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53> 김해 무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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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1,152 작성일19-05-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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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후의 전설을 품은 모은암.

 

가까우면서도 멀어 보이는 산이 김해 무척산(702.5m)이다. 김해라는 지명으로 볼 때는 가까운 것 같아도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기에 무척 먼 산으로 인식된다.

 

김해시 상동면과 생림면의 경계지점이며 북으로는 낙동강과 접해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무쌍산, 무착산이라고도 불리며 산의 형상이 밥상을 받은 모양이라서 식산으로도 불린다. 한때 가야산, 허공산의 이름으로 불리다가 무착선사가 공부하여 도를 이뤘다 하여 무착, 무척산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산세가 좋고 경관이 수려하며 많은 사찰과 수로왕과의 전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가까운 듯해도 접근성 떨어져 먼 산 

김해 상동면·생림면 경계지점 위치 

가파른 길에 돌계단 많아 미끄럼 주의 

소나무 연리지에 연인의 기도 떠올려 

일제 항거한 흔적 남은 구국 기도원 

30여 분 더 걸으면 신선봉 정상 도착 

 

모은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왼쪽 돌계단 길을 걸어 가락국 시조 수로왕의 부인이 인도에 있는 어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해 지었다고 전해지는 모은암을 향해 오른다. 모은암과 더불어 무척산의 백운암, 불모산의 장유암, 굴암산의 성불암, 천태산의 부은암, 신어산의 은하사, 지리산 칠불암 등 사찰이 허황후의 오라버니 되는 장유 화상이 전파한 남방불교와 관련있는 사찰로 알려져 있다. 가파른 길에 놓인 돌계단이어서 미끄럼에 주의를 하면서 걷는다. 10여 분 걸어서 도착한 모은암은 바위 틈새에 요사채를 지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숨이 있다. 시원한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운다. 벌써 여름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이기에 오르막에 물이 많이 먹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빛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 사이가 가장 아름답다. 맨몸으로 겨울을 지내 오다가 막 속옷 하나를 꺼내 입고 밖에 나온 처녀만 같은 형국이 어쩜 섹시미까지 풍기는 산이 이때다. 그게 아니라면 솜털 보송보송한 속살 위에 부드러운 연둣빛 속옷을 입혀 내놓은 아가처럼 아장거리며 봄빛 속을 걸어 내게 온다. 나는 그 속살을 헤집으며 점점 더 깊이 봄산에 빠져 든다. 

 

모은암에서 되돌아 나와 산길을 따라 걷는다. 정비가 잘되어 있지만 스토리텔링은 그렇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화살표 아래 ‘장군바위’라고 이정표를 잘 만들어 두었는데 그 옆에 누군가가 ‘어디?’라고 토를 달아 놓았다. 화살표 옆에 30m라고 적어놓았으면 그 어디라는 토는 달려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등로 곳곳에 나무 의자를 세워둔 배려가 퇴색되는 느낌이다. 

 

천지 가는 길에서 만난 개별꽃.천지 가는 길에서 만난 개별꽃.
조용한 산길 길 옆에 핀 개별꽃을 보고난 뒤 조금 더 오르니 산길 옆은 온통 얼레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천지 아래쪽 얼레지는 막 꽃이 지고 몇몇이서만 뒤늦게 꽃을 달고 있었다. 천지 위쪽 편으로는 얼레지가 만개한 꽃을 날려 보낼 듯이 꽃잎을 맘껏 뒤로 제치고 요염한 자태를 취하고 있다. 저 꽃을 감히 누가 꺾을 수 있겠는가? 

얼레지 꽃을 정신없이 보고 가다가 가지를 서로 붙이고 껴안고 있는 두 그루 소나무를 만났다. 연리지란다. 하나의 가지를 공유하고 있다. 이 나무 앞에서 연인이 맹세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이뤄진 사랑이 몇이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름다운 스토리다. 연인들은 영원히 이별하지 않을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을 간직하기 위하여 다리에 쇠통을 걸어놓고 열 수 있는 열쇠는 강물에 던져 버리기도 한다. 나무가 서로 얽혀 있는 모습 앞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사랑을 꿈꾸는 이들은 무엇인가를 소망하며 기도를 올릴 것이다. 그들을 위해 나무는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굿굿하게 손을 맞잡고 떨어지지 않고 서있는 것이리라.  

구국 기도를 위해 만들어진 무척산교회 기도원 입구.구국 기도를 위해 만들어진 무척산교회 기도원 입구.
그런 삐딱한 생각으로 걷다보니 금방 천지 못 곁에 있는 무척산기도원에 당도하였다. 일제 강점기 때 한국인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창씨개명, 한글사용금지, 신사참배 강요 등 만행을 자행하였다. 이에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통해 일제에 항거하며 민족의 해방과 나라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한상동 목사(고신대학교 설립자)와 몇 명의 동지들이 모여 이곳 무척산에 올라 구국기도를 하면서부터 기도원으로 자리 잡았다. 

기도원 앞에는 커다란 못이 있다. 천지로 부른다. 이 못은 백두산에 있는 천지를 연상하게 한다. 못 주위로 빙 둘러 여러 봉우리들이 감싸고 있고 둑을 가로질러 넘치는 물이 모은암 쪽으로 계곡을 타고 흘러내려 폭포 하나를 만든다. 규모만 작을 뿐이지 꼭 백두산의 모습과 흡사하다. 천지에는 재미나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수로왕이 붕어하여 장사를 지내려고 묘혈을 팠더니 물이 자꾸만 고여 장사를 치르지 못하고 있을 때 수로왕비를 인도에서부터 수행해온 신보가 높은 산에 못을 파면 막을 수 있다고 하여서 무척산 정상 부근에 못을 파서 수로왕릉 자리에 고인 물을 끌여 들여서 장례를 무사히 치르게 하였다는 전설이다.

기도원 식당 앞을 통과하여 골짜기로 난 길을 따라 능선으로 올랐다. 능선에서 좌측으로 800여m쯤 거리에 백운암이 자리하고 있다. 백운암은 수로왕비의 오빠인 장유 화상(보옥선사)이 세웠다는 전설이 있는 사찰로 고려시대 감로사의 말사로 추정된다. 경내에는 조선시대 만들어진 종 모양의 부도가 남아 있다.

왔던 길을 돌아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능선을 따라 돌면서 보아도 울창한 산림 때문에 천지는 보이지 않았다. 30여 분 걸어 무척산 정상인 신선봉에 도착한다. 거대한 정상석이 김해의 경제능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우람하게 시내 쪽을 바라본다. 낙동강이 보이고 그 너머 천태산, 토곡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신어산이 자리 잡고 있다. 삼랑진 철교와 대구-부산 신고속도로가 터널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생림 들녘과 밀양 들녘의 일부가 넓게 펼쳐져서 풍요로움을 자랑한다. 울진에서 왔다는 아주머니들이 정상을 차지하는 바람에 얼른 자리를 비켜주고 하산길을 재촉했다. 

신선봉 정상 아랫쪽 수로왕능과 연결된다는 천지못.신선봉 정상 아랫쪽 수로왕능과 연결된다는 천지못.
능선길을 좌측으로 조금 내려서니 석굴암 쪽을 가르키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하산길은 절로 내려간다. 다리가 풀려 낙상사고가 우려 되지만 다년간 훈련 덕분에 몸이 중심을 잘 잡아 주었다. 특히 미끄러짐에 주의를 요하는 길이다. 

오를 때 보았던 연리지가 하산길에서도 있다. 두 나무가 세 군데나 서로 엉겨붙어 있어 도저히 떨어질 것 같지 않는 삼쌍연리목이다.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했으면 세 곳이나 붙어 있을 수 있는가? 가파른 길로 더 내려가다 보면 거북바위, 흔들바위가 연이어 나타난다. 흔들바위는 곧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아 보인다. 이 산에는 기암괴석이 많다. 행운의 바위, 희망의 바위, 공룡알 바위, 장군바위, 탕건바위(하늘벽 바위) 등은 암벽등반의 명소라고 한다, 바위 몸통에 박혀있는 숱한 하켄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초보에서부터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코스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석굴암을 지나 이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만났고 이어 모은암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렇게 산행 시간은 식사시간을 포함하여 4시간이 소요되었다. 만보기 수치는 2만 보가 조금 못 미친다. 볼거리가 많아 아기자기한 맛이 시 한편을 읽고 온 것 같은 멋진 산이다. 


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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