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41> 간월산 공룡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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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927 작성일18-10-25 15:31
주소 : 울산광역시 상북면 간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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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만디' 라고 부르는 간월재에는 깊어가는 가을이 은빛 바다처럼 출렁인다.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인 간월산의 정경과 어울려 눈이 시릴 정도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설악산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온 산을 붉고 노랗게 물들일 단풍은 이제 남하를 거듭하면서 그 세를 넓힐 것이다. 그러나 남쪽 지방에서는 아직 단풍의 기미는 먼 곳의 이야기다. 대신 영남알프스 산정은 은빛 물결로 넘실대는 억새들의 향연으로 분주하다. 재약산 사자평과 '억새만디'라고 부르는 간월재, 그리고 신불평전을 점령한 억새군락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눕고 또 흔들리면서 햇빛에 반짝이는 낭만의 바다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깊어가는 가을이 이제 억새와 함께 춤추기 시작한 것이다.

간월산장~간월재~홍류폭포
계절 변화 함께한 원점 회귀 9㎞
도끼로 찍어 내린 듯한 거친 암봉
신불산 잇는 '하늘억새길' 장관
억새만디 간월재 넘어 하산길로

가지산(1240m)으로부터 용틀임을 시작한 영남알프스는 배내고개를 기점으로 두 팔을 벌려 한쪽은 능동산(982m)과 재약산(1018m), 천황산(1189m)을 이루고 다른 한쪽은 간월산(1083m)과 신불산(1209m), 영축산(1059m)을 뽑아 올리면서 염수봉으로 이어져 있다. 밀양이나 배내골 사람들이 언양이나 양산으로 오가기 위해서는 고산 준봉인 영남알프스를 넘어 다녀야 했는데 그중 배내재는 높고 험하기로 유명해 '하늘길'에 오른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비롯됐는지 배내봉에서 신불평전에 이르는 능선도 언제부터인가 '하늘억새길'로 부르고 있다. 이번 산행은 억새 군무도 완상할 겸 간월산 공룡능선을 찾았다.

■무딘 도끼로 찍은 듯 거친 암봉

산행은 언양 작천정 위 등억리에 있는 영남알프스 산악문화센터를 출발해 간월산장~화장실 위 오른쪽 길~계류를 건너~이정표 간월산 방향 ~임도~간월 공룡능선~돌탑 ~하늘억새길 능선~간월산(1083m)~간월재(900m) 억새밭~임도~홍류폭포~간월산장으로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등억리는 산간마을이란 뜻을 지닌 행정지명이고 '등억'은 곧 산등어리란 뜻을 다르게 부른 말이다. 산행 채비를 하고 간월산장과 암벽훈련장을 지나 화장실에 이른 후 보도블록이 깔린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빠진다. 왼쪽 침목 계단 길은 신불산 쪽으로 향한다. 계곡으로 내려선 후 계류를 건너 바로 산길에 붙을 수 있다. 그윽한 참나무 숲길을 10여 분 오르며 호흡을 가다듬다 보면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간월산 방향을 따른다. 산길에 차츰 적응될 무렵 너른 터에 올라서게 되는데 숲의 터진 틈으로 홍류폭포 물줄기가 내려다보이고, 신불산 공룡능선과 그 위의 칼등이 왼편으로 올려다보인다. 이렇게 차츰 된비알을 20여 분 동안 수고하면 임도에 닿는다. 간월재에서 천상골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스물아홉 구비 임도다. 동행인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산판꾼들이 모여들어 벌목한 나무를 차로 운반했던 도로가 이 임도에 편입됐다고 말한다.

임도를 가로질러 바위 옆 로프를 타고 오른다. 숲속에 진입해 얼마 걷지 않아 오른쪽으로 빠지는 샛길을 만나는데, 천상골로 들어가 간월산 정상 아래 선짐재로 향하는 희미한 옛길이다. 이 길을 산판꾼들은 '도치메기'라 불렀는데 '도치'는 '도끼'의 방언이고 '메기'는 산길이라는 그들의 언어였다고 동행인은 설명한다. 도끼를 메고 벌목할 나무를 찾아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던 산판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직진해 약 10분이면 곧 길을 가로막고 선 암벽을 마주 대하게 된다. 이른바 유격 훈련을 방불케 하는 공룡능선이 시작된 셈이다.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로프를 잡고 거의 직벽을 기어오른다. 첫 고비를 잘 넘기는가 싶었는데 숨 고를 틈도 없이 높고 낮은 바위 군이 연이어 길을 막고 섰다. 건너다보이는 신불산 공룡능선과 칼등이 날카로움으로 소문난 험로라고 한다면 간월산 공룡능선은 마치 무딘 도끼로 찍어 내린 듯 거칠기가 이를 데 없는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날 산판꾼들은 이 능선을 '도치등'이라 불렀다고 동행자는 말한다.

■'하늘억새길' 천상의 은빛 화원
열두 봉우리를 이룬 간월 공룡능선. 어느 봉우리에 올라도 주변 경관은 시원스럽게 열린다.
다시 아무렇게나 나뒹군 바위 사이를 기어오른다.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 아찔한 위험 구간을 계속해서 지나야 하지만 고도를 높인 만큼 좌우 조망은 시원스럽게 열린다. 우측으로는 912봉과 그 아래 천길바위 그리고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는 저승골 진입로가 풀어진 치마 고름처럼 밝얼산 쪽으로 흘러내린다. 좌측은 여전히 신불 공룡과 중앙능선이 깊은 골을 이루며 이쪽을 건너다보고 있다. 공룡 비늘 같은 너덜길을 통과하면 도끼날에 찍혀 한쪽 면이 수직으로 떨어져 나간 것 같은 높은 암봉이 정면에 솟아있다. 로프에 의지해 절벽 측면을 조심스럽게 타고 오른다. 아래에 있는 위험 경고판이 실감 나는 구간이다. 암봉 끝에 조심스레 올라서면 갈지자로 누워있는 임도가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신불산과 간월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어지간히 올라온 것 같다. 그러나 넘어야 할 암봉은 앞으로 두세 개가 더 기다리고 있다.

다음 봉우리에 올라 뒤돌아보면 가지산과 상운산 그리고 고헌산이 뚜렷하고 멀리 언양과 울산 방향이 크게 열린다. 삽상한 가을바람과 맑은 대기가 속진에 묻힌 눈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 같다. 힘들여 올라온 능선을 내려다보니, 마치 울퉁불퉁한 혹을 등에 진 공룡이 길게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공룡의 정수리를 이루는 집채만 한 바위를 우회해 위로 오르면 곧 돌탑에 이르게 된다. 열두 봉우리를 이룬다는 간월 공룡능선이 끝나는 지점이다. 이 능선만 오르는데 근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정면에 있는 전망 덱에 올라선다. 간월재가 인근에 내려다보이고, 신불산 서쪽 능선이 배내골 선리마을 쪽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간월산 정상은 여기서 약 300m 떨어져 있다.

간월산과 신불산을 잇는 능선인 '하늘억새길' 주변은 이름 그대로 천상의 은빛 화원을 이루고 있다. 가을바람이 스칠 때마다 열렬히 반응하는 억새의 함성은 반짝이는 빛으로 부서져 파도처럼 일렁거린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아름다운 여인의 가을색이라면 은빛으로 스러지는 억새는 묵상에 잠긴 수도자의 색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는 단풍은 눈에 담고 은빛 억새는 마음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절묘한 표현이다. 이렇게 관조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간월재로 내려온다. 7, 8분이면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제 찬바람도 넘는 억새만디

지난날 배내골 사람들은 간월재(900m)를 '왕뱅이 억새만디(王峰峴)'라 불렀다고 한다. '억새가 많은 높은 봉우리의 고개'라는 뜻일 것이다. 백동마을과 선리마을 사람들이 언양으로 오갈 때 넘어야 했던 고개로 영남알프스의 하늘마루라고 부른다. 짐을 이고 지고 고개를 넘던 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렇지만 '억새만디'를 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이제 찬바람도 고개를 넘는다.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와 억새를 훑어가는 바람이 벌써 매섭게 분다. 깊어가는 가을을 재촉하는 전주곡이다.

임도를 통해 하산길을 잡는다. 재가 높아서인지 성질 급한 나무들은 옷을 갈아입을 준비로 분주하다. 길은 웅장한 능선 사이의 골을 갈지자로 횡단하면서 내려간다. 수직 절벽 위를 타고 넘었던 능선을 올려다보며 근 한 시간을 걸으면 임도를 벗어나 등산로에 내려서게 되고 이어 떨어지는 물줄기가 공중에 날리는 홍류폭포에 도착한다. 지난 태풍 때문인지 수량이 제법 풍부하다. 되돌아 나와 10분이면 출발지였던 간월산장으로 내려갈 수 있다.

간월 공룡을 타고 올라 억새바다에 풍덩 빠진 가을 산행이었다. 9㎞의 길을 네 시간 반 동안 걸었다.

문성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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