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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회귀 | [산&산] <271> 포항 천령산 ~ 청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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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푸른광야 조회4,334 작성일13-08-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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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폭 위쪽의 바위 꼭대기에서 청하골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자리에서 서서 주변 경관을 둘러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는 여름에 미련은 없다. 여름이 내게 해 준 것이 무엇이기에.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야겠다. '여름아 잘 가라. 내년에 또 보자.'

여름과 진한 이별식을 마련했다. 결론은 물길이 화려한 계곡. 지긋지긋했던 무더위를 말끔하게 씻어내기 위함이다. 포항 보경사 계곡으로 널리 알려진 청하골을 찾았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에서 여름과 미련 없이 헤어질 수 있었다.

포항 청하골은 일부지만 '산&산'에서 세 차례 소개됐다. 물론 다들 주변 산들과 연계를 해서이다. 2004년 동대산을 올랐다가, 2006년 수목원에서 천령산을 거쳐, 2008년 내연산에서 청하골로 하산했다.



이번에는 청하골의 좀 더 내밀한 곳까지 찾아보기로 했다. 보경사 상가지역의 공원안내소에서 다리를 건너 견지봉 계곡~안동 권 씨 묘~음지밭등 갈림길~하늬재~천령산(우척봉 770)~삼거리 갈림길~시명리~정자 쉼터~은폭포~내연폭포~문수암 입구~보경사까지 13.1㎞를 다녀왔다. 6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오롯이 청하골만 답사를 하고 싶다면 보경사 매표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연산폭포까지 산책로 같은 길이 잘 나 있다. 천령산 정상을 올랐다가 하늬재로 되돌아 온 후 음지밭등을 지나 은폭포 아래 갈림길로 내려오면 시간이 거의 절반으로 단축된다. 좀 더 상류를 구경하고 싶다면 천령산을 지나 삼거리 갈림길에서 삼거리 쪽으로 내려가서 청하골을 따라 하산해도 좋다.

사실 청하골은 특정한 하나의 산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다. '무슨 산 무슨 골'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삿갓봉과 매봉에서 상류 물길을 만들어 내고, 향로봉과 천령산이 긴 물길을 보탠다. 내연산의 크고 작은 물길까지 합류하면 웅장한 계곡의 장대한 물줄기가 마침내 완성된다. 뒷배가 든든한 계곡이다.

상가지역을 지나 계곡 쪽으로 가면 다리가 나온다. 공원안내소가 있지만 사람은 없었다. 예전에 스마일농장이 있던 자리에 지금도 농장이 있다. 굳게 닫힌 철문을 바라보며 오른쪽의 작은 폐가 앞으로 가면 등산로 들머리다.

풀숲이 짙어 길이 나쁠까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농장을 확장하느라 산을 깎아먹은 넓은 공지를 지나면서 산길로 접어든다. 길은 사통팔달 훤하게 나 있다. 하지만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어 헤매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두 개의 물길을 건너 안동 권 씨 묘까지는 45분이 걸렸다. 특이하게 비문에는 정부인 인동 장 씨와 처사 경주 이 씨까지 함께 새겨져 있었다. 하나의 비석에 세 사람의 이력이 적혀 있는 비석을 전에는 본 적이 없다.

견지봉에서 올라온 능선과 만나는 지점 또한 이곳이다. 이제부터 능선길이라 오르기가 한결 쉽다. 크게 경사가 있거나 힘든 구간이 없어 느긋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30분을 더 걸어가니 보경사 주차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또 있다. 용치등을 거쳐 올라오는 길인 모양이다. 이정표를 지나 14분을 더 걷는데 음지밭등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느린 걸음인데 길이 성큼성큼 잘도 줄어든다. 이 구간은 소의 잔등이다. 천령산은 원래 신구산(神龜山)이고 주봉은 우척봉(牛脊峰)이다. 소의 등허리를 닮아 길게 빠졌다. 등이 좋은 소는 일도 잘한다.

우척봉을 멀리서 바라보던 영일 사람들이 '일 참 잘하게 생겼다'고 좋아했을 것 같다. 그러던 이름이 일제를 거치면서 천령산으로 바뀌었단다. 하늘재라고도 불렀던 것을 한자말로 싹 바꾼 것이다. 정상 부근의 안내판에 친절하게 써 놓았다.



음지밭등 이정표에서 한참을 쉬다가 30분 만에 보경사 계곡으로 내려서는 하산로가 있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결국 음지밭등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여기에서 사방이 확 트인다. 헬기장이 있는 곳까지 10분이다. 운무에 가려 어렴풋하지만 내연산과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하다.

우척봉 정상석이 있는 곳까지 10분이 더 걸렸다. 정상은 헬기장보다 조망이 좋지 않았지만, 멀리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경북수목원 정자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이제 청하골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삼거리로 가서 좀 더 걸을까 생각을 했다가 그래도 아직 여름인데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긴새밭골 방면으로 내려서 시명리로 간다. 우척봉에서 12분을 내려서니 삼거리와 시명리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제야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아니 물소리인가. 이렇게 가까울 리는 없을 텐데.

드디어 청하골이다. 딱 40분이 걸렸다. 태풍이 지나갔지만 비가 많이 오지 않았는지 계곡물은 안정적인 수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얼른 등산화를 벗고 뛰어들었다. 갈겨니가 떼로 몰려 와 발을 간질인다.

바야흐로 12폭포가 시작된다. 시명폭포부터 상생폭포까지 이어지는데 은폭에 가서야 폭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계곡이 하도 깊어 길이 산허리로 한참 올라가기 때문이다. 복호2폭과 복호1폭은 멀리서 형체만 구경했다. 하지만 근처에 가면 내려가서 볼 수 있도록 길은 나 있다. 올라오기가 귀찮아 내려가지 않았다.

정자 쉼터가 있는 곳까지 45분이 더 걸렸다. 출렁다리를 지나 은폭포에 도착하니 20분이 채 안 걸린다. 은폭포는 폭포도 기운차거니와 위쪽의 바위 전망대가 압권이다. 올라서니 폭포가 저만치 아래에 있는데도 무섭지 않다.

한참 폭포 구경을 하고 우척봉에서 음지밭등으로 하산하면 만나는 이정표를 지나 20분 만에 신선대라 부르는 바위 위에 선다. 아래에 관음폭포의 소가 퍼렇다.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꼬물거릴 정도로 작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니 괜히 우쭐해진다. 이제 아래로 내려가서 지나온 바위를 쳐다보니 까마득하다. 이게 세상의 이치.

관음폭포까지는 구름다리를 놓아 가까이 가서 보게 해놓았다. 옛사람들의 이름이 각자로 바위에 남아 있다. 그들은 이 좋은 곳에서 풍류를 즐기고, 이름을 새기고 그렇게 사라져 갔다.

물은 모였다가 꺾이고, 바위를 깎고 떨어지며 폭포를 만든다. 떨어지는 물을 바라보면 좋다. 왜 좋은지는 모르겠다. 그냥 물은 모두 다 아래로아래로 흐르기 때문인가. 보경사까지는 쉬엄쉬엄 걸었는데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경내에 연꽃이 한창이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산&산] <271> 포항 천령산 ~ 청하골 가는길 먹을곳

포항 청하골은 보경사 계곡이다. 부산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1688-9969)에서 경주·포항 방면으로 가는 시외버스(5:30~21:00까지 10분 간격. 1시간 20분 소요. 요금 7천700원)를 타고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인근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신안여객(054-293-0320) 500번 버스(1시간 간격. 청하까지 1시간 소요. 요금 1천500원)를 타고 청하환승센터까지 가서 505번 보경사행 버스(30분 간격. 15분 소요. 요금 1천 원)로 환승하면 된다.

포항 터미널에서 보경사 직통 500번 버스(7:35 11:20 16:20 1시간 소요. 요금 1천500원)는 하루 세 차례밖에 다니지 않는다.

산행을 마친 후 보경사에서 포항터미널행 500번 버스(8:50 12:35 17:45)를 타거나 차편이 많은 청하로 일단 나와 환승센터에서 500번 시내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포항터미널(1666-2313)에서는 오후 9시까지 부산행 시외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심야버스(22:30 23:30 02:20 03:20 등, 요금 8천500원)도 다닌다.

원점회귀 산행이기에 자가용 승용차도 편하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경주IC로 빠진다. 7번 국도를 따라가다 영덕·울진 우회도로를 타고 흥해읍을 지나 15분쯤 더 달린다. 포항시 청하면 사거리를 지나 송라면에 닿으면 곧 보경사 진입도로 이정표를 보게 된다. 이 이정표를 보고 P턴해서 굴다리를 지나면 다시 삼거리를 맞게 되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보경사까지 외길이다. 주차장은 유료(자가용 승용차 하루 2천 원)이다.

보경사 관광단지 내에 있는 삼보가든(054-262-2224)에서는 직접 손으로 밀어서 만든 손칼국수(5천 원)나 산채비빔밥(6천 원)이 좋다. 반찬으로 꼭 제철 산채나물이 나온다. 옻나무를 키워서 옻닭(4만 원)을 삶는다. 막걸리(4천 원) 안주로는 파전(6천 원)이나 도토리묵(7천 원), 손두부(5천 원)가 인기다.

이재희 기자


[산&산] <271> 포항 천령산 ~ 청하골 산행지도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상가지구를 벗어나 계곡 쪽으로 가면 다리 너머 등산안내소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 농장 입구에서 우측으로 가면 산행 들머리이다.


▲ 사람이 살지 않는 집 앞을 돌아가면 칡넝쿨이 우거진 등산로 들머리다. 숲길이 험할 것 같지만 막상 숲속에 들어서면 길이 잘 나 있다.


▲ 농장을 확장하느라 산을 많이 갉아먹었다. 농장과 산의 경계에 길이 있다.


▲ 이정표가 있는 바로 아래에 무덤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세 사람의 이력이 동시에 새겨져 있다. 이제부터 능선길이 시작된다.


▲ 큰 바위가 산길 주변에 있다. 사람들이 작은 돌탑을 쌓아놓았다. 천령산은 육산이라 바위 산에서 바위 구경하기가 힘들다.


▲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 편리하다. 다만, 소요 시간을 적어놓은 부분은 누군가가 지워놓았다. 맞지 않다는 것이겠지만, 산행 시간은 상대적이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 헬기장에서 구름이 낮게 깔린 내연산 줄기를 바라본다. 조망이 좋은 곳이다.


▲천령산 정상인 우척봉이다. 또다른 안내판에는 775m로 써 놓았더니, 여기에는 777m로 정확하게 적어 놓았다. 멀리 수목원으로 가는 산줄기가 보인다.


▲ 삼거리에 있는 삼거리와 시명리 갈림길 이정표이다. 삼거리로 가도 청하골로 내려오는 길이 있지만 시명리로 내려가기로 한다.


▲비가 온 다음날 산행을 해서 그런지 커다란 살모사 한 마리가 양지 쪽에 또아리를 털고 햇볕을 쬐고 있다. 행여 잠이 깰까 조심조심 지나갔는데 눈도 끔쩍 하지 않았다.


▲ 드디어 청하골 상류에 도착했다. 물이 맑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씻어냈다.


▲ 녹음은 곧 다가올 가을을 아는지 모르는지 짙푸른 색감을 맘껏 뿜어내고 있다.


▲ 너덜지대를 지난다. 오른쪽 저 아래가 청하골이다. 산길은 물을 피해 고도를 한껏 높였다.


▲ 출렁다리가 나온다. 건너는데 보기 보다 높아서 어질했다. 번지점프대를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물이 깊었다.


▲ 길이 점점 넓어지고 좋아진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하산을 계속한다.


▲ 신선대라 부르는 바위에 올라 아랫쪽을 바라보니 까마득하다. 아랫쪽은 관음폭포다. 신선대 바위는 암벽등반을 하는 곳이라 산악인 추모비가 여럿 서 있다.


▲ 관음폭포의 특이한 풍경이다. 오랜 세월 물이 빚어낸 비경일테다. 위의 구름다리를 지나가면 12폭포 중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연산폭포가 있다.


▲ 은폭 이후 부터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다. 데크를 깔아 놓았다. 보경사가 가까워진 것이다.


▲ 보경사 경내가 보인다. 은은한 불교 음악이 흐르고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감로수도 맛이 좋아 한 바가지를 가득 떠서 마셨다.


2010-09-09 [16:11:00] | 수정시간: 2010-09-14 [07:01:28] |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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