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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46> 간절곶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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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894 작성일18-12-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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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하해수욕장 서쪽 끝단에 있는 대바위(대암) 위에서 바라보는 겨울바다의 풍경은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 명선도 너머 어스라이 이어진 수평선은 새해의 희망을 품은 듯 눈에 시리도록 푸른 빛을 감고 있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느리게 살기’를 다짐했던 무술년 새해 벽두가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은 백 대를 지나가는 손님처럼 그렇게 빨리 가버렸다. 마치 세월이란 링 위에 올라 제대로 한 방 꽂지도 못하고 혼자 허우적대다 또 싱겁게 한 회전을 끝내는 기분이다. 그러나 며칠 남지 않은 2018년이지만 주의 깊게 느끼면서 살고자 했던 지난 삶을 음미해 보고 다가오는 새 회전을 맞이하기 위해 남창에서 간절곶 가는 길을 걸었다.


울주군 온양면 남창리에서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으로 가는 길은 황량한 겨울 들판과 시퍼렇게 얼어있는 겨울바다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이른바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되는 해파랑길 4·5구간이 접속되는 곳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며 걷기에 아주 적당하면서도 아름다운 길이다. 도보 경로는 남창역에서 시작하여 ~남창장터 ~남창3교 ~대안사거리 ~온양로 ~남부노인복지회관 ~술마교 ~회야강변 둑길 ~서생교 ~서생삼거리 ~서생포왜성 ~성동초교 ~명선교 ~명선도 앞 ~진하해수욕장 ~대암공원 ~솔개해수욕장 ~송정포구를 거쳐 간절곶 등대에 이르기까지 약 14km의 길을 걷는다.

울주 남창리서 출발 14㎞ 거리 
황량한 들판·시퍼런 바다 사이 
마음 비우며 지난 1년 마무리 

명선도·해송 숲·솔개공원… 
소박한 아름다움 점점이 뿌려져 

새해맞이 명소에서 일출 그리며 
“모두에게 충만 가득하길” 소망

대바위공원에서 솔개해수욕장에 이르는 호젓한 해안길.
남창(南倉)은 조선시대 울산부 남쪽에 있는 세곡창이란 뜻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회야강을 끼고 있는 온양면 일대가 곡창지대로 유명하여 수집된 환곡을 창고에 모았다가 해상을 이용해 동래부로 수송했다고 한다. 그리고 동해남부선 남창역은 1935년 개시되었다. ‘ㅅ’자형 박공지붕의 역사(驛舍)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로 그 모습이 간결하면서도 단아하다. 역을 나오면 곧 인근의 장터를 지나게 된다. 백년 전통을 지닌 5일장(3일 8일장)으로 요즘은 외고산옹기마을과 연계하여 ‘옹기종기시장’이라는 재밌는 이름을 붙였다. 이어 남창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대안사거리에 이른다. 좌측 도로를 따라 걷는다. 약 900m 떨어진 곳에 있는 서희스타힐즈아파트 앞에 도착하면 우측으로 꺾어 두 블록을 지나 온양로에 붙는다. 남창리 외곽지대로 우측에 발리울산온천이 건너다보인다.

발리(鉢里)는 비옥산 자락에 있는 마을의 모습이 공양그릇인 ‘바리때’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부터 땅 속에서 따뜻한 물이 솟아나왔다고 한다. ‘온양(溫陽)’이란 행정명도 이곳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제 ‘울주군 남부노인복지회관’을 지나 발리천을 건너면 도로는 산자락을 구비 돌아 회야강을 끼고 한적하게 이어진다. 드라이브코스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길이다. 곧 ‘술마교’를 지나 왼편의 강변산책로에 올라서면서 도로와 헤어진다. 강변 둑길은 영화 마지막 장면의 배경과 아주 흡사한 구도이다. 진하 근처 ‘서생교’까지 약 2.3km 거리를 소실점으로 모으며 곧게 이어져 있다.

둑길 양옆을 지키고 선 나무들은 모두 잎을 떨어뜨린 채 마른가지로 찬바람을 맞고 있다.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쓸려가며 구르는 소리가 스산하다. 가을걷이가 끝난 ‘산밑들’과 강 건너 삼평리 들판이 휑하니 비어있다. 강과 들판 그 사이의 둑길이 모두 황량한 풍경이다. 한해를 보내는 심정과 무척 닮았다. 망설이고 허둥대다 끝나가는 시간의 파편들이 이리저리 길 위를 뒹구는 것 같다. 그러나 둑 아래의 강은 아무 말이 없다. 자신의 현존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유장하게 흐를 뿐 이를 황량하게 느끼는 것은 오직 인간의 일이다. 회야강(回夜江)은 ‘논배미를 돌아 흐르는 강’이란 뜻을 지녔다고 한다. 돌 회(回)자에 ‘배미’가 ‘바미(夜)’로 음운이 변하여 그 뜻을 한자로 표기한 결과이다.

약 30분을 걸어 서생교에 닿았다. 둑길은 다리 밑을 지나 강 하구인 진하포구로 계속되지만 서생삼거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인근에 있는 서생포왜성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화정마을을 지나 10분을 걸으면 왜성을 가리키는 안내판을 만난다. 성내마을로 들어가 또 10분을 올라가면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서생포에 상륙하여 주둔 근거지로 삼기 위해 쌓았다는 왜성에 도착한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왜성 중 그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하는데, 군데군데 남아 있는 석축의 흔적만이 지난 역사의 아픔과 세월의 무상함을 대변하고 있다.
이곳에서 해가 떠야 대한민국의 아침이 비로소 열린다는 간절곶의 풍경.
다시 돌아 나와 31번 국도를 건넌 후 성동초교를 지난다. 행정지명인 ‘나루터길’은 곧 진하포구를 돌아 강 건너편 강양포구를 잇는 명선교에 이른다. 회야강이 동해바다로 합수되는 지점이다. 조금 떨어진 진하해수욕장의 동쪽 끝에 명선도(名仙島)가 있다. 그런데 1894년 작성된 (울산)에 의하면 명선도(鳴蟬島)로 표기하고 있다. 매미가 많아 그 울음소리가 들리는 섬이란 뜻이다. 이곳의 일출장면이 볼만해 많은 사진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의 하나라고 전한다.

이제 길이 1km의 진하해수욕장을 걷는다. ‘진하(鎭下)’는 수군첨절제사가 주둔한 서생포진 아래의 마을이란 뜻이다. 너른 백사장과 해송 숲이 어울린 겨울바다는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 모래사장 위에 나란히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밀어를 나누었던 그 때의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는데 바다는 늘 제자리를 지키며 무심하게 일렁이고 있다. 배경은 지난날의 그것이지만 변한 것은 시간과 사람뿐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해변 길은 대바위(臺岩)공원으로 이어진다. 바위 위에 주위를 살필 수 있는 높은 대(臺)가 있었다고 한다. 진하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 울산 외항이 아스라이 전개된다. 해변기암에 부딪혀 물거품으로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묵상으로 걷는 동안 이내 이름도 예쁜 솔개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솔이 무성한 갯가’라는 뜻의 솔개해수욕장은 작고 아담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 여름의 흔적은 찬바람에 휩쓸려 간 곳이 없다. 주변을 지키고 선 해송들은 그저 말없이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해안절벽 위에 있는 솔개공원에 올라선다. 바다를 향해 내닫다 그만 돌로 굳은 듯한 꿈의 파편들이 암초를 이룬 채 여기저기 흩어져 파도에 시달리고 있다. 이어 세월에 길들여져 모가 깎인 몽돌 해안 길을 15분간 걸어 송정방파제에 도착한다. 파도를 가로막은 방파제 안의 포구는 평화롭다. 선창에 묶여 서로 몸을 기댄 작은 배들이 잔물결에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이제 다시 도로 쪽으로 올라와 약 1.5km 떨어진 간절곶 등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서생면에서 가장 너른 수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 간절곶 일대라고 한다. 그리고 새해맞이 일출장소로 너무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 내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절곶은 먼 바다에 나와 보면 내륙에서 툭 불거져 나온 이곳 지형이 마치 간짓대처럼 보인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 등대를 지나 소망우체통 앞에 내려선다. 얼마나 많은 소망과 사연을 담아야 우체통이 채워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길 위에서 떠올린 새해 소망을 경건한 마음으로 적어본다.

“걸으면서 마음을 비우고 비어져 자유로워지는 충만이 모두에게 함께 하기…”


문성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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