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50> 양산 물금 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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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919 작성일19-03-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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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과 내리막의 조화를 이룬 오봉산 능선에서 바라본 낙동강 본류의 모습이 유려하다. 이 곳에서 임경대를 마주볼 수도 있다.

 

비가 씻어간 대기가 청명하다. 이럴 때는 산을 가고 싶은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다. 꾸려놓은 배낭을 훌쩍 둘러메고 밖을 나선다. 가까운 산을 향해 출발이다.

 

부산 대구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양산 들판에서 물금 뒤쪽으로 우뚝 솟아난 산이 보인다. 이 산은 남성미를 뿜어내어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까워서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산이기에 마음먹고 가보기로 한다. 이름이 오봉산이다. 다섯 봉우리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신기삼거리서 10분 걸으면 산행 초입

돌계단 따라 오르면 주능선 길과 만나 

정상 감싼 신어산·무척산·토곡산… 

능선서 조망하는 낙동강 을숙도와 하단 

 

물금 신기삼거리가 하차지점이다. 아파트 공사 현장을 끼고 왼쪽을 타고 포장길 끝에서 공사장 측에서 만들어 준 산으로 이어진 철제 계단을 오르면 바로 임도가 연결된다. 그 임도를 따라 10여 분 오르면 첫 이정표를 만난다. 오봉산 정상 1.4km, 물금파출소 0.6km, 장안사 0, 2km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신기삼거리에 물금파출소가 있었다. 

임도 따라 양쪽으로 간벌하지 않은 소나무들이 자유분방하게 자라 하늘을 가렸다. 돌계단을 단정하게 만들어 놓은 걸 보아 이 길은 발이 만든 길이 아니라 손이 만든 길이다. 돌을 갖다가 맞추어 계단을 놓고 길을 가는 사람들이 편안하도록 해 준 손의 아름다움이 계단마다 배어 나온다. 산 중턱에는 체육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주변에는 맥문동과 수선화를 심었는지 수선화 잎이 새파랗게 돋아나 있다. 중심부에는 꽃대가 올라와 있어 3월 하순쯤이면 노란 꽃을 달고 얼굴을 밝히게 될 것 같다.

숨 한번 가다듬고 다시 길을 오른다. 정교하게 다듬어놓은 돌계단이 보인다.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그 끝 지점에 주 능선 길에 도달한다. 돌계단을 오르기 싫다면 갈림길 오른쪽 오솔길로 접어 가면 잘 가꿔진 무덤이 있다. 무덤 뒤로 난 오르막을 오르면 작은 산줄기 능선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곳에 세 번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거기서 주능선과 연결되는 오르막을 탄다. 

발이 만든 길은 비틀거린다. 세파에 많이도 흔들린 발이었는지 가파른 오르막에서 갈지자로 왔다갔다 한다. 능선을 타고 다시 주능선에 도착한다. 능선 삼거리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곳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북쪽으로 먼 길 걸어온 낙동강이 빛을 받아 환하게 몸을 드러낸다. 탁 트인 조망이 너무나 시원하다. 정말 멋진 절경을 펼쳐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능선의 아래쪽에 임경대라고 하는 절경이 숨어 있다. 능선 삼거리에서 다시 30분을 가면 오봉산 정상(533m)에 도착한다. 돌탑을 쌓아 놓았다. 정상석이 두 개나 되었다. 정상에서 비상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둘러보니 이름을 알만한 산봉우리들이 빙 둘러 오봉산을 감싼다. 신어산, 무척산, 토곡산, 어곡산, 영취산, 천성산, 금정산, 백양산, 승학산, 동북간으로 멀리 작은 오봉산 봉우리가 놓여있다.

오봉산 주능선 끝지점인 작은 오봉산에서 되돌아본 오봉산 능선이 나를 따라오듯 이어져 있다.

오봉산 주능선 끝지점인 작은 오봉산에서 되돌아본 오봉산 능선이 나를 따라오듯 이어져 있다.

마주 오는 사람 중에 라디오를 크게 틀고 들으면서 오는 이가 있었다. 꼭 그런 분이 있다. 속세의 소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하다는 사람들이다. 속세를 지고 다니는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도 더러 만난다. 앞질러 가는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한 촌평을 날린다.

“산이 제 집구석인 줄 아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이기주의에 빠진 것을 염두에 두고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날려 보낸다. 물론 라디오를 든 남자에게는 들리지 않을 거리에서 날린 원투 펀치다.

조금 내려가니 바위에 쇠못을 박아 하얀 줄로 안전 펜스를 친 내리막이 있고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가야 할 길은 그 오르막이 아닌 왼쪽 평탄한 길이었지만 호기심에 줄을 잡고 오르막을 올랐다. 편평한 바위 위에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고 있는 듯 좋이 500살은 더 되어 보이는 노송이다. 노송 앞에서 바라다보는 전망도 예사롭지 않다. 돌아 내려가더라도 잘 올랐다 싶다. 오봉산 능선은 분양받고 싶은 전망 좋은 방들이 수없이 많다. 

능선길을 걸으면 속세의 온갖 소리도 올라왔다. 엠블런스가 내는 비상 신호음과 더불어 경찰차가 내는 경광등 소리, 자동차 경적 등등 다행히 사람들 다투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오봉산 정상에서부터 가는 길은 내리막인데 가끔 오르막이 숨겨져 있고 오르막 뒤에는 다시 내리막도 숨겨져 있다. 우리 삶의 길처럼 고난 뒤에는 편안함이 편안함 뒤에는 다시 고난이 숨어 있다.

산길 이어지는 내리막에서도 

불현듯 오르막은 나타난다 

계속되는 오르막 산길에서도

내리막은 간간 숨겨져 있다

그대 걸어 지나 온 길이 

늘 그러하지 않았느냐 

능선은 조망이 좌우로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물금 쪽 조망은 우뚝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꼭 괴물 같다고나 할까. 땅 위로 문득 솟아난 사각형 주상절리 마냥 시멘트 덩어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한 치 여유도 없이 빈들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문득 드는 생각에 인구도 감소한다는데 저렇게 많은 아파트들을 지어도 다 분양이 될까하는 염려가 먼저 찾아온다. 예전에는 성냥갑들을 쌓아 올린 것이라고들 하였으나 지금은 그 정도를 넘어 그냥 시멘트 덩어리를 땅에 박아놓은 그런 형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 멀리 보면 금정산 고당봉과 장군봉 봉우리가 가까이 보이고 낙동강 을숙도와 하단의 풍경까지 바라다보이는 조망이 특별히 전망대를 만들어 놓지 않았어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만든 거대한 안식처와 자연을 두루 볼 수 있다는 게 오봉산의 매력이다. 

이정표에 잘 나타나 있다가 갑자기 날아가 버린 작은 오봉산이란 글자가 안보여서 잠깐 당황하였다. 200m 오르막에 올라서니 그제야 작은 오봉산이라는 이정표가 붙어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산불 감시소가 있고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체육시설도 있고 쉬어가라고 팔각정도 만들어 놓았다. 팔각정에 앉아 먼 원경들도 요모조모로 뜯어보면서 가져간 도시락을 먹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버릴 수 없는 한 몸이다 

앞으로 걸어갈 길 또한 그러하거늘 

힘들다고 서둘러 길을 외면하지 말고 

그대 발이 익숙해질 때까지 

산길을 벗지 말 일이다 

하산길은 팔각정에서 바로 내리막으로 접어들어도 되고 왔던 길을 되돌아 오봉산 둘레길을 따라 원점 회귀도 할 수 있다. 작은 오봉산이 사라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뒤로 화제 가는 임도를 따라가다가 둘레길을 탈 수도 있다. 혹은 고개에서 대동아파트 쪽으로 800m 정도 내려오면 앞쪽 둘레길이 있다. 오늘은 바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고 내려온다. 

세파에 시달린 발이 만들었는지 갈지자로 심하게 좌우로 구부러져 있다. 온전한 정신으로도 비틀거리며 내려가게 된다. 다시 속세로 가는 급경사 하산길이지만 맑은소리로 우는 새소리 덕분에 속세에서 들려오는 잡다한 소리를 지울 수가 있었다. 오봉산을 내려가면 원경이나 근경을 쉽게 조망할 수 있는 능선이 간직한 전망대가 다시 그리워질 것 같다. 가파른 길을 무릎에 힘을 주며 내려오니 물금 대동아파트 뒤편 관음사 입구였다. 

점심 식사 시간까지 포함하여 산행시간은 세 시간이었다. 신기삼거리까지는 원동행 버스를 타야겠지만 배차 시간 간격이 커서 택시를 타고 갔다. 요금은 4700원이다. 

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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