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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회귀 | [산&산] <390> 태백산 눈꽃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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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푸른바다 조회2,590 작성일13-06-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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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다 뒤덮을 듯한 순백의 기세… 하늘·땅 경계마저 허물어
▲ 태백산 정상 부근에는 온몸에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수백 그루의 주목이 아름답게 설화를 피우고 있다. 말라 죽은 채 천년을 서서 버티는 고사목은 깊은 여운을 준다.


겨울에 피는 꽃이 있다.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눈꽃이다. 눈 소식이 들리면 산꾼들의 마음은 설산으로 달린다. 환상적인 설경을 맛보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민족의 영산' 태백산(太白山)만 한 곳이 없다. '태백'이라는 말이 주는 위압감에 주눅부터 들기 쉽지만 기실 태백산은 어머니 같은 산이다. 산세가 완만하고 길이 험하지 않아 누구나 산행을 즐기기에 알맞다.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가족 산행에 나선 이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국내 산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주목군락이 선사하는 설경이 숨을 멎게 해 겨울 산행으로는 최적지다.

태백산 정상 격인 천제단으로 가는 길은 유일사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고, 백단사와 당골, 문수봉, 금천 코스가 있다. 문수봉과 금천 코스는 왕복 14㎞에 이르기 때문에 해가 짧은 겨울 산행으로는 만만치 않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장군봉 정상에 오른 뒤 천제단을 거쳐 당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왕복 4~5시간이면 충분히 산행을 마칠 수 있어 가장 무난하다. 하지만 이 코스는 원점회귀가 안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산&산' 팀은 당골 매표소에서 출발해 문수봉, 망경사, 장군봉, 천제단을 거친 뒤 단종비각, 반재, 단군성전을 지나 당골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방식으로 코스를 잡았다.

들머리는 당골 매표소다. 태백산 일원은 산행 이틀 전까지 내린 눈으로 온통 은세계로 변했다. 40㎝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했지만, 허리 높이까지 눈이 묻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해발 870m 당골 광장에 설치된 온도계는 영하 2도를 가리켰다. 모처럼 포근한 날씨다. 하지만 간간이 잔소금 같은 싸락눈이 날렸고, 능선을 올라갈수록 체감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자작나무, 잎갈나무, 물푸레나무가 빽빽이 늘어선 완만한 오르막길을 15분쯤 걷다 나무계단을 지나면 제법 가파른 경사길이 5분쯤 이어진다. 여덟 폭 병풍을 반쯤 접어놓은 모양을 한 병풍바위를 지나 670m쯤 더 걸으면 제당 갈림길이다. 20분 소요. 이곳에서 왼쪽길로 접어들면 소문수봉(1517m)으로 이어진다. 산행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곧바로 문수봉 가는 길을 택했다.

발길을 재촉해 7분쯤 걷다 단군성전 갈림길과 마주친다. 여기에서 'ㄷ'자로 꺾으면 단군성전에 이르는 능선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이 길은 출입금지 경고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등산로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눈이 많이 쌓여 등산객이 조난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부 구간은 통제되고 있었다. 주변의 설경에 취하다 보면 발을 잘못 디뎌 허리까지 눈에 파묻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30여 분가량 더 사면을 타고 오르면 금천갈림길이다. 소문수봉을 거쳐 오면 합류하는 지점이다. 금천 방면 길은 아직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없어 눈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있다. 그대로 25분을 더 오르면 문수봉(1517m)이다. 산꾼들이 소망을 담아 쌓은 돌탑도 하얗게 눈에 파묻혔다.

겨울 태백산행은 숨돌릴 틈 없이 마주치는 눈꽃터널 덕에 지루할 새가 없다.
가던 방향 그대로 10분쯤 능선을 걷다보면 두 번째 금천갈림길이다. 천제단 방면으로 길을 잡고 완만한 사면을 따라 간다. 당골·문수봉 갈림길과 문수봉 갈림길을 지나 눈꽃터널 사이로 나아가다 보면 9푼 능선 위에 자리하고 있는 제법 큰 산사가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망경사다. 1시간 소요.

컵라면, 커피 등 따뜻한 요깃거리를 파는 매점이 있어 평일인데도 점심을 먹으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망경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솟아난다는 용정약수를 맛볼 수 있지만, 이날은 등산객에 치여 다음을 기약했다.

망경사에서 장군봉, 천제단에 이르는 구간은 태백산의 자랑인 주목이 곳곳에서 산꾼의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빼앗는다. 흔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처럼 주목은 살아서도 늠름한 자태가 멋이 있지만, 죽은 고사목도 쓸쓸한 모습이 깊은 여운을 준다. 태백산에는 3천여 그루의 주목이 있다. 짧게는 수령 30년부터 길게는 1천 년에 이르는 노목도 있다. 말라 죽은 주목도 천년은 서서 버틴다고 한다. 정상 근처에는 살아생전 바람에 휩쓸린 모습 그대로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주목이 생사의 경계조차 초월한 채 열반에 든 수도승처럼 꼿꼿이 서 있다.

세월의 풍파에 굽고 휘고 처지고 부러진 가지들이 때로는 기괴스럽게, 때로는 처량하게 설화를 피우고 있다. 은세계에 기화요초가 만발했다. 어떤 그리움과 애잔함이 남아 이토록 아름다운 한(恨)으로 맺혔을까?

장군봉에 이르기 전 마주치는 망경사 갈림길에서 유일사 방면으로 10분쯤 가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주목군락지가 있으므로 시간 여유가 있다면 꼭 들러보길 권한다.

주목들이 연출하는 '겨울 소나타'에 흠뻑 매료돼 걷다보면 어느덧 최고봉인 장군봉(1567m)이다. 해발 고도로 따진다면 이 장군봉이 태백산 정상이지만, 산꾼들의 마음속 정상은 능선을 따라 7분쯤 더 걸으면 비밀의 성전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천제단(1561m)이다.

선현들은 우리나라 산 중 태백산에 가장 큰 정기가 서려 있다고 믿었다. 그중에서도 태고 이래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은 한민족 태초의 빛이 쏟아져 내린 곳이다. 아홉 단으로 돌을 쌓아 만든 제단으로 신역(神域)을 이루고 붉은 글씨로 한배검(단군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새긴 지석을 세웠다. 태백산 정상에 있는 천제단은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장군단, 남쪽에는 하단이 있다. 이곳은 새해 해돋이 으뜸 명소이자, 전국의 무속인들이 영험한 기를 받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다. 백두산에서 용솟음친 백두대간의 중간 허리 부분이기도 하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육백산, 매봉산, 두타산, 금대봉 등 강원도 태백을 둘러싼 백두대간 봉우리들이 한눈에 잡히지만, 이날은 잔뜩 찌푸린 하늘이 조망을 허락지 않았다. 세상을 다 뒤덮어버릴 듯한 순백의 기세가 매섭다. 하늘과 땅의 경계마저 모호해진다. 바람이 한 번 스쳐갈 때마다 면도기에 잘못 베인 것 같은 섬뜩함이 엄습해온다. 살갗이 아리고,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는 되는 것 같다.

망경사 방면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5분가량 내려가면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뒤 억울하게 죽은 단종의 원혼을 위로하는 단종비각이 있다. 변변한 묘 하나 없이 구천을 떠돌던 단종을 애달프게 생각했던 인근 백성들이 태백산 상봉에 비석을 세우고 산신령으로 모셨다 한다.

망경사로 되돌아오면 반재로 내려간다. 10분 소요. 반재 삼거리는 하산길에 가장 주의해야 하는 포인트다. 직진하면 백단사 매표소로 빠져버리기 때문에 우측으로 꺾어 당골광장 쪽으로 내려간다.

눈 쌓인 하산길은 걷는 게 아니라 숫제 미끄러져 내려간다는 게 맞다. 아이젠은 필수다. 그래도 꼬마 녀석들은 중간중간 완만한 경사로가 보일라 치면 비닐봉투를 눈썰매 삼아 신 나게 엉덩이 썰매를 탄다. 다른 등산객과 부딪히거나 등산로를 이탈해 골절상을 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하니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태백산눈축제가 열리는 당골광장. 선글라스를 쓰고 말춤을 추는 싸이 얼음조각상이 재미있다.
계곡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 단군성전을 지나고 곧 종착점인 당골광장에 다다르게 된다. 매표소 앞 광장에는 다음 달 3일까지 태백산 눈축제가 열린다. 초대형 타이타닉호, 카트라이더, 뽀로로, 쥐라기 공원, 싸이 등 이색 눈조각들이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12.9㎞를 걸었고, 5시간 30분이 걸렸다. 눈밭에 빠지고, 설화 풍경에 취해 걸음이 지체됐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태백산 눈꽃산행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태백산 눈꽃산행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산] <390> 태백산 눈꽃산행 지도



[산&산] <390> 태백산 눈꽃산행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부산에서 강원도 태백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고, 해가 짧은 겨울 산행이어서 여유롭게 설경을 즐기려면 1박2일이 무난하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새벽 일찍 길을 나서야 한다.

승용차로 가려면 부산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대동톨게이트를 지나 대구부산고속도로를 계속 타고 간다. 동대구분기점에서 대전 방면 좌측으로 진행한 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금호분기점에서 안동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달리다 영주분기점에서 봉화·영주 방면으로 빠져나온다. 이후 동해·태백 방면 이정표를 따라 국도를 계속 이어 타고 가다 태백로 상장삼거리에서 태백산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천제단길을 따라 2분쯤 더 가면 들머리인 당골매표소다. 4시간 50분 소요.

대중교통은 열차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열차는 부산에서 동백산역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탄 뒤 태백역 가는 열차로 갈아탄다. 부전역에서 오전 9시 5분, 동래역 오전 9시 14분, 해운대역 오전 9시 25분. 요금 주중 2만 2천 원선. 오후 3시 30분에 동백산역에 내리면 오후 4시 28분에 출발하는 태백행 무궁화호를 탈 수 있다. 요금 2천600원. 동백산역이나 태백역에서는 당골매표소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1688-3166)를 타면 된다. 20~25분 소요. 요금 1천 원. 택시를 타면 7천 원가량 나온다. 합동콜 033-552-1212, 태백콜 033-552-0808.

버스편으로 가려면 노포동 동부버스터미널(1688-9969)에서 포항을 경유해 태백으로 가는 버스가 하루 6편 있다. 오전 7시 28분, 9시 28분, 11시 52분, 오후 3시 31분, 4시 51분, 6시 41분 출발. 5시간 소요. 요금 3만 700원.


먹을거리

태백의 별미는 한우다. 해발 650m 이상의 청정 고지대에서 자란 한우를 재래식으로 도축해 육질이 신선하다. 태백산 주변과 황지동 일원에 7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박태우 기자




▲ 들머리는 당골 매표소다. 해발 870m 당골 광장에 설치된 온도계가 영하 2도를 가리키고 있다.


▲ 문수봉 방면으로 길을 잡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은 단군성전을 거쳐 반재로 가는 길이다.


▲ 완만한 오르막길을 15분쯤 걷다 나무계단을 지나면 제법 가파른 경사길이 5분쯤 이어진다. 눈이 깊이 쌓여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 문수봉(1517m) 정상. 산꾼들의 소망을 담아 쌓은 돌탑도 하얗게 눈에 파묻혔다.


▲ 장군봉에 이르는 도중 펼쳐지는 눈꽃터널 퍼레이드가 마음을 빼앗는다.


▲ 천제단에 오르기 전 들르는 망경사에서는 지친 발을 쉬며 간단한 요기를 하기에 좋다.


▲ 망경사에서 장군봉, 천제단에 이르는 구간은 태백산의 자랑인 주목이 곳곳에서 산꾼의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빼앗는다.


▲ 태백산에는 짧게는 수령 30년부터 길게는 1천 년에 이르는 주목이 3천여 그루나 있다.


▲ 아홉단 돌을 쌓아 만든 제단으로 신역(神域)을 이룬 천제단은 한민족이 태고 이래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 단종비각은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뒤 억울하게 죽은 단종의 원혼을 모신 곳이다.


▲ 하산길에 비닐봉투를 눈썰매 삼아 신나게 엉덩이 썰매를 타는 아이들.


▲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을 모신 단군성전.


▲ 산행의 종착점인 당골 매표소. 철도역과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박태우 기자 2013-01-31 [07:56:13] | 수정시간: 2013-02-01 [15:15:39] | 30면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3-08-29 09:53:42 기타지역 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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