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52> 대구 비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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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468 작성일19-05-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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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서 만난 만개한 진달래를 배경으로 멀리 지나온 천왕봉이 보인다.

 

진달래꽃 천지가 된 현풍 비슬산을 걸었다. 비슬산은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청도군에 걸려있는 산으로 정상 천왕봉이 해발 1084m로 주변에 청룡산(795.1m)과 신성산(653m)을 거느리고 대구 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가졌다. 비슬이란 이름은 비파 비(琵)와 거문고 슬(瑟)자를 합쳐서 된 이름으로 정상의 바위가 신선이 앉아 비파를 켜는 형상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비슬산은 진달래 명산으로 우리나라 제일을 자랑한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도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지만, 진달래 군락의 광대함이나 우람한 산세는 비슬산에 미치지 못한다. 산이 높아 소쿠리 테에 해당하는 정상 부분의 능선을 따라 걸으면 소쿠리 바닥에 거대한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는 걸 본다. 올해 달성군 비슬산 축제는 4월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자연휴양림 주차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멀리 비슬산 정상인 천왕봉이 붉은 바다에 뜬 섬이 되는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려고 4월 말이면 비슬산을 찾는다.

 

해마다 4월 말쯤이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만개한 진달래 군락을 보려고 몰려든다. 지난번 천태산에서 본 진달래는 군락이 아닌 나무 사이에서 수줍은 듯 피어 있는 투명한 꽃이었다. 그러나 비슬산 진달래 군락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며 해발 700m에서부터 1000m 대견봉 정상에 이르기까지 붉은빛 꽃의 바다를 이룬다. 

 

대구 달성군~청도군 사이 해발 1084m 

우람한 산세에 으뜸 가는 진달래 군락 

이번 주말 천왕봉은 붉은 바다에 뜬 섬 

지친 마음 달래 주는 주능선 노란제비꽃 

능선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물줄기 장관 

등산로 곳곳서 만나는 기이한 바위들 

 

이 산에 진달래가 피는 시기는 4월 말쯤에 절정을 이룬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기온이 따뜻해져서 꽃 피는 시기가 이르지 않을까 하여 조금 빠른 시기에 비슬산을 찾았다. 그러나 그런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음을 정상 가까이 접근해 갈수록 느낄 수 있었다. 정상 부근 진달래 나무 아랫도리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 있었다. 얼음을 품고서야 어찌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차를 몰아 유가사 주차장에 세워두고 유가사 왼쪽으로 난 수도암 가는 쪽 도로를 타고 걸으면 된다. 암자 앞을 지나서부터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등산로는 어느새 도로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앞서가는 한 무리 등산객을 만났다. ‘분당여성산악회’라는 패찰을 달고 있었다. 분당이라면 서울 근교의 신도시가 아닌가. 그 먼 곳에서 이 산에 찾아온 이유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비슬산 진달래가 전국 최고이며 제일 아닌가요. 멀리서 올 이유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아주 신념에 찬 목소리로 물어본 이를 무안하게 하였다. 쳐지는 일행을 다독이는 사이에 그들을 앞질러 가파른 계단길을 재촉했다. 등산로 옆으로 펼쳐진 진달래꽃나무는 아직 일러 꽃망울만 맺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산괴불주머니꽃이 노랗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며 쉬어 가라고 유혹을 한다. 진달래꽃이 피기에는 봄이 아직 예까지 못 온 것 같다. 주봉 너머 양지쪽에는 활짝 핀 진달래가 맞이해 주겠지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계단길을 오른다. 

대견봉에서 바리본 대견사 마당 끝 바위.벼랑 끝에 놓인 삼층석탑이 아찔하다.대견봉에서 바리본 대견사 마당 끝 바위.벼랑 끝에 놓인 삼층석탑이 아찔하다.
비슬산 북사면을 따라 난 길을 걷는다. 햇살이 부족한 탓인지 돌과 나무에는 이끼가 끼여 바위와 나무들이 푸른빛으로 보였다. 주능선 가까이 올랐을 때는 노랑제비꽃이 군락을 이루며 밝은 미소로 지친 마음을 달래 주었다. 진달래를 대신하여 작은 풀꽃들이 무수히 피어 섭섭함을 가시게 하였다. 정상으로 연결되는 주능선에는 1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수도암에서 조금 지나친 곳에서부터 줄곧 이어진 계단길을 숨가쁘게 걸어서 도착한 것이다. 능선에 당도하자 전망이 툭 터졌다. 낙동강 물줄기와 대구 남산 달성보까지 보였다. 그 접점에서 빤히 보이는 천왕봉 정상까지는 40분이 소요되었다. 휴일이 아닌데도 진달래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등정하였다. 

정상에서 조화봉, 자연휴양림 쪽으로 길을 잡고 능선을 따라 걸었다. 갈수록 진달래 개체수가 늘어나 여기가 진달래 군락지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제각기 서 있는 나무들이 모두 꽃을 피운다면 소쿠리같이 움푹한 분지를 이루고 있는 곳은 붉은 바다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천왕봉 봉우리는 붉은 바다에 떠있는 섬이 될 것이다. 전망을 알려주는 게시판에 지난 사진을 보지 않더라도 그런 개연성은 충분히 안고 있다할 것이다. 

아직 터지지 않은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노라니 문득 분당에서 온 여성 등산객들이 생각났다. 이 먼 곳까지 와서 개화한 진달래도 못 보고 돌아가야 할 생각을 하니 오히려 내 마음이 안타까웠다. 하긴 남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당장에 나도 붉은빛 출렁이는 비슬산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내 코가 석자다.

양지 바른 곳에서 도시락을 비우는데 추운 날씨에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른다. 쓰고 있는 모자에서는 오르막을 걸을 때 흘린 땀이 고였다가 발등에 뚝뚝 떨어진다. 가져간 옷을 죄다 꺼내 껴입어도 한기가 엄습해 온다. 보온밥통에 넣은 밥을 먹었어도 온몸이 떨려온다. 빨리 일어나 걸어서 몸을 덥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능선길을 뛰다시피하여 조화봉 쪽으로 갔다. 오른쪽 아래 사면에는 꽃망울을 맺은 진달래 군락지가 끝없이 펼쳐진 전망이다. 

유년이 뛰놀던 진달래 산천아 
품에 들어 젖꼭지 물고 옹알이하고 싶다 
붉은 바다 네 얼굴색에 취해 
수줍게 충혈된 눈을 간직하고 
네 가슴을 달려 봄이 되고 싶다 
입술 새파랗게 질리도록 꽃을 깨물어 
숱한 꽃을 가슴에 들인다 

4월 비슬산을 갈 때에는 배낭에 막걸리 한 통만 넣어 가라고 말해 주고 싶다. 산에서 음주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진달래 군락지 전망대에 앉아 한 잔 가득 막걸리를 따르고 진달래꽃을 따서 잔에 띄우고 마신다면 더 붉고 황홀한 진달래 산천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잔도 말고 그렇게 딱 한 잔만 마시고 술에 취하고, 진달래 꽃빛에 취한 얼굴이 만산홍엽 비슬산과 한 몸이 되는 체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술이 깨거든 바위가 빚어내는 온갖 형상에 붙인 이름이 잘 붙여졌는지를 확인해 볼 일이다.

조화봉과 대견봉이 갈라지는 길목에 선다. 왼쪽으로 가면 강우측정소가 있는 조화봉 쪽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대견사가 있는 대견봉 쪽이다. 원점 회귀하기 위해서는 대견봉 쪽으로 길을 선택해야 한다. 5분여를 가다보니 길을 막고 선 바위가 두 개나 나온다. 일명 기(氣)바위다. 비슬산의 기가 모여 있는 바위란다. 이 기바위를 한번 안으면 비슬산의 정기가 몸 안에 들어와서 건강하게 하는 일이 술술 풀린다고 안내판에 써놓았다. 

대견사에서 보는 전망은 일망무제다.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친다’는 대견사는 신라 헌강왕(810년)때 보당암으로 개설된 사찰이다. 1917년 일본의 기를 꺾는 사찰이라하여 강제 폐사하여 100여년 간 폐사지로 있다가 2012년 호국 사찰로 복원하였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22년간 주지로 있었던 사찰이다. 

등산로 곳곳마다 기이한 형상의 바위에 이름을 붙여 놓고 설명을 해 놓았다. 스토리텔링이 잘되어 있어 그것들을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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