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42> 가덕도 연대봉·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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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1,052 작성일18-11-01 16:35
주소 : 부산광역시 천가동 가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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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봉에서 내려다보는 가을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세월을 인내하며 정상을 지키고 선 암봉은 깊은 사연이라도 간직한 듯 엄숙한 표정으로 산객에게 말을 건넨다.

 

가덕도는 부산에 속한 섬 중 가장 면적이 넓다. 해안선 길이가 32㎞에 이른다. 예부터 더덕이 많이 난다고 해서 그 명칭이 유래됐다고 한다. 내륙과 인접해 대마도와 마주한 까닭으로 통일신라 시대부터 군사상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섬이다. 조선 시대에는 천성만호진과 가덕진이 설치됐고 1909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두 진의 머리글자를 딴 '천가(天加)'를 행정지명으로 사용하다가 2015년 '가덕도동'으로 개명해 지금에 이른다.


지난날 연대봉에 오르기 위해 용원선착장에서 도선을 타고 대항포구에 내려 산에 오른 후 선창까지 내려와 배를 기다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지금은 부산신항 배후지 조성과 가덕대교로 인해 섬이 아닌 섬처럼 변해 버렸다. 젊은 날의 추억이 머물고 있던 용원선착장도 대형크레인이 서 있는 항만시설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대신 차를 타고 가덕도로 들어갈 수 있어 그 편리함이 격세지감을 대신한 셈이다.

소양보육원~전망대~동선마을 
산길과 갈맷길 잇는 13㎞ 거리 
곰솔·후박·동백 등 다양한 수종
낙동강 진우도·장자도가 한눈에 
어음포~누릉능 곳곳 숨은 비경

■깊어가는 가을 알리는 붉은 감

이번 산행은 연대봉에 오른 후 예전엔 가기 힘들었던 동쪽 해안을 걷기 위해 성북동 천가초등학교를 기점으로 소양보육원~고갯마루~매봉 옆 고갯마루~어음포 고개~연대봉 들머리 산길~전망대~연대봉(459m) 정상~대항 새바지로 빠지는 길~전망바위~해안으로 내려와 갈맷길과 합류~어음포~누렁능~응봉산 안부~동선소류지~동선마을 정류소로 돌아오는 약 13km 거리다.

천가초등학교와 덕문중학교 사이를 빠져나온 시멘트 포장길은 산자락을 끼고 구불구불 이어진다. 돌담 위 가지에 매달린 붉은 감과 냇가 둑에 핀 구절초의 하얀 꽃이 어울려 가을이 깊어짐을 알리고 있다. 뒤돌아보면 눌차만과 국수봉이 고즈넉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계절이 내려앉은 논과 밭을 가로질러 약 15분 후면 골짜기 속에 안겨있는 보육원을 지나게 되는데, 이제 우거진 송림 사이 임도는 산중을 향해 지그재그로 올라가 갈래 길이 나타나는 고갯마루에 곧 도착한다. 오른쪽 임도를 조금 오르면 두문포구로 내려가는 길과 연결되고 그 근처에 지난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투에서 산화한 이 고장 출신 젊은이 23명이 묻힌 국군묘지와 그들의 영령을 기리는 충혼탑이 있다.
 
가을이 내려앉은 어음포 고갯길을 호젓이 걷고 있는 등산객.
왼쪽 임도를 따라 다시 15분을 오르면 매봉(356m) 아래 고갯마루에 닿는다. 왼쪽 좁은 길은 매봉을 거쳐 연대봉으로 오르는 길인데, 매년 11월 1일부터 다음 해 5월 15일까지는 입산을 통제한다. 직진하는 임도는 어음포고개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빠른 길이다. 얼마 가지 않아 거가대교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거가대교는 가덕도와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를 연결하는 교량으로 2010년 12월에 개통됐다. 그중 가덕도와 대죽도 구간은 해저침매터널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장교의 한쪽이 대죽도 아래로 갑자기 꼬리를 감춘 형상이다. 전망대 아래로는 천성포구와 천수말이 내려다보인다. 다시 숲이 우거진 임도를 따라 10분을 걸으면 어음포고개의 갈림길에 이른다.

■섬에 있는 산이어서 수종 다양 
 
여기서 임도를 버리고 연대봉 850m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산길에 든다.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지만,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 이마에 배인 땀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주변 수림을 살펴보면 곰솔, 후박나무, 때죽나무, 녹나무, 밤나무, 동백나무, 참나무 등 인근의 산보다 그 수종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고립된 섬의 특성에서 비롯됐으리라 짐작한다. 숨이 차오를 즈음 이번에는 왼편으로 열린 전망대에 도착한다. 나무에 가려 답답했던 시야가 한꺼번에 열리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낙동포 모래톱을 이룬 진우도와 장자도. 백합등과 맹금머리등이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 몰운대와 다대포해수욕장이 건너다보인다. 명지, 신호 남단과 다대포 응봉을 점령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마치 해안을 지키는 관문처럼 높은 성채를 이루고 있다. 

다시 길을 잡는다. 약 10분 동안 계단 길과 너덜겅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차츰 정면이 훤해지면서 바윗덩어리로 솟은 망봉과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 잠시면 산불감시초소와 봉수대를 재현한 연대봉(459m)에 올라서게 된다. 주변에 있는 전망대에 다가서자 푸른 바다와 하늘이 한꺼번에 안겨 오는 광활함에 그만 가슴이 뻥 뚫린다. 아스라한 수평선과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조화롭고 그사이를 오가는 배들이 한가롭다. 대항포구와 일본군 포진지 사령부가 있었던 외항포가 오른쪽으로 전개되고 대항새바지 포구가 왼쪽 아래에 있다. 그 사이로 이어진 연대산 등줄기가 국수봉을 솟게 하고는 이내 바닷속으로 그 꼬리를 감추는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창공을 향하는 새의 비상이 그렇게 부러울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황홀한 광경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갈 길이 멀다는 동행자의 말에 이끌려 연대봉을 내려간다. 약 2분 후 대항새바지를 가리키는 왼쪽 샛길을 택한다. 동쪽 해안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다. 길은 가파르고 조금 험하다. 그러나 곳곳에 바위전망대가 있어 바다로 떨어지는 듯한 아찔함을 즐기며 20여 분을 내려가다 보면 대항새바지에서 어음포로 가는 갈맷길과 만난다. '새바지'는 샛바람(동풍)의 '새'와 '맞는 곳'이란 '맞이'가 합해진 어부들의 은어로 '동풍이 세게 부는 곳'이란 뜻이라 한다.

■물고기 소리가 들린다는 어음포

이제 길은 해변과 해안 절벽을 끼고 오르내리며 바다와 함께 이어진다. 다리는 혹사로 비명을 지르지만, 해식단애가 이루는 절경과 파도 소리에 취한 눈과 귀는 그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약 40분을 이렇게 자연에 동화돼 길을 따라가자 물속의 고기가 너무 많아 그들이 내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는 어음포(魚音浦)에 닿는다. 밭과 돌담의 흔적으로 보아 예전엔 인가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정자에 이르러 쉬면서 낙동포를 이룬 바다를 내려다보며 청량한 솔바람 소리를 듣는다.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의 실루엣이 꼭 강태공의 현신처럼 보인다. 세상을 떠나 먼 곳에 와 있는 이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시 힘을 내어 해안 경사지를 따라 걷는다. 해송 사이로 빛을 순산하고 있는 거친 파도가 언뜻언뜻 건너다보인다. 어음포에서 누릉능까지 1.2㎞ 구간은 아름다운 비경을 곳곳에 숨겨놓고 있다. '누릉능'은 누런빛을 띠는 바위를 깨보면 실핏줄 같은 빨간 나이테가 보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변에 여가 발달해 있어 갯바위 낚시의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동선새바지로 가는 해안 길은 낙석 위험지구가 많아 폐쇄되는 바람에 부득이 응봉산(314m)과 매봉(356m) 사이의 안부인 '누릉령'으로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힘든 구간이다. 인내가 거의 바닥날 지경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인생의 지혜는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통한다. 쉬었다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누릉령에 이르자 길은 여러 방향으로 갈라진다. 동선소류지 사슴농장 쪽으로 향한다. 완만한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숲속의 가을이 다시 눈에 가득 담겨온다. 가을의 정기로 몸이 활기 있게 충전되는 것 같다. 약 15분간 임도를 따르다 왼편 샛길에 내려선 후 마을을 가로질러 산행의 마무리 지점인 동선정류소로 향한다.

약 13㎞를 5시간에 걸쳐 걸었다. 좀 힘든 코스였으나, 광활한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가을 산행이었다.


문성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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