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51> 양산 천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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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1,012 작성일19-04-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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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랑진 양수발전소 상부댐인 천태호는 해발 400미터에서 하늘을 품고 잠들어 있다. 천태호는 양수 발전을 위해 물을 죄다 쏟아내 버렸는지 갈증을 토해내며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길 고대하는 것 같다.

 

천태산은 진달래가 한창이다. 양산시 원동면에 있는 천태사에서 출발하여 원점 회귀 산행을 한다. 사찰 경내를 곧바로 관통하여 계곡을 따라 직진하면 천태폭포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경내를 막 벗어난 지점에서 좌측으로 빠져나가는 희미한 길은 천태산 암장으로 가는 길이다. 실내 암장이 보편화 되기 이전인 1970~1980년대에는 암벽 등반을 하는 이들에게는 원전 중 하나였던 곳이다. 폭포로 가는 길은 돌너덜에 잘 정비된 덱 계단을 설치하여 폭포 위쪽까지 연결되어 있다. 줄을 잡고 오르던 긴장감 있는 길을 지우고 공원길 같은 편안한 덱를 만들어 위험을 줄인 점도 있지만, 스릴 넘치는 긴장감을 앗아가 버린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천태폭포는 며칠 전 내린 비로 보기 좋을 만큼 큰 물줄기를 가졌다. 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장관을 이루기도 하였는데 댐이 들어서서 물줄기를 가로막아 어린애 오줌 줄기 같던 물줄기가 그나마 며칠 전 내린 비로 수량이 늘어 제법 볼만해졌다. 폭포 위에 올라서면 비교적 평탄한 곳이 나타나고 5분여 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가면 댐의 왼쪽으로 연결된다. 그 길로 올라 천태산 정상을 갔다가 당곡이나 중리로 떨어지는 천태능선 종주를 할 수도 있다. 원점 회귀이기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동 천태사서 출발 원점 회귀 산행 

댐 들어선 천태폭포 줄어든 물줄기 

해발 400m 천태호도 바닥 드러내 

정상에 서면 만어산 구천산 등 한눈에 

폭포 지나 갈림길엔 자생 얼레지 군락 

수산·밀양 들판 비닐하우스도 장관 

 

갈림길에서부터는 자생하는 얼레지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얼레지꽃은 수줍은 듯 바람에 하늘거리며 춤을 추고 있다. 가녀린 소녀만 같다. 조금 더 가서 오른쪽으로 굽어질 때 양철판에 ‘길 없음’ 표식을 단 철제 말뚝이 서 있다. 이전에는 댐의 오른쪽 끝에 설치된 계단을 통해서 남쪽 능선에 붙을 수 있었는데 한전에서 그 길을 봉쇄해 버리고 숲속으로 등산로를 새로 개설하여 천태산 정상을 가도록 만들어 놓았다. 계곡을 따라 끝까지 가면 천태산 남쪽으로 가는 능선에 연결되는 길이 있었는데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낙엽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댐이 들어서기 전에 천태산은 부산 등산인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완행열차인 비둘기호를 타고 원동역에 내리면 천태산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만원을 이루던 버스는 댐이 건설되고 폭포의 물줄기가 끊어진 다음부터는 사람들 발길도 뚝 끊어졌다. 버스 노선도 폐지되고 하루에 두 번밖에 다니지 않는 양산 시내버스로 만족해야 했다. 댐을 쌓아 올린 거대한 석축더미가 환경을 파괴한 주범으로 볼썽사나워 천태산을 많이 기피하기도 하였다. 

 

색이 한결 선명한 진달래가 밝은 웃음을 띠고 맞이하는 산길.색이 한결 선명한 진달래가 밝은 웃음을 띠고 맞이하는 산길.

우리나라 산 어디를 가도 4월이면 진달래가 만발하여 흥겨운 산행을 만들겠지만 특히 천태산 진달래는 더욱 아름답다. 꽃을 따먹던 이야기나 꽃술을 담가 마시던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걷는 산길이 퍽이나 정감스러워 진다. 

능선에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기표가 잘 부착된 선명한 길을 따라 오른다. 안내 표지판도 잘 세워져 있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널찍한 길이 걷기에 쾌적하다. 아직 댐보다 높이 오르지 못했기에 호수는 보이지 않는다. 천태산 정상 가까이 가야 호수가 눈에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고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누르며 걸었다. 댐 높이보다 조금 높이 이르렀을 때 호수가 보였다. 가뭄이 들어서인지 물은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다. 물이 빠져나간 산정 호수는 산이 무너질 듯 그 깊이를 다 보여 주고 있었다. 이곳은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안태리에 있는 순양수식 지하발전소가 있다. 1985년 준공한 우리나라 최대의 양수식 발전소다. 해발 400m에서 하늘을 품고 있던 천태호가 양수 발전을 위하여 물을 죄다 쏟아내 버렸는지 갈증을 토해내고 있다. 바닥에 남은 물이 산과 하늘을 품고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길 고대하는 것 같았다.

진달래꽃도 따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올라간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양산시와 밀양시의 경계지점인 정상은 해발 630.9m로 발 빠른 밀양시에서 정상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둘러보면 보이는 산들이 예쁘고 아름답다. 만어산, 구천산, 가까이 금오산, 토곡산, 강 건너 무척산, 그리고 수산 들판과 밀양 들녘의 비닐하우스들이 강물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정상에서는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뒤이어 오는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줍은듯 낙엽더미를 뚫고 봄을 맞는 얼레지 꽃 군락.수줍은듯 낙엽더미를 뚫고 봄을 맞는 얼레지 꽃 군락.

우리 삶도 그렇다. 오르막을 힘들여 올랐다 해도 정상에는 길게 있어봤자 오분 정도다. 아무리 경관이 아름다워도 더 오래 붙들고 있을 수가 없다. 잠시 머물다가 내려서야 한다. 정상에서 바라다보이는 하늘 호수는 물을 다 내어주고 난 빈약한 상태이지만 있는 그대로 많은 의미를 전달해 준다. 그것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바라다보는 이의 능력일 것이다. 

호수는 잠들어도 하늘을 품고 있다 
물놀이 하고 싶은 하늘이 
산정 호수에 내려앉아 
간간 흘러가는 구름을 데리고 
깊은 수심에 걸친 발을 빼지 못한 채 
윤슬을 타고 가다 미끄러져 넘어진다 
하늘도 누군가의 가슴에 들어 
쉬고 싶었나보다 산과 한 가지로 
호수 밖을 나서는 법이 없다 

정상을 지나 금오산 쪽으로 가는 능선을 타고 가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오산 정상을 갔다가 염동 쪽으로 하산을 하여 그곳에서 삼랑진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도 있으나 천태공원 쪽으로 내려가다가 갈림길에서 천태호 물가에 가보고 싶어 아래쪽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물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가져간 도시락을 먹었다. 봄물이 가득 넘칠 때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천태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등정을 쉽게 하고자 하는 이들이 몰고 온 자동차들이 여유 공간을 남기지 않고 몰려 있었다. 도로는 삼랑진으로 이어진다. 

도로를 건너 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능선을 올랐다. 능선에서는 양수 발전소의 하부 댐인 안태호가 눈에 들어온다. 물이 넘치도록 가득 차 있다. 천태호가 흘려보낸 물을 가득 마시고 배가 불러 누워있는 형상이다. 낮에는 천태호 물을 아래쪽으로 흘려보내며 전기를 생산하고 밤에는 남는 전력을 이용하여 하부 댐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 올리는 방식의 양수 발전소인데 하부 댐인 안태호는 물이 넘쳐나고 상부댐인 천태호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삼랑진 쪽 조망을 보며 가다가 능선에서 물웅덩이를 지난다. 거기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에서 왼쪽을 택해야 천태사 쪽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고개까지 이어져서 먼 길을 우회해야 한다. 

하산길에서 처음에는 옛 생각에 젖어 진달래꽃을 따 먹기도 하며 유유자적하며 내려갔다. 다시네 갈래 길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90도 왼쪽으로 꺾어 옆으로 치고 가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 표식이 달렸다고 직진하게 되면 85도 경사도를 지닌 벼랑길을 만나게 되는데 낙엽에 파묻혀 자취도 없을뿐더러 미끄럽기 그지없어 네발로 가야 하는 고생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기표도 변변찮다. 왼쪽 길은 폭포 위 평평한 곳에 나 있는 갈림길과 연결되는 길이다. 비교적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위험에 처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표지판도 설치되어 있는 안전한 길이다. 아주 위험한 길을 네 발로 내려오다 낙엽 더미에 몇 번 넘어져 가며 천태사에 도착하였다. 용을 쓰고 내리막길에서 나무 둥치를 보듬느라 어깨가 뻐근하다. 산행 시간은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총 5시간이 소요되었다.
 

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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