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47> 사천 물고뱅이마을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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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1,220 작성일19-01-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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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다솔사 부근 물고뱅이마을 둘레길은 꽤나 알려진 트레킹 코스다. 둘레길에 편백이 숲을 이룬 아름다운 길이 펼쳐져 있다.

 

길은 떠나기 전에 짐을 챙기면서 느끼는 설렘이 가장 맛있다. 준비물을 챙기고 지도를 보면서 갈 길을 생각하면 어릴 적 소풍을 앞둔 심정이랄까? 나이 들어도 집을 떠나 낯선 곳에 간다는 사실은 늘 설렘으로 가득 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바람이나 쐴까 하고 교외로 나가기로 한다. 길꾼들에게는 꽤나 알려진 사천 다솔사 부근 ‘물고뱅이마을 둘레길’을 걸어 보기로 하였다.

 

적멸보궁·만해 한용운·원효 사상…

근대 역사와 문학이 숨 쉬는 다솔사

봉명산 중턱서 이명산 돌아가는 길 

너덜지대 쌓인 돌탑·소나무 오솔길 

아름다움 뿜어내는 편백나무 숲길 

 

부산에서는 꽤 먼 길이지만 당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고 꼭 다녀와야 할 것 같은 명소이매 내 마음을 끌었다. 다솔사 관광도 하고 둘레길도 걸어 보고 봉명산에 올라 조망도 해 보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도착하기 직전 오른쪽 옆으로 심상치 않은 자연석에 새겨진 비문이 보인다. ‘어금혈봉표(御禁穴封標)’라 쓰였다. 다솔사 경내와 인근에는 묘지를 쓸 수 없다는 어명을 새긴 비석이다. 세종과 단종의 태실지가 인근에 있기에 승려들의 상소로 명당 터가 많은 봉명산에 묘소를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 지금껏 이어오고 있단다. 살아있는 비석이다. 

 

몇 번의 화재에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은 다솔사 입구인 대양루 왼쪽으로 작은 건물이 보이는데 옛 해우소란다. 현대화되지 않은 화장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어린 학생들이 견학 와서 신기해한단다. 옛것이 사라지는 요즘 선조들의 공동 뒷간을 보여주는 문화를 남기고 있어 좋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을 적멸보궁이라고 부른다. 적멸보궁인 다솔사는 너무나 잘 알려진 명찰이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와 문학이 살아 숨 쉬는 사찰이며 특히 작설차 생산지로도 이름난 곳이다. 만해 한용운 선사가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곳이며,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등신불이라는 작품을 쓴 곳이며, 효당 최범술 스님이 원효 사상을 연구하여 체계를 정립한 곳이기도 하다. 사천시에서 나온 해설가 조혜숙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해설을 듣지 않더라도 인터넷상에 많은 자료들이 있어 쉽게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해설사에게서 ‘물고뱅이마을’의 유래를 들어 보았다.

 

물이 고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옛날에 무기를 만들어 보관한 무기고란 뜻의 무고에서 유래했단다. 일제강점기에는 춤출 무에 북 고를 써서 사람들이 노는 곳이라고 개명하여 기운을 쇠퇴시키고자 하여 현재에 이른단다. 일제가 지명을 개악한 잔재가 아직도 전국에 산재해 있다. 우리는 그걸 바꾸지 못하고 아직도 사용하고 있으니 진정한 해방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해 보인다. 

 

다솔사 관람 후 사찰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1시에 주차장을 출발하여 10분 후 봉명산 중턱에 난 둘레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봉명산(해발 408m) 정상으로 가는 길과 옆으로 우회하여 가는 길이 갈라졌다. 잘못하여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갈림길 앞에 섰다. 갈림길 앞에서 너무나 익숙한 시가 생각났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첫머리다. 이 숲에 들어서 이 시가 생각나는 건 당연하다. 숲속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고 우리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늘 숱한 길의 갈래 앞에서 늘 결연하게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 우리 앞에 놓인다. 

 

초입이라면 정상으로 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물고뱅이마을 둘레길은 다시는 봉명산 정상과는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봉명산 둘레길만 목표로 한다면 둘러 가는 길을 선택했다가 돌아올 때 정상을 가는 것이 수월하다.

 

이어지는 이명산을 돌아가는 길은 평탄하고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너덜지대에 쌓아 놓은 돌탑이나 소나무 우거진 숲 오솔길을 지나 다시 서봉암으로 가는 갈림길에 닿았다. 갔던 길보다 가지 못한 길이 더 많다. 그러나 가 보지 못한 길이 많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낸 모든 길을 다 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 보지 못한 길을 가보려고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행복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자. 길은 또 다른 길을 만들며 수없이 갈라져 간다. 우린 늘 그 갈림길 앞에 서 있고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요소마다 잘 세워 놓은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이명산을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작은 임도를 내려가면 시멘트로 포장이 된 꽤 넓은 임도가 나타나고 그 임도 끝 곤양에서 하동 북촌으로 가는 지방도 1005번과 만난다. 그 도로를 건너 반대편 언덕을 오르니 길은 이내 편백 숲길로 이어졌다.

 

 

둘레길에서 바라본 북촌 산 원형.둘레길에서 바라본 북촌 산 원형.

길은 미사여구로 수식한다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길이 지닌 풍광이 스스로 아름다움을 뿜어 내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길이 숲속으로 뻗어가는 자태와 주변 나무들과의 어울림,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숲향, 그리고 밟고 가는 바닥 흙의 감촉, 함께 걷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길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길을 갈 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빨리 갈 이유가 없는 것이 길이다. 현대인들은 단절을 꿈꾼다. 함께 있어도 휴대폰에 빠져 있거나 컴퓨터에 빠지거나 본의 아니게 소외를 당하기도 한다. 길을 갈 때도 혼자이기를 기대한다. 단절이 가져다주는 외로움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을 원한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멀리까지 뻗어 있다. 남은 생애에서 가야 할 길은 멀다. 그 먼 길을 행복하게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한다. 둘이나 셋이 아니면 여럿이서 갈 때 웃음을 만들 수가 있다.

‘산이 삐뚤어진 데를 델꼬 와서 나무에 거름 준다는 게 고마 신발이 다 젖어 버렸다야.’ 
뭔 말이 그런 다야 고것이 삐뚤어 졌은께 조준이 잘 못 된 것 아닌가.’
‘잠자는 개구리 이마에다 갈기지 애먼 새 신발에다 그럴껀 뭣이야.’
‘깔깔깔~ 19금 이야기가 너무 쉽게 나오누만.’ 
‘근데 여긴 모두 성인 뿐인디~.’ 

동행은 아름답다. 그리고 행복하다.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든다. 길은 거의 다 끝나간다. 물고뱅이마을 수변공원에 도착한다. 다시 마을을 가로질러 언덕을 올라 내려가면 다솔사다. 마을 양지녘에 핀 매화가 활짝 반긴다. 다시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마저 읽는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 못한 길을 오래 기억한다. 그러나 더 많이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신이 걸었던 길이다. 그 길에는 자신이 보았던 풍경들과 만났던 사람들이 있고 더구나 자신이 찍은 발자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강영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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