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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산행 | [산&산] <427> 창녕 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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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3,282 작성일13-11-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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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왕산 정상부 화왕산성이 감싸고 있는 대평원에는 이 가을을 떠나보내는 억새의 마지막 군무가 펼쳐지고 있다.
억새는 가을 나그네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에 자주색 꽃을 피워 깊어가는 가을 따라 갈색으로, 은색으로 다시 흰색으로 변한다. 고흐의 그림에 비유하자면 태양이 뜨고 질 때는 '해바라기'처럼 찬란한 금빛으로 반짝이고, 한낮에는 '별이 빛나는 밤'처럼 영롱한 은색의 샛별로 빛난다. 이맘때쯤 찬바람이 불면 수정이 끝난 억새 꽃씨들은 바람을 타고 나부낀다. 드넓은 벌판에 하얀 솜털이 흩날리는 모습은 어딘가 몽환적이다.

경남 창녕 화왕산(火旺山·756m)은 영남알프스와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억새 군락지다. 산 정상부 화왕산성이 감싸고 있는 대평원에는 이 가을을 떠나보내는 억새의 마지막 군무가 펼쳐지고 있다.

꼭 억새가 아니더라도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은 품이 넓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고, 절벽과 기암으로 옹골찬 화왕산 특유의 산세 때문에 암릉 산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산&산'에서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화왕산을 소개했다. 화왕산과 관룡산을 잇는 겨울 암릉 산행(93회)과 북에서 남으로 화왕산을 종단하는 봄 진달래 산행(155회)이었다.

자하곡매표소 기·종점 원점회귀코스 3시간 산행
화산 분화구 26만㎡ 분지에 온통 순백 솜이불 장관
4년 전 화재 아픔 간직한 배바위 최고 조망 포인트

하지만 억새를 빼놓고 화왕산을 이야기하는 것이 못내 허전한 구석이 있어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다시 화왕산을 찾았다. 2009년 2월 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정월대보름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의 상흔도 어느 정도 아물었다고 판단해서다.

화왕산의 여러 코스 중에서 억새 감상을 위한 산행으로는 자하곡 코스와 옥천매표소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 중 옥천매표소 코스는 산성 턱밑까지 임도를 따라 올라오기 때문에 가장 편안하게 억새의 물결 속으로 뛰어들 수 있지만 산행 코스로는 좀 심심한 편이다. 

절벽과 기암으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 하산길 암릉 구간.
이에 산&산 팀은 자하곡매표소를 기·종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를 걸었다. 억새 군락지 탐방을 중점에 뒀지만, 하산길에는 아기자기한 암릉 산행의 재미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코스는 자하곡매표소 앞 주차장을 출발해 도성암~솔숲 산림욕장~화왕산 정상~전망대~화왕산성 동문~남문~서문~배바위~암릉지대를 거쳐 다시 자하곡 매표소로 돌아온다. 총 거리 7.3㎞에 순수 이동 3시간으로 짧은 코스이지만, 그만큼 알차다.

기점은 자하곡매표소 앞 주차장이다. 식당가를 왼쪽에 끼고 포장도로를 따라 도성암 방면으로 향한다. 10분쯤 오르면 길이 좁아지다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앞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이 도성암 코스, 오른쪽이 자하곡 암릉 코스다. 그대로 다리를 건너서 키 높은 은행나무가 암자 초입을 지키고 선 도성암으로 간다. 대웅전, 삼성각, 보제루 등 암자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다시 임도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이정표상 '3등산로'로 화왕산성에 이르는 최단 코스다. 산새 소리가 울리고 그윽한 솔향이 감도는 솔숲으로 들어선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산림욕장이다. 15분 뒤 벤치가 있는 삼거리에 닿으면 그대로 직진한다. 다소 가파른 흙비탈 경사를 20분쯤 치고 오르면 바위 쉼터다. 흐트러진 숨을 고른 뒤 30분가량 부지런히 능선을 오르면 솔숲을 벗어나면서 하늘이 열린다. 산책로처럼 편안한 산길을 따라 하늘거리는 억새밭이 펼쳐지는가 했더니 이내 정상이다.

산세는 한순간에 돌변한다. 눈앞에 거대한 화산분화구의 광활한 산상 분지가 펼쳐진다.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십리 억새평원이다. 반면 정상 북면은 칼날 같은 직벽의 천 길 낭떠러지다. 통상 억새로 이름난 산들은 산 정상부가 초원처럼 밋밋하지만, 화왕산은 가운데가 쏙 들어간 것이 옴팍하다. 화산 폭발로 인해 산 정상부에 생긴 분화구가 분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구덩이처럼 내려앉은 26만㎡에 이르는 분지가 온통 순백의 억새꽃으로 하얀 솜이불을 두르고 있다. 강아지 목털처럼 복슬복슬하게 부풀어 오른 억새들이 바람이 불면 파도처럼 일렁거리다 하얀 솜털 같은 꽃씨를 흩날린다. 억새 물결 속에 파묻힌 연인들의 실루엣이 꿈결 같다.

화왕산 억새 평원은 화왕산성이라는 온실 속에 꾸며진 비밀의 산정 화원 같다. 정상부의 사방 경계선이 곧 능선이자 화왕산성 벽을 이루고 있다. 화왕산성은 성을 처음 쌓은 시기가 확실치 않으나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된다. 험준한 북쪽의 바위산을 잇고, 남쪽 봉우리 사이의 넓은 분지를 둘러싼 천혜의 요새로, 둘레가 2.6㎞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민 종사관을 따라 걷던 화왕산성 성벽을 따라 동문~남문~서문 순으로 시계 방향으로 성을 일주한다.

남문 옆 억새 평원 사이에 있는 장방형의 연못이 '용지'(龍池)다. 창녕 조 씨의 시조인 조계룡이 태어났다는 설화가 깃든 곳으로, 연못 인근에 창녕 조 씨 득성비가 있다.

억새 물결을 가르는 데크 길을 따라 환장고개가 있는 서문에 이르면 왼쪽으로 꺾어 배바위로 향한다. 10여 분 뒤 헬기장을 지나면 거대한 바윗덩이가 솟아오른다. 천지개벽 때 배를 묶었다는 전설이 있는 배바위다. 꼭대기에 금정산의 금샘처럼 움푹 팬 웅덩이가 두 개 있고, 그 웅덩이 중간에 뱃줄을 묶었던 자리인 듯 갈고리 모양의 돌출부가 있다. 배바위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뱃머리에 서면 관룡산 병풍바위와 용선대, 영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배바위는 4년 전 화왕산 참사 때 집중적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화재 당시 전설처럼 바위 밑으로 물이 차올랐다면 하는 어리석은 상념도 해본다.

배바위를 내려와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억새 능선은 끝나고 암릉길이 시작된다. 바위와 암릉으로 이뤄진 능선길이라 산행이 훨씬 변화무쌍하고 재미있다. 조각칼로 깎아놓은 듯한 위압적인 직벽, 층층이 떡시루를 쌓아올려 놓은 듯한 울퉁불퉁 솟은 기암괴석과 암봉들이 신비롭다. 조망도 시원하다. 산 아래의 창녕읍과 우포늪 일원의 널따란 평야도 발아래로 엎드린다.

등산로 표시등이 세워져 있는 조망 바위에 이르면 바위 우측으로 난 샛길을 따라 내려선다. '장군바위'라고 씌어진 구조목이 설치돼 있는데, 실제 장군바위는 이곳에서 남쪽으로 30분쯤 더 내려가 753봉 옆에 있다.

아기자기한 바위를 타넘고, 성벽 같은 바위를 우회하며 35분쯤 암릉길을 이어가면 정자 쉼터인 자하정이다. 자하정을 지나면 암릉구간은 끝나고 낙엽송림으로 들어선다. 체육공원과 화왕산장을 지나면 초반에 지나쳤던 계곡 다리 앞 갈림길에 이른다. 10분. 그대로 왔던 길을 되밟아 자하곡매표소에서 산행을 마친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 창녕 화왕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창녕 화왕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산] <427> 창녕 화왕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원점회귀 코스여서 자가용 이용이 편하겠다. 남해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영산분기점에서 좌측, 김천·창녕 방면으로 간 뒤 창녕요금소를 빠져나온다. 창녕나들목 사거리에서 좌회전, 읍내 쪽으로 들어가다 5분 뒤 창녕여고 앞에서 좌회전하면 기점인 자하곡매표소다. 1시간 30분쯤 걸린다. 화왕산 군립공원 입장료는 1천 원, 주차요금은 2천 원이다.

대중교통편도 무난하다. 부산 사상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남지를 거쳐 창녕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7시, 7시 50분, 8시 40분, 9시 20분, 10시 10분, 10시 50분에 있다. 1시간 10분 걸리고, 요금은 6천700원. 창녕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자하곡매표소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다. 택시를 이용하면 3천 원 안팎으로 나온다. 창녕시외버스터미널(055-533-4000)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오후 1시 10분, 1시 50분, 2시 30분, 3시 10분, 3시 50분, 4시 40분, 5시 20분 등에 있으며 막차가 8시 30분에 출발한다.


■먹을거리

자하곡매표소에서 도성암 가는 등산로에 식당이 여럿 있다. 팥빙수와 단팥죽, 차와 음료 등을 파는 전원카페, 백숙과 두부김치 등을 파는 토속음식점 등이 모여 있다. '배바우산장(055-532-9334)'은 연잎밥 정식과 송이돌솥밥, '물조은 오리(055-521-5292)'는 삼채 오리정식이 별미다.

승용차를 가져왔다면 자하곡매표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우포늪을 둘러본 뒤 부곡온천 단지에 들러 온천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도 좋겠다. '부곡하와이', '레인보우호텔' 등을 포함해 20여 곳의 온천욕장과 식당이 있다. 박태우 기자
 
[산&산] <427> 창녕 화왕산 산행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기점은 자하곡매표소 앞 주차장이다. 식당가를 왼쪽에 끼고 포장도로를 따라 도성암 방면으로 향한다.


▲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앞에서 길은 두갈래로 갈라진다. 왼쪽이 도성암 코스, 오른쪽이 자하곡 암릉 코스다. 그대로 다리를 건너서 키 높은 은행나무가 암자 초입을 지키고 선 도성암으로 간다.


▲ 도성암을 둘러본 뒤 다시 임도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이정표상 3등산로로 화왕산성에 이르는 최단 코스다.


▲ 산새 소리가 울리고 그윽한 솔향이 감도는 솔숲으로 들어선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산림욕장이다.


▲ 부지런히 능선을 오르면 솔숲을 벗어나면서 하늘이 열린다. 산책로처럼 편안한 산길을 따라 하늘거리는 억새밭이 펼쳐지는가 했더니 이내 정상이다.


▲ 정상에 서면 눈 앞에 거대한 화산분화구의 광활한 산상 분지가 펼쳐진다.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십리 억새평원이다. 반면 정상 북면은 칼날 같은 직벽의 천길 낭떠러지다.


▲ 통상 억새로 이름난 산들은 산 정상부가 초원처럼 밋밋하지만, 화왕산은 가운데가 쏙 들어간 것이 옴팍하다. 화산 폭발로 인해 산 정상부에 생긴 분화구가 분지가 됐기 때문이다.


▲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구덩이처럼 내려 앉은 26만㎡에 이르는 분지가 온통 순백의 억새꽃으로 하얀 솜이불을 두르고 있다.


▲ 강아지 목털처럼 복슬복슬하게 부풀어 오른 억새들이 바람이 불면 파도처럼 일렁거리다 하얀 솜털같은 꽃씨를 흩날린다.


▲ 정상부의 사방 경계선이 곧 능선이자 화왕산성 벽을 이루고 있다. 화왕산성은 성을 처음 쌓은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된다. 험준한 북쪽의 바위산을 등지고, 남쪽 봉우리 사이의 넓은 분지를 둘러싼 천혜의 요새로, 둘레가 2.6㎞다.


▲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민종사관을 따라 걷던 화왕산성 성벽을 따라 동문~남문~서문 순으로 시계방향으로 성을 일주한다.


▲ 억새 물결을 가르는 데크 길을 따라 환장고개가 있는 서문에 이르면 왼쪽으로 꺾어 배바위로 향한다.


▲ 헬기장을 지나면 거대한 바윗덩이가 솟아 오른다. 천지개벽 때 배를 묶었다는 전설이 있는 배바위다. 꼭대기에 금정산의 금샘처럼 움푹 팬 웅덩이가 두개 있고, 그 웅덩이 중간에 뱃줄을 묶었던 자리인 듯 갈고리 모양의 돌출부가 있다.


▲ 배바위를 내려와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억새 능선은 끝나고 암릉길이 시작된다.


▲ 바위와 암릉으로 이뤄진 능선길이라 산행이 훨씬 변화무쌍하고 재미있다. 조망도 시원하다. 산 아래의 창녕읍과 우포늪 일원의 널따란 평야도 발 아래로 엎드린다.


▲ 조각칼로 깎아놓은 듯한 위압적인 직벽, 층층이 떡시루를 쌓아올려 놓은 듯한 울퉁불퉁 솟은 기암괴석과 암봉들이 신비롭다.


▲ 절벽과 기암으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 하산길 암릉구간.


▲ 아기자기한 바위를 타넘고, 성벽 같은 바위를 우회하며 암릉길을 이어가면 정자 쉼터인 자하정이다. 자하정을 지나면 암릉구간은 끝나고 낙엽송림으로 들어선다.


▲ 체육공원과 화왕산장을 지나면 초반에 지나쳤던 계곡 다리 앞 갈림길에 이른다.


▲ 계곡 다리 앞 갈림길을 지나면 그대로 왔던 길을 되밟아 자하곡매표소에서 산행을 마친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3-11-07 11:13:48 산&산 시리즈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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