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현재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주유소는 어디 있을까? 서울의 강남, 제주도, 울릉도를 떠올리겠지만, 정답은 추자도다. 행정구역은 제주시에 속해 있지만 위치상 내륙인 전라남도와 제주도 사이에 속해 있는 데다 기름이 팔리는 양도 많지 않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제주항에서 쾌속선으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추자도는 '섬 속의 섬'이다. 그 모습이 흡사 바다 한가운데에 가래나무(추자) 열매를 흩뿌려 놓은 것 같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상·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사수도, 관탈섬 등 38개의 무인도를 합쳐 42개의 군도로 이뤄져 있으며 2천600여 명의 주민들이 산다. 말투부터 생활문화까지 제주 본섬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바다낚시 천국에 올레길 열려
상·하추자도 능선 타며 트레킹
야생화·들풀 가득한 길 따라
천혜의 비경 마음껏 감상산꾼들에게는 아직 낯선 곳이지만, 낚시꾼들에게는 '바다낚시 천국'으로 진즉에 이름이 났다. 섬을 둘러싼 모든 갯바위, 어선을 타고 나가 발붙일 수 있는 무인도가 모두 낚시 포인트다. 봄과 가을에는 참돔과 돌돔, 여름이면 농어와 돌돔, 겨울에는 감성돔과 같은 고급 어종이 넘쳐난다.
이런 추자도가 산꾼과 트레킹족들에게도 내밀한 속살을 드러냈다. 2010년 6월 제주 올레길 18-1코스인 추자도 올레길이 열리면서부터다. 느릿느릿 쉬엄쉬엄 걷는 올레길을 떠올리는 산꾼들이라면 코웃음을 쳐버릴지도 모르지만, 추자 올레는 제주 올레 21개 코스 가운데 가장 어려운 코스로 꼽힌다. 해발 고도는 100m대로 야트막하지만, 산봉우리와 산봉우리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에 산책보다는 등산에 가깝다.
산 아래 펼쳐진 바다,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 깎아지른 기암절벽, 절벽을 부여잡고 매달린 야생화가 바다에 떠 있는 첩첩산중 속에 시종 펼쳐진다. 한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를 보여 겨울 산책 코스로도 그만이다. 지난 4월부터 부산~제주 카페리가 매일 한 차례 왕복 운항하면서 부산에서 추자도 가는 바닷길이 넓어졌다. 금요일 저녁에 부산을 출발하면 일요일 아침에 부산으로 돌아올 수 있어 주말 섬 나들이 코스로도 무난하다.
총 길이 17.7㎞의 추자도 올레길은 여유 있게 섬 전체를 둘러보려면 이틀에 걸쳐 답사하는 것이 적당하지만 산&산은 섬내 최고봉인 돈대산(燉臺山·164m)을 중심으로 상·하추자도의 주능선을 타면서 천혜의 해안 절경과 섬 속의 숨은 비경을 만끽할 수 있는 당일치기 코스로 꾸몄다. 구체적인 등로는 돈대산 입구에서 출발해 통신 중계소~돈대산 정상~묵리교차로~묵리 고갯마루~제3담수장~추자교~바랑케 쉼터~추자등대~나바론 절벽~처사각~순효각을 지나 추자항으로 돌아온다. 전체 거리 6.4㎞에 산행 시간은 3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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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만리장성처럼 웅장하게 솟아 있는 나바론 절벽. |
오전 10시 40분. 제주항을 출발해 희뿌연 해무를 뚫고 푸른 바다를 미끄러지듯 달린 쾌속선이 1시간 10분 만에 추자항에 도착했다. 아늑하고 평화로운 섬이다.
추자항에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순환버스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하추자도의 예초리 입구 엄바위 장승을 지나 돈대산 입구에 이른다. 간이 쉼터를 겸한 정류소에 내리면 맞은편에 돈대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포장임도를 따라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양옆으로 하얗고 노랗게 꽃을 피운 인동초가 지천이다. 서늘한 바닷바람에 해송들이 사시나무 떨듯 몸서리를 친다. 강한 해풍 탓에 나무들이 가지를 길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몸으로 터득한 섬에서의 생존법이다.
중간 중간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파랑과 주황색 리본을 단 올레 시그널을 따라 정상 방면으로 올라가면 된다. 10분 뒤 통신 중계소를 지나면 포장 임도가 끝나고, 자갈 깔린 흙길이 시작된다. 평탄한 경사로를 10분가량 이어 오르면 소담한 아치교로 연결된 운치 있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 곳이 돈대산 정상이다. 추자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분홍빛 철쭉과 하늘거리는 민들레 등 꽃들이 만발해 차라리 산정 화원에 가깝다. 한 여성 올레객은 바닷바람에 날리는 머릿결을 연신 쓸어올리며 벤치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해안 풍경은 비경 그 자체다. 짙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 해안 기암절벽 등을 굽어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남쪽으로 신양항과 고즈넉한 해안 마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뒤로 웅크린 사자 모양을 한 사자섬(수덕도)이 나른한 잠에 취해 있다. 그 옆으로 옛날 유배길에 오른 관원들이 관복을 벗고 평민으로 돌아가는 의식을 치렀다는 관탈섬, 청도, 절명여, 밖미역섬 등 크고 작은 섬과 여(물속에 잠긴 바위)들이 서로를 보듬고 있다. 시정이 좋은 날에는 저 멀리 바다를 기저로 구름을 뚫고 올라선 듯한 한라산의 웅비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날은 희뿌연 박무 뒤로 숨었다. 북쪽으로는 다무래미, 수령섬, 약생이섬, 추포도, 횡간도, 미역섬, 흑검도 등이 선단을 형성하듯 횡진으로 죽 늘어서 있다. 동행했던 한 주민은 추포도가 축구선수 지동원의 부친이 태어난 곳이라며 자랑한다. 그 뒤로 전라남도의 남쪽끝인 보길도가 어스름하다.
제3담수장을 내려다보며 정상을 내려서면 길은 열대우림을 방불케 하는 짙은 숲으로 변한다. 청미래 덩굴이 나무 둥치와 가지를 칭칭 감아 뻗어나가고, 해당화 노루쟁이 모시풀 망초 등 야생화와 들풀도 지천이다.
20분 뒤 주요 갈림길인 묵리고갯마루에 이른다. 올레길 코스는 이곳에서 우측 담수장 방면으로 이어지지만 제대로 된 능선을 타기 위해 추자교 삼거리 방면으로 직진한다.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12분 뒤 담수장 입구에 이르면 길은 포장로로 변한다. 임도를 타고 50m쯤 내려가다 길이 좌측으로 휘어지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샛길로 내려간다. 비탈길을 15분쯤 내려가면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추자대교에 이른다. 1993년 붕괴 사고가 나면서 1995년 새로 확장 개통했다.
다리를 건너 상추자도에 이르면 곧바로 왼편 추자등대 방면으로 꺾는다. 섬 내의 '미니 화력발전소'를 지나면 추자등대가 있는 등대산 초입으로 들어선다. 20분 뒤 65봉을 지나면 '바랑케 쉼터'로 이름 붙여진 정자가 있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가파른 오르막 능선 구간으로 접어든다. 바위와 해송 사이를 비집으며 비알을 치고 오른다.
8분 뒤 산정에 우뚝 솟아 있는 그림 같은 추자 등대와 마주한다. 등대 4층의 옥상 전망대는 연륙교 지나 추자군도의 섬과 제주와 전남 바다를 파노라마처럼 둘러 볼 수 있는 최적의 조망 포인트다. 등대 건물 현관 앞에서 우측 샛길로 빠져 북서 능선으로 내려선다.
남서쪽으로 1억여 년의 긴 세월을 거쳐 거센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깎아지른 절벽이 펼쳐진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했던 에게 해의 난공불락의 요새에서 이름을 따온 나바론 절벽으로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쭈뼛해진다.
해안선에 바짝 붙어 10분쯤 가면 이정표 상 나바론절벽 정상이라고 이름 붙여진 안부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우측 올레길로 내려서야 한다. 직진하면 군 레이더 기지에 이르는데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으로 철책이 둘러쳐져 있어 진행이 어렵다. 박씨 처사각과 순효각 입구를 지나면 포구에 이르고 포구를 시계 방향으로 따라 돌면 종점인 추자항이다. 35분 소요.
배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순효각 입구에서 봉글레산 방면으로 따라 내려가다 서쪽 용등봉 선착장으로 들어서면 만리장성처럼 웅장하게 솟아 있는 해안 기암절벽인 나바론 절벽의 위용을 실감하기 좋은 전망대가 있다. 추자항까지 40분 추가 소요.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취재 협조=㈜SK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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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자도 돈대산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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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자도 돈대산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산] <409> 추자도 돈대산 산행지도

[산&산] <409> 추자도 돈대산 가는길 먹을곳
■ 찾아가기
추자도로 가기 위해서는 전남 목포나 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거나, 제주에서 추자행 쾌속선을 타는 방법이 있는데 부산에서는 연결편을 고려할 때 제주를 경유해 가는 것이 편하다.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월~토 오후 7시에 제주행 카페리 여객선이 출항한다. 제주항에는 다음날 오전 6시 30분에 도착한다. 3등실 기준 어른 4만 3천 원, 어린이 2만 1천500원. 돌아오는 배는 제주항에서 오후 7시에 출항해 다음날 오전 6시 30분에 부산항에 도착한다. ㈜SK페리 1688-7577.
항공편은 김해공항에서 오전 6시 50분부터 오후 8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50분 소요. 에어부산(1666-3060), 아시아나항공(1588-8000), 제주항공(1599-1500), 대한항공(1588-2001). 요일에 따라 5만 3천900~8만 3천 원.
제주에서 추자까지는 쾌속선이 하루 2차례 왕복 운항한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 30분, 오후 2시 출발하고, 추자항에서는 오전 11시, 오후 4시 10분에 나온다. 1시간 10분 소요. 1만~1만 2천500원. ㈜한일고속 064-751-5050.
추자도 섬내를 순환하는 마을버스(추자교통 064-742-3595)가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추자항에서는 매시 정각에 버스가 출발한다. 요금 800원. 콜택시(064-742-3595)는 섬내 전 지역 일괄 1만 원이다.
■ 먹을거리
추자도는 국내 최대의 참조기 어장으로 꼽힌다. 천일염으로 간한 조기매운탕과 해풍에 말린 굴비정식이 별미다. 제일식당(064-742-9333), 중앙식당(064-742-3735)이 이름나 있다.
건건테마여행사(1588-4767)는 선착순 200명 한정으로 부산~추자도 트레킹 상품을 8만 9천 원에 선보인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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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과 제주를 왕복하는 카페리 여객선.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월~토 오후 7시에 출항해 제주항에는 다음날 오전 6시 30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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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추자까지는 쾌속선이 하루 2차례 왕복 운항한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 30분, 오후 2시 출발하고, 추자항에서는 오전 11시, 오후 4시10분에 나온다. 1시간 1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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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대산 정상에는 소담한 아치교로 연결된 운치 있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추자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분홍빛 철쭉과 하늘거리는 민들레 등 꽃들이 만발해 차라리 산상 화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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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자항에서 순환버스를 타고 20분 쯤 달리면 하추자도의 예초리 입구 엄바위 장승을 지나 돈대산 입구에 이른다. 간이 쉼터를 겸한 정류소에 내리면 맞은편에 돈대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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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조망. 왼편으로 웅크린 사자 모양을 한 사자섬이 보인다. 시정이 좋은 날에는 바다 너머 한라산이 솟은 제주 본섬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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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 해안 기암절벽 등을 굽어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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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대산 정상을 내려서면 길은 열대우림을 방불케 하는 짙은 숲으로 돌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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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갈림길인 묵리고갯마루. 올레길 코스는 이곳에서 우측 담수장 방면으로 이어지지만 제대로된 능선을 타기 위해 추자교 삼거리 방면으로 직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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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미래 덩굴이 나무 둥치와 가지를 칭칭 감겨 뻗어나가고, 해당화 노루쟁이 모시풀 망초 등 야생화와 들풀도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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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탈길을 15분쯤 내려가면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추자대교에 이른다. 1993년 붕괴 사고가 나면서 1995년 새로 확장 개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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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 담수장 입구에 이르면 길은 포장로로 변한다. 임도를 타고 50m쯤 내려가다 길이 좌측으로 휘어지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샛길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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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건너 상추자도에 이르면 곧바로 왼편 추자등대 방면으로 꺾는다. 소형 화력발전소를 지나면 추자등대가 있는 등대산 초입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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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산 초입에 핀 붉은 양귀비가 푸른 바다와 대비돼 산행의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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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랑케 쉼터'로 이름 붙여진 정자를 지나면 산행 코스에서 가장 가파른 오르막 능선 구간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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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 4층의 옥상 전망대는 연륙교 지나 추자군도의 섬과 제주와 전남 바다를 파노라마처럼 둘러 볼 수 있는 최적의 조망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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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 건물 현관 앞에서 우측 샛길로 빠져 북서 능선으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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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정에 우뚝 솟아 있는 그림 같은 추자 등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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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억여년의 긴 세월을 거쳐 거센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깎아지른 기암절벽인 나바론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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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바론이라는 이름답게 절벽 위에는 군 레이더 기지가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으로 철책이 둘러쳐져 있어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올레길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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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씨 처사각과 순효각 입구를 지나면 포구에 이르고 포구를 시계방향으로 따라 돌면 종점인 추자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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