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39> 영도 봉래산·감지해변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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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277 작성일18-09-21 09:21
주소 :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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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활한 바다를 마주 대한 손봉 끝에 서면 아찔한 느낌이 든다. 수직 낙하할 것 같은 해안 단애 아래 빛의 이랑을 이룬 물결과 아늑한 포구가 조화롭게 어울린다.

       

가을의 문턱에 섰다. 폭염을 이겨 꿋꿋하게 버틴 식물들은 이제 안으로 영글어 알찬 결실을 볼 시기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영원히 흥한 것은 없다는 계절의 순환 이치를 제대로 알려준다. 이렇게 한낮의 최고 기온도 수그러들고 습도가 낮아지니 대기는 맑고 더욱 깨끗하게 느껴진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산행지를 찾았다. 우선 도심에서 가깝고, 산행하는 내내 푸름으로 높아지는 하늘과 푸름으로 깊어지는 바다를 아울러 즐길 수 있는 영도 봉래산이 그곳이다. 

백련사~자봉~태종대 잇는 9㎞  
흰여울마을·남항 앞바다 지척에  
정상서 바라보는 부산의 풍경화  
천마산·엄광산·황령산 한눈에  

임도서 본 손봉은 우뚝 솟은 성채  
지중해의 이국 정서 해안산책로 

■하늘이 준 선물을 모르는 부산 

영도는 부산의 원도심지에 속한다. 그러나 옛날에는 국마(國馬)를 사육하는 목장 터로 유명했다. 이곳에서 길러진 명마는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제 그림자조차 따를 수 없다 해 '절영도(絶影島)'라고 부르기도 했다. 옛 지명인 '절영도'는 1425년 편찬된 <경상도지리지>나 1663년 작성된 동래부의 '목장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행정지명인 '영도'는 '절영도'를 줄여 부른 말이다.

산행은 '흰여울마을' 위 백련사를 기점으로 봉래산 둘레길을 가로지른 후 '돌탑~영봉약수터~봉래산 정상(396m)~자봉(391m)~손봉(363m)~임도~절영종합사회복지관~영도여고 윗길~함지로~중리초등학교~중리고개~와치로~발원사 갈림길~중리산 임도~감지해변 산책길~전망대 ~자갈마당~태종대공원 입구로 이어지는 산행과 도보를 합쳐 약 9㎞ 거리다. 

백련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열린 산길에 붙는다. 곧이어 경사가 급해지지만, 그리 길지는 않다. 뒤돌아보면 지중해 산토리니섬 이와마을에 버금간다는 '흰여울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그 아래 남항 앞바다가 빛의 이랑을 이루며 반짝이고 있다. 길은 곧 영선사 위를 우회해 소로와 합쳐지면서 둘레길의 너른 임도를 만난다. 반도보라아파트와 목장원을 거쳐 복천사로 향하는 봉래산 둘레길이다. 이곳을 가로질러 등산로에 올라서면 고깔 모양의 돌탑을 지나게 된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바다는 내내 뒤를 따라온다. 고도를 높이는 만큼 등 뒤의 바다는 점점 낮아진다. 이렇게 약 10분이면 산등성이에서 흘러내린 너덜겅 가운데의 영봉약수터에 도착한다. 체육시설도 갖춰져 있다. 일행은 잠시 쉬면서 여유 있게 환담을 나눈다, 

산과 들, 강과 바다를 두루 갖춘 부산의 자연환경은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탁월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한다. 도심에서 잠시면 바다로 나갈 수 있고, 산을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은 자연이 준 큰 혜택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무분별한 개발로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모두 안타까워했다. 해운대나 송정해수욕장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던 송림을 기억하는 동행자는 그대로의 자연 상태를 유지하면서 주변을 개발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물결의 빛을 순산하는 바다 
깊은 숲속 정취가 가득한 봉래산 둘레길 모습.

다시 길을 잡는다. 여기서 올려다보이는 산등성이까지는 길이 가파르다. 그러나 20여 분이면 복천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에 오를 수 있다. 봉래산 정상이 지척에 보인다. 그리 높지 않은 정상(396m)이지만 주변 바위 위에 올라 건너다보는 부산의 전경은 화려하다. 북항과 남항을 끼고 있는 원도심 풍경과 이를 둘러치고 있는 천마산과 구덕산 그리고 엄광산과 황령산의 연봉이 입체적으로 열린다. 바다와 어우러진 사방의 전경은 어느 쪽을 향해도 구도 좋은 풍경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원래 봉래산은 도교에서 말하는 삼신산의 하나로 신선들이 사는 곳임을 의미한다. 영도 청학동과 신선동 그리고 영선동이란 행정명이 모두 신선 세계와 관련돼 있다. 태종대를 비롯해 섬 둘레 해안 단애를 보더라도 옛날부터 신선이 살만큼 아름다운 섬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봉래산 주봉은 '영도 할미'가 임재하는 곳으로 할미봉이라 부른다. 영도 할미는 품이 너그러워 영도에 들어와 사는 모든 사람의 평안을 주재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래서 할매 바위로 일컬어지는 곳을 신성하게 여겨 그 위에는 절대로 올라서지 않는 금기를 꼭 지킨다고 한다. 이제 남쪽 능선을 따라 자봉으로 향한다. 길은 편안하게 이어진다. 10분이면 자봉(391m)의 정자에 닿는다. 부산항 관문인 아치섬과 오륙도 사이로 배들의 드나듦이 분주하고 그 너머 해운대 달맞이고개 쪽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봉에서 10분을 걸으면 봉래산 세 번째 봉우리인 손봉(363m)에 도착한다. 이곳에 서면 마치 수직 단애로 떨어진 절벽 끝의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중리 포구와 주변 아파트들이 바로 발아래 놓여있다. 고개를 들면 중리산에 걸쳐진 감지해변 산책길이 건너다보이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바다로 밀려들어 간 암남반도가 외항 묘박지를 사이에 두고 이쪽과 호응한다. 바다는 햇빛을 받아 또 다른 물결의 빛을 현란하게 순산하고 있다. 동행자는 언제 보아도 황홀한 풍경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신선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손봉에서 목장원 방향으로 길을 내려선다. 자칫 한 발 잘못 내디디면 곧장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 급경사다. 짜릿한 위험을 즐기며 천천히 15분을 내려오면 봉래산 둘레길인 임도를 만난다. 여기서 올려다본 손봉은 마치 해안을 지키는 성채처럼 우뚝 솟아올라 그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을 이고 있다. 고산 준봉을 대하는 느낌이다. 이제 임도를 가로질러 반도보라아파트 쪽으로 내려오다 왼편 절영종합사회복지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중리산 감지해변 산책길로 가기 위해 영도여고 윗길인 함지로를 걷는다. 도로를 따라 15분쯤 걷다가 중리초등학교를 만나면 우회전해 중리고개로 내려간다. 사거리 건널목을 지나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중리산 임도가 열린다. 곧이어 발원사로 들어가는 입구를 우회해 임마누엘교회로 내려가다 보면 왼편으로 감지해변 산책로가 연결돼있다.  

자갈마당까지 약 2㎞의 이 해안 산책로는 부산의 가장 아름다운 길을 선도하고 있다. 광활한 바다 너머 아스라한 수평선 그리고 점점이 떠 있는 섬과 배들이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룬 전경은 마치 지중해의 어느 한 곳을 걷는 것 같은 이국적인 정서를 느끼게 한다.  

'감지'는 자갈마당 안쪽에 있었다는 못(池)의 이름이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이곳에서 활쏘기를 즐기며 자신이 타고 다니던 여덟 마리의 말(팔준마)에게 물을 먹였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못이다. '태종대'도 왜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온 이들을 무열왕이 위로하기 위해 연회를 베푼 장소라고 해 그 명칭이 비롯됐다고 한다.

'신선의 고장이라는 봉래에서 신선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곳이 선경(仙境)임은 확실하다.'  

이는 1869년 동래부사였던 정현덕이 이곳을 기행한 후 남긴 '봉래별곡'의 결사 부분이다. 하늘과 바다, 산과 해안 단애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을 4시간에 걸쳐 걸었다. 신선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문성수  
 
소설가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39> 영도 봉래산·감지해변 산책로 길잡이 

 

봉래산 등산로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서쪽 사면에서 시작하려면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와 영도대교 쪽 버스정류소에서 7번과 71번 버스로 환승하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흰여울문화마을 위 백련사 앞 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다.
 
태종대 앞 버스 종점에서는 송도, 부산역, 당감동, 대연동, 서부터미널로 향하는 다양한 버스가 있다. 중리 포구에서 감지해변 산책로로 올라가는 임도도 누구나 쉽게 이용하도록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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