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49> 구봉산~엄광산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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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1,369 작성일19-03-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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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올라가더라도 따뜻한 가슴을 내어주는 엄광산 정상에서 꽃마을로 내려오는 길. 오솔길이 천천히 내려가며 나만의 시간을 가져라고 이야기한다.

 

오랜만에 산행을 한다. 가슴에 든 산을 뽑아내 눈앞에 세운다. 그 산을 오르는 것이다. 시내 중심에서 가까이 있고 접근도 용이한 구봉산-엄광산을 세우고 집을 나선다. 민주공원 혹은 중앙공원으로 불리는 곳에서 시작하면 된다. 목적지가 너무 멀거나 접근이 복잡하다면 출발에서부터 부담을 초래할 수가 있다. 그러나 구봉산-엄광산은 시내에서 늘 보아왔던 산이기에 너무나 친근할 정도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옆집에 가는 차림으로 산을 가도 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작은 배낭에 물과 간식 약간 챙겨 넣고 훌쩍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는 순간 나는 길 위에 선다. 좁은 골목길이든 아파트 베란다 복도이든 발 아래 길이 놓인다. 그때 길은 나를 업고 어디론가 멀리 떠날 채비를 한다. 여행자는 길의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워해도 안 된다. 내가 곧 길이 되고 길이 곧 내가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길은 발이 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가는 것이다. 

 

민주공원~꽃마을 이어지는 친근한 길 

동구·서구 경계 이루며 부산 경치 조망 

북항·남항 한눈에 담는 구봉산 봉수대 

엄광산 하산길 험로 지나 만나는 편백 

 

민주공원이 종점인 버스는 여러 노선이 있다. 민주공원행 버스 종점에 내려 구봉산을 향해 출발한다. 현충탑 입구 왼쪽으로 동대신동 넘어가는 도로를 따라 100여 미터쯤 가면 산에 드는 입구가 나온다. 산불 감시소가 있지만 지키는 분이 없다. 입산하는 사람이 스스로 조심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길은 편백 숲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지를 통과하여 나아간다. 

 

오늘 가야 할 길은 엄광산, 구봉산, 복병산, 용두산, 용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능선길이다. 용미산은 옛날 시청 자리였다가 지금은 롯데백화점이 자리 잡은 곳에 있었다는 작은 바위산이다. 이 줄기 흐름 끝에 놓이는 곳이 절영도라 부르는 영도에 해당한다. 

 

오늘 가야 할 길에 놓인 봉우리는 전부 다섯 봉우리다. 오르락내리락 하며 서구와 동구의 경계를 이루기도 하는 능선을 따라 햇살이 늘 함께한다. 출발점에서 15분 정도 오르면 평평한 체육공원에 도달하고 그곳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여 가파른 구봉산 봉수대 봉우리를 오른다.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북항과 남항의 조망이 시원하다. 부산에 사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산봉이다. 봉홧불을 올려 적의 내침을 알리던 봉수대가 있는 봉우리다. 동구 사람들이 새해 첫날에 해맞이를 하기 위해 오르는 봉우리이기도 하다. 그곳에 없어도 될 흉물스런 덱 계단을 10여분 내려가면 부산항 항로표지등이 설치된 철탑을 만날 수 있다. 부산항에 입출항하는 배들이 항로를 식별하기 위해 초록색 빛을 따라가면 될 수 있도록 밤낮으로 불빛을 비추어 준다. 뒤쪽 항로표지등은 엄광산 정상 부근에 놓여 있어 두 개의 표지등에서 내는 불빛을 일직선으로 맞추어 놓고 그 불빛을 따라 입항하거나 출항하면 항로를 벗어나지 않고 쉽게 드나들 수 있겠끔 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부산 민주화 투쟁의 역사와 시간을 간직한 민주공원에서 엄광산~꽃마을 산행을 시작했다.부산 민주화 투쟁의 역사와 시간을 간직한 민주공원에서 엄광산~꽃마을 산행을 시작했다.
그곳에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하고 다시금 오르막을 오른다. 다소 가파르지만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니다. 15분여 만에 구봉산 정상(431미터)에 도착한다. 잘 닦아 놓은 등산로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등산로 주변에는 철쭉을 심어 놓아서 철쭉이 피는 오월 경에는 아름다운 꽃구경도 맘껏 할 수 있는 길이 될 것 같다. 구봉산 정상에서는 수정산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있다. 부산진역 부근에서 바라다보이는 산 능선이 수정산이다. 안창마을까지 갈 수 있기도 하다. 언제 시간 내어 이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오늘은 다시 능선을 잡아 다소 가파른 길 끝에 놓인 네 번째 봉우리인 엄광산 제 2봉에 도달한다. 그러나 길게 이어지지는 않아 힘들만 할 때 봉우리 끝에 닿을 수 있다. 엄광산은 주례, 개금, 가야 쪽에서도 많이들 오르내리고 있다. 그쪽에 사시는 분들은 그곳이 앞쪽이 된다. 수정동, 초량, 중구 쪽에서 보면 뒤쪽인 곳이다. 사람들 생각은 모두 자기중심적이다. 산의 뒤쪽에 대하여 생각하며 산길을 걷는다.

늦게라도 알지 못했다 산은 
뒤가 없다는 것을 언제나 
몇 바퀴를 돌아와도 앞이 전부다 
불현듯 산에 등 붙이고 살고 싶어 
애써 뒤로 돌아가 보지만 산은 
앞으로만 만나 준다 

엄광산 정상(504m)에 도착하니 12시 10분이다. 쉬엄쉬엄 걸어서 1시간 50분 만에 도착했다. 엄광산, 빛이 모이는 산이라는 의미의 이름이 아름답다. 아침 동해에서 뜨는 해가 가장 먼저 밝혀주는 이마가 바로 엄광산이다. 정상에는 쉬어 갈 수 있도록 정자가 지어져 있다. 도시락을 지참하지 않았기에 식사는 꽃마을에 내려가서 해결할 참이다. 엄광산에서 보는 조망도 예사롭지가 않다. 남항의 외항까지 바라다보이는 조망은 졸아든 가슴을 확 펴주기에 충분하였다. 엄광산 내리막은 무척 가파르다.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무릎이 좋지 않다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 편백가 숲을 이뤄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그곳을 지나 내원정사로 가는 길과 꽃마을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어느 쪽으로 가도 종착지는 꽃마을로 이어진다. 배가 고팠기에 꽃마을로 바로 가는 길을 따라갔다.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갖는다. 내 시간은 내가 쓰는 것이다. 누가 나를 등 뒤에서 떠미는 것도 아니고 내 시간을 빼앗아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길을 떠나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 내가 속한 풍경을 천천히 내 안으로 끌어다 놓으면 나도 그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길을 나의 길로 만들어야 한다. 가까이 있기에 잊혀진 산을 가는 것은 나를 돌아보기 위해 가는 것이다. 앞과 뒤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 자신이 있는 곳이기에 중심으로 분류하는 것이 바른 태도임에 틀림없다. 산이 높지 않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필요는 없다. 산은 낮아도 충분히 할 말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곳이 뒤가 아니고 늘 앞이라는 생각으로 도달한 높지 않은 산도 예쁘다. 늘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뒤에 산을 두고 싶은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 언제나 
가슴으로 떡하니 버티고 앉아 
햇살 맑은 노래를 안고 산은 
등 뒤로 자꾸 돌아가라 일렀다 
산 뒤쪽에서는 해 뜨는 일 말고는 
어떤 안개도 두르지 않았다 

구덕 꽃마을에 도착하였다. 산행시간 세 시간 만이다. 꽃마을은 따로 화훼단지가 있어서 일컫는 곳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 1960~1970년대 화초를 길러 국제시장이나 부평동 시장 등에 화분에 심은 꽃나무를 내다 팔았기에 그렇게 부르다보니 자연스럽게 꽃마을로 이름 붙여졌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메뉴가 다양하게 있어 입맛에 맞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보리밥, 산채비빔밥, 추어탕, 시락국밥, 우동, 오리나 닭백숙, 생선구이 등등 맛집들이 막걸리를 앞세워 나를 유혹한다.

맛난 점심을 먹고 체력에 여유가 된다면 승학산 능선길로 하여 하단 동아대 캠퍼스까지 이어 달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동대신동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오늘 산길을 연장할 수도 있고 구덕령 꽃마을 버스를 이용하여 동대신동 지하철역까지 가서 환승하여 귀가를 서두를 수도 있다.

강영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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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도좀올려주시면
대단히감사하겠습니다 제발부탁입니다

김견ㅅㅂㄱ님의 댓글

김견ㅅㅂ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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