의 부속사찰로 수행 도량이다. 현재까지 건실한 당우를 갖추지 못해 산속 오두막 같은 분위기이지만 이 암자에서 바라보는 전망과 머리 속까지 얼얼한 얼음장 같은 약수는 일대 최고를 자랑한다.
이번 코스 역시 상운암을 거쳐가도록 했다. 정상에서 진행 방향 왼쪽의 주능선길(억산 방향)로 내려가면 5분 만에 이정표 갈림길에 닿는다. 상운암은 여기서 왼쪽의 아랫길로 연결된다. 직진하면 암릉으로 곧장 가는 주 능선길. 이정표 갈림길은 주변에 돌무더기가 있어 참고한다. 상운암까지 13분 소요. 약수터는 암자 입구에 있다. 여기서 시간이 늦었거나 사정이 있어 하산하겠다면 약수터 아래로 난 상운암 계곡길을 따르면 된다.
딱밭재는 내려왔던 길로 되돌아 올라가 2분쯤 가서 만나는 갈림길의 왼쪽길로 연결된다. 이 길은 운문~억산의 주능선 사면길이다. 주능선까지 10분쯤 걸린다.
주능선길에 닿으면 등로는 왼쪽이다. 하지만 몇발짝 못 가서 다시 갈림길을 만나는데 직진 방향이 암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아랫길이 암릉을 우회해 가는 길이다. 우회길에 리본을 달아 놓았지만 운문산 북쪽 자락의 비경을 보기 위해선 직진 방향의 암릉길을 따르는 것이 좋다. 암릉길은 암릉 끝부분에 맞닥뜨리는 3~4m 높이의 벼랑이 문제인데 로프가 매어져 있는데다 발 디딤만 주의하면 어렵지 않게 내려설 수 있어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골짝이 너무 깊어 적막감마저 감도는 북쪽 풍광이 절경이다.
암봉을 내려서면 이후 등로는 외길의 마루금이다. 5분 만에 우회길과 합류하고 다시 8분쯤 더 가면 927봉에 닿는다. 927봉은 청도군 소방서에서 설치해 놓은 긴급연락처 표지판이 있어 참고한다.
927봉에선 정면의 직진 길을 따른다. 왼쪽은 능선을 따라 상운암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927봉에서 딱밭재까지 10분쯤 걸린다. 딱밭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쉽게 확인된다.
안부사거리인 딱밭재에서의 등로는 왼쪽 내리막길이다. 직진하면 범봉으로 해서 억산으로 가는 주능선길이고 오른쪽은 천문지골로 향한다.
딱밭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길은 빙빙 돌아가는 S자 옛길이다. 10분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물소리를 만난다. 이후 등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계곡은 상운암 계곡처럼 현란한 맛은 없지만 깨끗하고 호젓해 다리쉼하기 좋다. 계곡과 멀어져 만나는 동굴 기도처까지 20분, 상운암계곡과 만나는 주 등산로까지 3분, 주 등산로에서 오른쪽 아래로 연결되는 산행 출발점인 석골사까지 23분이 더 걸린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산&산] <160> 운문산 서릉 산행지도
[산&산] <160> 운문산 서릉 찾아가는 길 # 찾아가는 길
원점회귀 산행이어서 자가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한결 낫다. 산행들머리인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석골사 입구는 경부고속도로와 24번 국도와 연결된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산나들목 언양 방면 직진으로 빠져나간다. 이후 경주 방면으로 2분쯤 가다 밀양 울산 간 24번 자동차 전용도로로 올라간다. 이 도로는 지난 3월 임시개통된 가지산터널과 연결돼 있어 밀양까지 논스톱으로 갈 수 있다. 다만 최근 내린 폭우로 임시개설된 도로가 유실되는 바람에 당분간 종전처럼 석남산터널을 우회해 가야 한다.
석골사 들머리는 밀양 남명리를 지나 밀양쪽으로 5분쯤 더 가면 원서교 직전 오른쪽으로 연결된다. 절로 가는 길 입구에 '석골사' 표지석과 '대경노래주점' 입간판이 크게 세워져 있어 참고한다. 석골사는 이 길로 5분쯤 따라 올라가면 만난다.
대중교통편도 가능하다. 언양으로 가서 언양시외버스터미널(052-262-1007)에서 석남사로 오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부산서 언양행 버스는 12번 등 여러 노선이 있다. 석남사행 버스는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버스는 수시로 있다. 석남사까지 25분 소요. 요금 1천300원.
석남사에 내리면 밀양으로 연결되는 밀성여객버스(055-354-2320)를 바로 탈 수 있다. 밀양행 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20분, 10시10분, 11시20분, 12시20분에 있다. 버스는 남명리와 원서리에 정차한다. 석남사에서 원서리까지 10분 소요. 요금 2천400원. 원서리에서 석골사까지 약 1.5㎞로 걸어가면 20분쯤 걸린다.
돌아오는 버스는 원서리에서 석남사까지가 오후 3시 이후 15분, 50분, 4시, 4시55분, 6시5분에 있다. 석남사에서 언양행 막차는 8시30분에 있다. 진용성기자
2008-05-22 [00:00:00] | 수정시간: 2009-06-11 [15:29:36] |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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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으로 내려가는 국도변에서 본 운문산. 정면의 하늘금이 운문산 서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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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골사 계곡 입구. 대형입간판을 보고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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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골폭포의 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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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들머리인 석골사 앞. 들머리는 큰 바위 아래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야 연결된다. 이 부분이 석골폭 포 상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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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떨어져서 잡아본 들머리 모습, 계곡을 횡단해 맞은편 산자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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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을 횡단한 뒤 올라야할 등로. 산에 들기 전에 멀리서 잡아봤다. 진행 방향이 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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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에 접어들어 곧 만난 전망바위. 뒤로 보이는 산줄기가 가야할 등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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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벼랑 사이로 보이는 산내면 모습. 얼음굴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한 후 곧 만나는 암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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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운암 갈림길. 예전에는 통과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막아놓아 갈 수 없다. 정상으로의 등로는 직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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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한우리산악회가 세워 놓은 함화산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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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문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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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운암 갈림길. 주능선은 직진이나 상운암을 거쳐가기 위해 왼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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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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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운암에서 올라와 다시 주능선과 합류한 지점. 암봉으로 가는 길은 직진이고 우횟길은 왼쪽의 아랫길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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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봉의 벼랑 부분. 로프가 달려있어 어렵지 않게 내려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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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연락처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927봉. 딱밭재로 가는 등로는 여기서 직진이다. 왼쪽은 능선으로 내려 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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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밭재. 등로는 왼쪽. 직진하면 범봉으로 해서 억산으로 갈 수 있다. 오른쪽은 천문지골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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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운암계곡과 만나기 직전에 맞닥뜨리는 동굴. 누군가가 기도처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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