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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회귀 | [산&산] <394> 순천 조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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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5,625 작성일13-07-2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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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사에서 불암사 초입에 걸쳐 펼쳐지는 '무소유 길'. 싱그러운 대나무와 편백나무 숲이 마음속의 티끌을 가라앉혀 준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다음 달 11일은 무소유의 죽비소리를 세상에 일러주신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스님은 입적을 앞두고도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이웃에 폐가 되지 않게 평소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 달라"며 '처음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당부했다. 스님의 유지에 따라 스님은 17년간 기거했던 불일암의 법당 앞 오동나무 아래에 한줌 흙으로 돌아가셨다. '산&산'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지혜를 좇아 불일암이 자리한 순천 조계산을 올랐다.

조계산(曹溪山·887.1m)은 맑은 계곡과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는 남도의 명산이지만, 조계종과 태고종의 양대 거찰을 품고 있어 더 유명하다. 서쪽 중허리의 송광사와 동쪽 기슭의 선암사가 그것이다.
이 때문에 조계산 산행은 두 거찰을 잇는 명찰 순례 방식으로 대부분 이뤄진다. '산&산' 57회에 소개했던 루트(선암사~선암사굴목재~보리밥집~작은굴목재~조계산 장군봉~송광굴목재~홍골~송광사, 5시간 소요)도 조계산을 동서로 횡단했다.
송광사를 기·종점으로 삼아 원점회귀 방식으로 코스를 짠다면 송광사~운구재~천자암~송광굴목삼거리~보리밥집~장박골~작은굴목재~장군봉~장박골~피아골~수석정삼거리~송광사(5시간 30분 소요) 식의 산행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 기존 코스에서 불일암은 말 그대로 계륵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송광사로 되돌아온 뒤 다시 북서쪽에 있는 불일암까지 30분가량을 오른 뒤 다시 갔던 길을 되짚어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산행에 지친 산꾼들로서는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불일암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산&산'은 송광사를 출발해 정상인 장군봉에 오른 뒤 불일암을 거쳐 송광사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소개한다. 산꾼들의 발길이 드물어 길이 희미하고, 무성한 산죽림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온갖 번뇌와 망상도 푸른빛으로 순화시켜 주는 불일암 초입의 대나무와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몸과 마음이 찰나에 맑아진다.
구체적인 등로는 매표소~송광사~수석정삼거리~운구재~천자암~송광굴목재~배도사대피소~보리밥집~작은굴목재~장군봉 정상~장박골 정상~장박골삼거리~삼각점~감로암 갈림길~불일암~송광사~매표소 순이다. 총 거리 15.8㎞로 순수 산행에 5시간쯤 걸린다. 휴식과 사찰 탐방시간을 포함하면 6시간 30분쯤 잡아야 한다. 산행시간에 여유가 없다면 천자암을 거치지 말고 수석정삼거리에서 곧바로 송광굴목재로 가면 1시간 정도 단축할 수 있다.
들머리는 송광사 매표소다. 매표소를 통과해 송광사 일주문, 우화각을 지나 수석정삼거리로 간다. 20분 소요. 본격적인 산행은 여기서부터다. 이곳에서 왼편 계곡 밑으로 난 다리를 지나면 곧장 선암사(6.5㎞)로 가는 길이다. 천자암 방면으로 등로를 잡고 직진한다.
고려 때 보조국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심은 자리에서 났다고 하는 천자암의 쌍향수.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운동장을 오른편에 끼고 완만한 오르막을 걷는다. 30분쯤 오르면 비알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되는 곳이 운구재다. 왼쪽으로 꺾어 천자암 방면으로 간다. 봉우리를 휘돌아 완만한 흙길이 다시 이어진다. 30~40분 정도 오솔길을 걸으면 천자암 종각이 보인다. 경내로 들어서면 엿가락처럼 기묘하게 뒤틀린 채 하늘을 향해 용솟음치는 거대한 향나무 두 그루와 마주하는데 그 유명한 쌍향수(雙香樹)다. 수령 800년을 자랑하는 쌍향수는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중국에 다녀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심은 곳에서 자랐다.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왕생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쌀 일곱 가마 분량의 밥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비사리구시, 부처님 공양 올릴 때 쓰던 능견난사와 함께 송광사의 3대 보물로 꼽힌다.
천자암을 나서 임도를 따라 50m쯤 가면 갈림길이다. 송광굴목재 방면으로 오른다. 헬기장을 지나 8분쯤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은 755봉(천자암봉)과 운구재를 지나 송광굴목재에 이르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15분 뒤 송광굴목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은 조계산의 양쪽 기슭에 있는 송광사와 선암사를 넘나들 수 있는 요지다. 조계산 이쪽과 저쪽의 양대 고찰 선암사와 송광사에서 수행하던 스님들도 이 길을 지나 교유했을까?
종파와 방법론은 달라도 깨우침을 얻어 해탈에 이르고자 하는 뜻만은 같았을 것이다.
배도사대피소를 지나 20분쯤 발길을 이으면 10여 개의 평상이 놓인 곳이 조계산의 명물인 보리밥집이다. 가마솥으로 지은 보리 섞은 밥에다가 나물과 시래기 된장국을 곁들여 차려낸 밥상(6천 원)은 소박하지만, 요기를 하고 가기에는 그만이다. 명절 외에는 연중무휴다.
보리밥집을 나서면 장군봉 이정표를 따라 진행하다 굴목교삼거리에서 작은굴목재 방면의 왼쪽 샛길로 올라간다. 벌통바위를 지나 장박교 3개를 연이어 지나면 삼거리 갈림길에 닿는다. 20분 소요.
오른쪽 돌계단을 타고 오르면 곧바로 작은굴목재다. 이곳에서부터 호남정맥의 산줄기 위다. 왼편 장군봉 방면으로 된비알을 타고 오른다. 가파른 능선길을 20분쯤 오르면 오른쪽에 우뚝 솟은 바위가 배바위다. 로프를 잡고 주의해서 올라야 한다. 배바위에서는 발아래로 선암사가 보이고, 굽이치는 상사호 너머 광양 백운산, 지리산 반야봉, 노고단이 희끗희끗 보인다. 시계가 좋을 때는 남도의 연봉들 물결 너머로 순천만까지 시야에 잡힌다.
배바위에서 다시 10분만 오르면 장군봉 정상이다. 장박골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장박골 정상, 헬기장을 지나 곧장 장박골삼거리까지 간다. 45분 소요. 100m쯤 더 가면 갈림길과 마주하는데 하산길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포인트다. 대부분의 산꾼은 이곳에서 연산봉 방면으로 곧장 내려가 송광굴목재를 거쳐 하산한다. 하지만 불일암을 거쳐 송광사로 가려면 848봉 방면으로 그대로 우측으로 진행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희미하고, 어른 키 높이만큼 웃자란 산죽까지 시야를 가리므로 능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5분 간격으로 리본을 촘촘히 달아뒀으니 참고하는 게 좋겠다.
10여 분 뒤 삼각점(786m)에 이르면 오른쪽 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다시 10여 분 뒤 무성한 나무 사이로 주암호가 보이는 막다른 갈림길을 만나면 왼쪽 사면으로 내려선다. 산죽터널을 헤치고 능선을 30분쯤 내려가면 감로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오솔길에 닿는다. 그대로 오른쪽으로 2분쯤 더 가면 불일암에 들어서는 사립문이 보인다.
불일암은 고즈넉한 암자다. 더 이상 간결할 수 없을 만큼 단출한 하사당과 대밭에 둘러싸인 정갈한 해우소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묵언 층계를 오르면 스님이 불일암 기거 시절 늘 앉았던 '빠삐용 의자'가 있다. 1970년대 초등학교 걸상 같은 이 의자에 삼베적삼에 깡마른 체구로 앉아 있는 스님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불일암을 나서면 마음속 시름을 덜어주는 푸른 대나무 숲과 삼나무 숲이 차례로 이어지는데 '무소유 길'로 이름이 붙었다. 산책로가 끝나고 해탈교가 보이면 종착점인 송광사 경내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순천 조계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순천 조계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들머리인 송광사 매표소.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어른 3천 원, 학생 2천 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 일주문을 지나 능허교라는 무지개다리에 놓인 우화각. 임경당과 함께 송광사의 으뜸 경치로 꼽힌다.


▲ 수석정삼거리에서 천자암 방면으로 직진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운구재에 이르면 오르막 경사가 끝나고 평탄한 길이 펼쳐진다. 천자암 방면으로 간다.


▲ 고려 때 보조국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심은 자리에서 났다고 하는 천자암의 쌍향수.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선암사 가는 길과 송광사 방면 길이 합류하는 송광굴목삼거리. 선암사 방면으로 진행한다.


▲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산길의 중간쯤에 있는 보리밥집. 소박하지만 평상에 앉아 지친 발을 쉬며 요기를 하고 가기에는 그만이다.


▲ 장막교 3개를 지나 마주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는 작은굴목재 방향으로 길을 잡고 돌계단을 밟고 오른다.


▲ 된비알을 지나면 나타나는 배바위는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한다.


▲ 배바위에 오르면 선암사와 상사호, 낙안읍성은 물론 호남의 연봉들이 한달음에 보인다.


▲ 아담한 정상석과 함께 돌무지가 높이 쌓여 있는 장군봉 정상(887.1m)


▲ 작은굴목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장박골삼거리. 송광사 방면으로 간다.


▲ 무성한 나무 사이로 저수지가 보이는 775봉 갈림길에 이르면 왼편 능선길을 타고 내려간다.


▲ 어른 키 높이 만큼 웃자란 산죽이 곳곳에서 길을 가리고 때문에 능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 감로암길 합류지점을 지나 오른쪽 길로 가면 불일암으로 들어서는 사립문이 보인다.


▲ 법정 스님이 불일암 기거 시절 늘 앉아 있던 빠삐용 의자. 질박한 것이 무소유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 무소유길을 지나 해탈교를 건너면 종착점인 송광사 경내로 들어선다.


[산&산] <394> 순천 조계산 산행지도


[산&산] <394> 순천 조계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원점회귀 코스라 아무래도 승용차 이용이 편하다. 남해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이어 타고 가다 주암 분기점에서 우측 송광사·주암 방면으로 빠져나온다. 요금소를 지나 마주치는 송광사 분기점에서 순천·벌교·송광사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400m 진행 후 문길삼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왼편에 파인힐스CC를 끼고 10분쯤 달리다 송광사 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2~3분 달리면 송광사 식당가의 주차장에 닿는다. 송광사 입장료는 어른 3천 원, 학생 2천 원이다.

대중교통편은 노포동종합버스터미널과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순천행 버스를 타면 된다. 노포동종합버스터미널(1577-9956)은 오전 7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버스를 운행한다.

요금 1만 7천400원(우등). 2시간 30분 소요.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8301)에서는 오전 6시 30분, 7시 10분, 8시 50분, 9시 40분, 9시5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2시간 30분 소요. 1만 1천900원.

송광사~순천종합버스터미널(061-745-2659)은 동신교통 111번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25~40분 간격으로 하루 27회 운행한다. 1시간 20분가량 소요. 요금 1천100원. 운행 안내 061-749-3366.

순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3시부터 9시 30분까지 10∼40분 간격으로 있다.


먹을거리

송광사 입구에는 산채 전문 음식점이 즐비하다.

광신식당(061-755-2555)은 산채비빔밥, 표고버섯전, 도토리묵, 산더덕구이, 해물파전, 빈대떡을 판다. 1인당 1만 원 선에 전라도 특유의 상다리 휘어지는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산채정식을 푸짐하게 차려내는 걸로는 길상식당(061-755-2173)도 이름나 있다. 도라지, 가지 등 각종 신선한 나물무침에 수육을 곁들여 상을 차린다. 박태우 기자
2013-02-28 [07:46:29] | 수정시간: 2013-02-28 [14:49:25] | 28면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3-08-29 10:04:23 기타지역 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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