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40> 달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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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881 작성일18-10-04 11:53
주소 :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원리 산138-6 달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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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음산 정상인 수리봉은 동해를 향해 우뚝 솟아있다. 그 위에 올라서면 웅대한 비상을 꿈꾸는 수리봉과 사방으로 열린 주변 풍경이 서로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사람들의 어떤 행동이나 활동이 기억되고 존재하는 방식은 늘 어느 '장소' 위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어떤 특별한 장소를 떠올린다면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물론이고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 분위기 등을 동시에 기억하게 된다. 이러한 '기억과 감정이 묶여 다른 공간과 차별될 때, 그곳은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된다'고 애드워드 렐프는 <장소와 장소 상실>에서 밝혔다. 
 
이렇듯 하늘이 푸름으로 높아가고 들녘이 노랗게 물드는 시월이면 문득 생각나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플랫폼을 지키고 선 은행나무와 오래된 역사(驛舍)가 고즈넉하게 어울린 동해남부선의 좌천역과 그 인근의 달음산이다. 산에서 내려온 후 어둑해진 역 앞의 공터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열차를 기다리던 낭만적 가을풍경은 산업화 시절을 젊음으로 관통한 분이라면 누구나 간직했을 법한 추억 속의 한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근대문화유산인 좌천역의 역사도 동해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끝나는 2020년이면 시간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더해져 더욱 애틋한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광산마을 기점 원점 회귀 5㎞ 거리  
천태산과 함께 부산 인근 3대 악산  

출발지 비탈·정상 부근 암릉 구간  
원효대사의 설화 간직한 옥녀봉  
바다로 내달리는 구릉의 파노라마 

■산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변해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산행지로는 기차 여행을 아우른 좌천 달음산을 찾았다. 달음산은 기장 8경 중 제1경을 차지하는 명산이지만, 급경사를 이룬 험한 구간이 많아 원동 천태산, 토곡산과 더불어 부산 인근의 3대 악산이라 불린다. 그러나 접근하기가 쉽고 주변 경관이 빼어나 많은 이가 즐겨 찾는 친근한 산이기도 하다. 이번 산행은 광산마을을 기점으로 옥정사~갈미산 고개~전망대~옥녀봉~취봉(587m)~산불 감시초소~해먹고개~편백 숲~광산마을로 돌아오는 약 5㎞의 고전적인 경로를 따랐다. 

광산마을은 달음산 동쪽 사면 아래에 있는 일광면 원리(院里)에 속한다. 1930년 일본인에 의해 구리광산이 개발되면서 채굴 종사자의 주거지로 만들어진 부락이라고 한다. 1980년대까지 구리와 중석을 캐다가 1994년 폐광되는 바람에 광산은 그 흔적과 이름만 마을에 남긴 셈이다.  

광산마을을 지나 계곡 옆 도로를 따라 약 5분 정도 올라가면 곧 옥정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옥정사는 원효대사와 옥샘(玉井)이라는 약수터와 관련한 연기 설화를 지닌 절이다.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인 후 오른쪽 돌계단을 오르면 계곡을 따라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고 이곳을 벗어나 묘지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길은 굴참나무와 서어나무 그리고 소나무가 어울려 숲의 터널을 이룬다. 가쁜 숨을 내쉬며 계속 길을 오르다 보면 차츰 정면이 훤해지면서 곧 능선의 안부에 닿게 된다. 일명 갈미산고개다. 오른편에 있는 갈미산(315m)은 아마 인근에 칡이 많아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0.97㎞를 가리킨다. 

다시 길을 잡아 5분 정도 지나면 너덜길을 지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약 20분 동안은 주 능선의 급한 경사로를 땀 흘려가며 올라야 한다. 거의 인내를 시험하는 구간이다. 달음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행 초입부터 비탈길을 올라야 하는 수고와 정상 부근의 암릉 구간이 매우 험해 악산의 별명을 얻었는지 모른다고 동행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산은 옛 산 그대로인데 사람만 변했다며 거친 호흡을 몰아쉰다.

■광활한 전경에 가슴 '뻥' 뚫려 
제 1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바위를 타는 모습.
달음산 0.63㎞, 예림마을 1㎞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한 후 다시 능선에 붙으면 이내 큰 바위가 서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왼쪽은 전망대 아래로 우회하는 길이고 오른쪽은 로프를 이용해 바위를 기어올라야 한다. 두 길 모두 전망대 아래에서 만난다. 이제부터 시야가 열리면서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구릉들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전망대에서 둘러보는 조망은 넓고 깨끗하다. 시원한 바람에 땀은 이내 식고 사방으로 열린 광활한 전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활시위처럼 굽은 임랑포의 앞바다는 햇빛에 부서져 반짝이는 물결을 이루고 그 너머 일출이 가장 빠르다는 간절곶이 바다를 향해 긴 팔을 내밀고 있다. 그리고 구릉 사이에 군집한 인가가 여기저기에 퍼져있어 마치 복잡한 인간사를 풍경으로 보여주는 듯 파노라마처럼 전개돼 있다. 

전망대를 내려서서 조금 더 오르다 보면 갈림길을 만난다. 왼편은 조금 편한 길 오른쪽은 험한 길이라는 안내 표지가 있다. 로프를 타고 바위를 올랐던 옛날을 생각하며 오른쪽 길을 선택했지만, 위험 구간에는 모두 철제 사다리가 놓여 있어 그 험함을 실감할 수 없다. 암벽 등정을 조금 즐기는가 싶더니 곧 옥녀봉에 올라섰다. 비스듬히 누운 기암괴석들이 하늘을 향해 불쑥 솟은 것 같은 취봉이 정면에 보인다. 

옥녀봉은 달음산을 넘다가 갈증을 느낀 원효대사에게 옥샘(玉井)의 물을 길어 바쳤다는 처녀와의 설화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다시 능선으로 내려오다 보면 곧 갈림길을 만나는데 우측은 정상 밑을 우회해 천마산과 함박산으로 이어져 곰내재로 가는 길이다. 왼편에 설치된 철제 계단을 통해 봉우리에 오른다. 이른바 달음산 정상인 취봉(587m)이다. 

■동해 노려보는 날개 편 독수리 모습 

정상의 전경은 거침이 없다. 바다는 눈이 시리게 푸르고 내륙을 달리는 산들은 서로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져 있다. 멀리는 영남알프스의 연봉이 아스라이 보이고 천성산과 백운산, 대운산과 불광산이 한눈에 잡힌다. 산을 오르느라 수고했던 다리의 피곤도 잊게 할 정도로 감동적인 풍경이다. 고지도와 <기장현읍지(1885)>에는 달음산을 취봉산(鷲峰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봉우리 형상이 마치 날개를 편 독수리가 웅크리고 앉아 동해를 노려보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달을 품은 산이라는 뜻의 '월음산(月陰山)'또는 '달음산'으로 불리고 있다.  

이제 쌍봉낙타처럼 봉우리 두 개가 오뚝하게 솟아오른 능선을 따라 하산 길을 잡는다. 철제 계단을 내려와 약 5분이면 기도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바로 직진한다. 잠시 급한 경사로 구간만 통과하면 길은 억새밭 사이로 편안하게 이어진다. 아직 계절이 일러 억새의 은빛 물결을 감상할 순 없지만,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걷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다.  

약 20분이면 능선 안부인 해먹고개에 닿는다. 동행자는 고개 형상이 마치 두 봉우리 사이에 걸쳐진 '해먹'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오른쪽은 용천리 산수곡마을, 왼쪽은 광산마을(1.5㎞)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월음산'이라고 불리는 봉우리에 올라가게 된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약 15분이면 소나무 숲을 지나고 이어 편백 군락지를 돌아 내려오면 광산마을 0.6㎞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오른쪽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오면 왼쪽으로 광산의 갱도 입구가 있었던 터를 지나게 된다. 이어 5분이면 광산마을에 도착한다. 

하산 후 올려다본 달음산의 위용은 대단하다. 오랜만에 찾은 산이라서 그런지 곳곳의 느낌이 새로웠다. 주변 해안의 어느 곳에서나 조망이 가능한 달음산은 역시 기장군의 진산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3시간 반 동안의 추억 산행을 마치고 발걸음을 좌천역으로 옮겼다. 
 
문성수  
 

소설가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40> 달음산 길잡이


부전역에서 좌천역을 향하는 열차는 오전 9시 10분, 9시 46분, 11시 30분에 출발하고 좌천역에서는 오후 4시 16분, 6시 4분, 7시 21분, 8시 36분 부전역을 향해 출발한다. 편도 40분 정도 걸리며 운임은 2600원이다. 좌천역에서 광산마을까지는 약 2㎞ 거리로 3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좌천초등학교 옆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원리로 가는 길이 이어져 있다. 산행하는 내내 물을 따로 구할 수 없으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광산마을 근처나 옥정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원점회귀 산행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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