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토월(牙山吐月)이라 했다. 송곳니 같은 모습의 산에 달이 떠오르는 장면이라 했다. 아니 달을 토해낸다 했으니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떠밀려 올라간다는 것이 보다 적확한 해석인 것 같다. 과연 산의 모습이 어떠하기에 그런 표현을 했을까. 깎아지른 봉우리들 세상일까. 깊이 팬 협곡의 심연일까. 경남 진주의 월아산(483m)을 목적지로 잡은 이후 잠시도 떠나지 않았던 궁금증이었다.
월아산의 이름은 아산토월에서 따왔다. 그것이 대체로 정설이다. 하지 만 산의 형세가 그렇기에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뒤집어보면 같은 논리로 보인다. 아무튼 달뜨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 달뜨기가 가장 황홀한 곳이 질매재다. 바로 월아산 장군대산(봉)과 국사봉을 잇는 고갯마루다. 하지만 그곳에서 달이 뜬다고 해서 전부 황홀한 것은 아니다. 바라보는 곳의 위치에 따라 단순한 달뜨기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진주 사람들은 그들만의 특정한 곳에서 달뜨기를 즐긴다. 그곳이 금산면 금호지다. 신라 때 축조된 꽤 오래된 저수지인데, 방죽을 따라 심어진 노송이 세월의 여운을 더하는 곳이다. 바로 그곳에서 바라볼 때 토해내듯 솟구쳐 오르는 달의 모습이 천하절경이다. 오죽하면 진주 12경의 하나로 손꼽혀 왔을까.
월아산의 산행도 금호지를 출발지로 삼았다. 하지만 주간 산행의 성격상 아산토월의 진수는 즐길 수는 없다. 다만 아산이라는 지형적 감동만이라도 느껴보고자 한다. 금호지 철다리 부근이 그런 조망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정말 그런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참고로 시민 공모로 새롭게 선정된 진주 8경 중 하나는 금호지에서 바라본 달뜨기가 아닌 해뜨기다. 가능하다면 달뜨기와 해뜨기를 함께 즐겨보길 권한다.
산행은 금산면 장사리 금호지체육공원 주차장을 기점으로 출발, 계양재~첫봉~전망대~410봉~국사봉~질매재~월봉~장군대산(봉)~두방사~청곡사~청곡사 주차장 순으로 했다. 걷는 시간은 3시간 30분, 중식을 포함해 휴식시간을 더하면 4시간 혹은 4시간 30분쯤 잡으면 무난할 것이다.
월아산은 진주시의 동쪽에 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진주를 방어하는 동쪽 울타리쯤 된다. 조선시대 임진란 때도 방책이 세워졌고 한국전쟁 때에도 낙동강 전선이 형성됐다. 그 울타리 역을 맡은 봉우리가 주봉인 장군대산(봉)이고 그 다음봉이 국사봉이었다. 현재 국립지리원 발간 지형도에서는 이 두 봉우리를 별개의 산으로 나누고 있는데 국사봉을 월아산이라 하고 장군대봉을 장군대산으로 부른다. 하지만 진주 사람 대부분은 지리원의 분류에 게의치 않고 두 봉을 하나로 묶어 월아산이라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산&산 팀 역시 고민 끝에 현지의 분류를 따랐으나 지리원의 표기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병기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쨌든 월아산은 진주 시내와 가까워 진주 시민들이 즐겨찾는 시민공원이다. 그런 만큼 산길이 잘 정비돼 있고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당연히 길 찾기에 애로사항이 없고 힘들거나 크게 위험하지도 않아 어린이를 동반해도 별 무리가 없다. 다만 질매재를 오갈 경우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하거나 된비알를 오르는 수고는 각오해야 할 부분이다.
월아산은 또 고즈넉한 산사가 많다. 특히 단아한 모습의 두방사와 천년고찰의 청곡사는 일부러라도 들러볼 만한 곳이다. 고찰 특유의 운치도 그만이지만 국보급 유물도 만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금호지체육공원 주차장은 금호지 북쪽 가장자리에 있다. 개념도를 정방향으로 장치했다고 했을 때 주차장 왼쪽(서쪽) 언덕에 흥한아파트가 있고 오른쪽(동쪽)에 월아산이 위치한다. 물론 주차장에서 보이는 월아산은 국사봉이 아닌 국사봉 앞봉인 410봉이다. 삼각형의 꼭지점처럼 뾰족한 모습의 그 봉우리를 기준삼아 방향을 잡아 나가면 전체적인 길 찾기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금호지공원 주차장에서 동쪽인 산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30m쯤 진행하면 T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왼쪽으로 튼다. 오른쪽은 금호지 제방길로 인근 주민들이 조깅코스로 애용하는 길이다. 왼쪽으로 돌아가는 지점에 해병전우회 컨테이너 박스가 있어 참고한다.
다시 시멘트 포장길을 15m쯤 진행하면 이번엔 오른쪽으로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는 직진 길을 버리고 오른쪽의 갈림길을 택한다. 바로 진양 정씨 재실인 계양재 가는 길이다. 이 길로 들어서면 410봉이 정면으로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차 한 대가 다닐만한 제법 너른 외길인데 계양재까지 이어져 있다. 주차장에서 계양재까지 5~6분쯤 걸린다.
계양재에 닿으면 포장길은 흙길로 바뀐다. 410봉 가는 길은 여기서 직진 방향의 흙길을 버리고 왼쪽의 산기슭 소로로 올라서야 비로소 연결된다. 산불예방 대형 현수막 직전의 왼쪽임을 참고한다. 이정표로는 소정상 방향이다. 기슭으로 올라섰다면 이후 줄곧 오름길을 따라가면 된다. 그렇게 13분쯤 올라가면 첫봉에 도착한다.
첫봉에서 국사봉으로 가는 길은 단일 능선이다. 능선 마룻금만 따라간다 생각하면 된다. 혹 중간에 사면길과 마주치더라도 하산길이 아니라면 어느 길을 택해도 무방하다. 이정표도 잘 나와 있어 참고한다. 첫봉에서 국사봉까지 70분쯤 걸린다. 고만고만한 크기의 소나무 숲이 싱그럽고 곳곳의 전망대가 풀어놓는 주변 풍광이 그만이다. 특히 산허리를 감돌아 굽이치는 남강의 유장한 물길은 압권이다. 때론 꿈길 같고 때론 신기루 같다. 예정된 시간을 넘긴다면 발목을 잡는 남강 때문이라 생각하면 된다.
지형도상 월아산인 국사봉도 시원한 조망이 백미다. 주변의 고만고만한 산들은 물론 멀리 지리산 주릉까지 죄다 조망된다. 한마디로 일망무제다. 북서는 지리산이, 북동은 자굴산이 뚜렷하고 동쪽은 방어산 괘방산이, 남쪽으론 와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불행이도 답사 당일은 날씨가 흐려 마음으로 그려보는 데 그쳤다.
장군대산(봉)은 국사봉에서 남쪽 방향에 솟아 있다. 진행방향에서 보면 돌탑을 지나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길 쪽이다. 왼쪽은 월정지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능선길이다. 오른쪽으로 쏟아질 듯 내려서면 15분쯤 걸려 질매재 도로에 선다. 등로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든지 아니면 중간지점에서 만나는 제법 너른 MTB 길을 따르든지 편한 대로 택하면 된다. 이 두 길은 길매재로 내려서는 계단 앞에서 결국 만난다.
진성면과 금사면을 잇는 질매재는 아산토월의 정수리다. 상상하며 도로를 건너면 감동이 색다르다.
질매재에서 장군대산(봉)으로 오르는 길은 진행 방향 왼쪽의 장군대산(봉)으로 이어진 시설도로를 따라 열린다. 마룻금은 벼랑으로 솟아 있어 곧바로 치고 오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5분쯤 그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에 능선으로 연결되는 산길이 있는데 그 길이 장군대산(봉)으로 오르는 능선 진입로다. 시설도로가 두번 정도 굽이치는 모롱이 부분으로 표지기가 많이 달려 있다. 그 길을 찾았다면 이후 등로는 외길의 된비알이다. 월봉까지 20분 이상 걸린다. 월봉엔 한쪽이 허물어진 돌탑이 있다. 이후 장군대산(봉)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널널한 소나무 오솔길이다. 장군대산(봉)까지 다시 25분 소요된다.
월아산 주봉인 장군대산(봉)은 방송시설물이 즐비하다. 이는 진주를 오가는 고속도로 상에서도 확인된다. 정상은 넓고 전망 또한 빼어나다.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이 목책성(木柵城)을 쌓고 왜적을 격퇴한 유적지로 유명하기도 하다.
하산은 방송시설 맞은편 아래 능선으로 연결된다. 진행방향으로 봤을 때 정상에서 오른쪽이다. 급격하게 떨어져 능선 느낌이 들지 않지만 조금만 내려가면 능선길임을 알 수 있다.
단아한 느낌의 두방사는 능선길로 15분쯤 내려오면 오른쪽 사면길로 연결된다. 직진하면 산림욕장 방면. 두방산 안내 푯말이 있어 참고한다. 두방사는 점판암으로 쌓아올린 다층석탑과 멋드러진 향나무가 볼 만하다.
두방사에서 청곡사 가는 길은 지장전 뒤편 왼쪽 산자락으로 열려 있다. 산 사면을 에돌아 가는 전형적인 소나무 오솔길이 편안함을 선사한다. 두방사에서 체육공원까지 10분. 체육공원에선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의 계곡길로 내려선다. 7~8분이면 청곡사에 닿는다.
천년고찰 청곡사는 세월의 무게도 대단하지만 국보 302호인 영산회 괘불탱이 백미다. 마침 박물관이 임시 개장 중이어서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산행대장 홍성혁(cafe.daum.net/mtnaknam) 010-2242-6608.
글·사진=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 찾아가는 길
이번에 소개한 월아산 코스는 종주형이다. 해서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차량을 가져가겠다면 두 대를 동원해 활용해 볼 수 있지만 차량 회수에 따른 번거러움은 각오해야 한다.
대중교통편은 우선 진주로 가서 진주 시내 버스를 이용해 들머리로 접근할 수 있다. 진주로 가는 버스는 부산서부터미널에서 평균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진주까지 1시간 30분쯤 걸리며 요금은 6천900원.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금산면 장사리 금호지체육공원 주차장으로 향하는 버스는 188번, 70-2번, 70-3번, 72번이 있다. 이들 버스를 타고 중천리 농협 앞 삼거리에 내린 뒤 금호지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현재까지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없다. 터미널에서 농협까지 20분 소요. 농협서 주차장까지 걸어서 5분 소요. 택시를 이용한다면 7천원쯤 들어간다.
산행종점인 청곡사에선 주차장으로 내려와야 진주행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월아산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70-2번이 토, 일, 공휴일에 한정해 운행된다. 토요일은 2회 일, 공휴일은 각각 3회씩 운행. 하산 시간대에는 토,일,공휴일 공히 오후 4시55분에 시외버스터미널로 출발한다.
자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국도 문산IC를 빠져나간다. 톨게이트를 지나면 1009번 지방도와 만나는데 여기서 청곡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오른쪽은 문산 방면. 왼쪽으로 접어들어 1분쯤 직진하면 곧 삼거리가 나온다. 1009번 도로는 여기서 오르쪽으로 꺾여 금산면으로 향한다. 당연히 우회전. 이제 그 길을 따라 5분쯤 가면 노송이 아름다운 금호지를 만나게 된다. 금호지 주차장은 금호지 못둑삼거리에서 우회전 하면 된다.
[산&산] 진주 월아산 산행지도
2008-01-10 [00:00:00] | 수정시간: 2009-06-11 [15:45:35] |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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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상에서 본 월아산 정면에 시설물이 있는 봉우리가 장군대산이고 오른쪽의 잘룩한 부분이 질매재다. 맨 오른쪽은 국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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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지에서 바라본 월아산 가운데 질매재를 중심으로 왼쪽은 국사봉이고 오른쪽은 장군대산 월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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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지 주차장. 언덕의 건물이 흥한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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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모습. 중앙의 뾰족한 봉우리가 410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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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서 바라본 월아산쪽 방향. 계양재는 왼쪽의 컨박스를 돌아가면 오른쪽 갈림길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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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양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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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양재 가는 길. 정면의 410봉이 더욱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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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 정씨 재실 계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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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계양재 앞 공터. 등로는 왼쪽의 산자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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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봉에 올라 바라본 410봉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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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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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사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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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매재로 내려오는 계단. 도로를 건너 뒤돌아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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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대산으로 이어지는 시설도로. 등로는 이 도로를 따라 5분쯤 올라가면 오른쪽 능선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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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도로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는 부분. 표지기가 많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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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봉 오름길에서 뒤돌아본 국사봉. 중간 허옇게 팬 부분은 MTB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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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대산 정상. 방송시설물로 가득하다. 여기서 두방사로 내려서는 길은 시설물 맞은편인 진행방향 오른쪽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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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방사 무량수전과 다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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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즈넉한 분위기의 천년고찰 청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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