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38> 천성산 공룡능선~성불암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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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236 작성일18-09-21 09:19
주소 : 대한민국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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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안개가 피어오른 공룡능선 암봉에 난관처럼 버티고 선 절벽을 기어오르기 위해 로프에 의지한 산객이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 섰다. 기세등등하던 폭염을 태풍 솔릭이 데리고 동해로 빠져나갔는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그래도 낮에는 여전히 계곡이 그리운 계절이다. 하산 길 시원한 계류 탁족을 기대하며 성불암 계곡과 산하동 계곡을 좌우로 거느린 천성산 서북능선을 찾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일명 공룡능선으로 더 알려진 능선이다. 
 
보통 연이어진 암봉들이 마치 공룡 등의 혹 같이 삐쭉삐쭉 솟아 기묘한 풍경을 연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공룡능선이다.
 
그런데 설악산이나 신불·간월산의 공룡능선이 날카로운 바위 암봉으로 이뤄져 성질 사나운 공룡의 등으로 비유된다면 천성산 공룡능선은 높고 낮은 봉우리가 거의 육산을 닮아 성질 순한 공룡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간이 짧은 대신 단번에 고도를 높여야 하는 수고는 오히려 천성산 쪽이 더 심하다. 봉우리마다 경사 급한 암벽도 가로막고 있어 이를 타고 넘으려면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암봉 위에 올라섰을 때 전개되는 조망은 흘린 땀을 상쇄할 만큼 시원하면서도 다채롭게 열린다.
 
내원사~짚북재~성불암 8㎞ 거리
들머리 너덜밭 지나면 급경사 돌밭
7개의 봉우리마다 신비로운 경관
천성산 이름 유래 원효대사의 흔적
짚북재 지나면 편안한 계곡 산길 

■익용 타고 천공을 향해 나는
 

산행은 내원사 매표소 주차장을 통과한 후 심성교를 지나 상리천 쪽으로 걷다가 성불암 계곡과 합류되는 지점을 들머리로 너덜밭~돌탑 제1봉~제2봉~제3봉(350m)~제4봉(590m)~제5봉(631m)~제6봉(680m)~제7봉(630m)~짚북재~성불암 계곡~성불폭포~악우대~상리천과 합류 지점~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약 8㎞의 원점 회귀 코스다. 

심성교에서 상리천을 따라 약 15분(1㎞)을 걷다가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면 산비탈을 따라 흘러내린 너덜밭이 정면에 보인다. 오른쪽 성불암 계곡과 왼쪽 상리천이 합류되는 지점이다. 시그널이 어지럽게 달린 이곳이 공룡능선의 들머리다. 길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다. 급경사를 이룬 돌밭을 벗어나 지그재그로 이루어진 경사를 약 15분 동안 오르다 보면 돌탑을 만나고 그 뒤에 능선 입구의 대문처럼 버티고 선 첫 번째 관문을 볼 수 있다.  

제1봉이다. 로프를 이용해 암벽을 기어오른다. 이 봉우리를 넘어서면 곧이어 제2봉이 바위틈에 뿌리내린 소나무와 어우러져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며 우뚝 솟아있다. 길게 늘어뜨린 로프를 타고 절벽을 오르는 산객이 조그맣게 보일 정도다. 로프를 가랑이 사이로 늘어뜨려 단단히 잡고 바위틈을 더듬어 오르는 초보 수준의 암벽타기지만, 그 아슬아슬한 맛이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오르는 도중 시꺼먼 비구름이 천둥과 함께 몰려들더니 무서운 기세로 호우를 내리쏟는다. 비옷을 꺼내 입고 우중 산행으로 제3봉(350m)에 올라서자 비는 그치고 골짜기마다 운무가 피어오르면서 신비로운 경관이 연출된다. 골안개 사이로 산하동 계곡의 노전암과 출발했던 주차장의 정경이 발밑으로 내려다보인다.

절벽 끝에 서서 팔 벌려 하늘을 우러러본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처럼 웅크리고 있던 익용을 깨워 잡아타고는 천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 같은 상상의 호기를 부려본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뒤돌아보면 타고 넘어야 할 봉우리들이 험준한 난관처럼 줄지어 솟아있다. 
암벽을 다시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근육질 골짜기가 뚜렷한 경관 

그런데 산길이란 묘하다. 멀고 높게만 여겨지던 능선이나 봉우리도 꾸준히 걷고 또 오르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가 있게 됨을 종종 실감한다. 그래서인지 조선 시대 양사언도 태산이 아무리 높아도 하늘 아래 산에 불과하니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고 읊었는지 모르겠다. 그 시조를 위안 삼아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를 기어오르고 또 숨 가쁘게 거친 봉우리를 넘는 동안 이윽고 제5봉(631m)에 닿았다.

여기서 바라보는 경관은 탁월하다. 정족산에서 산하천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근육질의 골짜기가 뚜렷하고 그 속에 조계암과 안적암이 호젓이 안겨있다. 눈을 돌리면 천성산 제1봉과 화엄벌을 이룬 능선이 멀리 건너다보인다. 천성산(千聖山)은 명칭 그대로 천 명의 대중이 도를 깨달아 성인이 됐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산이다. 이곳 역시 원효대사 행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나라 태화사에서 구도 중이던 대중 천 명이 산사태로 매몰당할 위기를 미리 알고 판을 던져 이들을 구한 일이 있고 난 후, 그들이 원효대사의 제자가 되기 위해 신라로 건너왔다고 한다. 원효대사는 이들의 거처를 물색하던 중 원적산 산신령의 안내로 이곳에 89 암자를 지어 머물도록 하면서 화엄경 강론으로 득도에 이르게 해 모두 성인이 되도록 이끌었다는 설화다. 이는 원효의 법력이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졌음을 의미하고, 자신뿐 아니라 대중을 모두 이롭게 하기 위한 자리타이행의 구도를 실천한 증거라고 전한다. 

봉우리에 앉아 꿈틀거리듯 이어지는 중앙 능선과 그 아래 그윽한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원효가 이곳에서 수도하며 꿈꿨다는 화엄 세상이 무엇인지 막연한 짐작으로 이야길 나눈다.  

동행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이 서로 개성과 본질이 달라 대립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융합해 서로 자기 본질을 지키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사는 세상이 화엄 세상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원효가 꿈꾸던 그 세상은 1300여 년이 지나도록 아직 오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하자 동행자는 산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서로서로 위하고 자연과 어울려 지내길 좋아하니 이 산속이 화엄 세상 아니겠냐고 말한다. 서로 웃으며 일견 그렇기도 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탁족으로 산행의 피곤 보상받아 

이제 공룡능선에서 제일 높은 제6봉(680m)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 봉우리는 유일하게 우회하는 길이 있다. 봉우리는 소나무와 참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다. 바로 제7봉으로 내려서면 곧 짚북재에 도착한다. 짚북재는 원효대사가 암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수도자들을 불러 모으려고 짚으로 만든 북을 울린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사방의 길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주남고개, 노전암, 천성산 제2봉 그리고 성불암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성불암 2㎞를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제부터 계곡 산길은 거의 산책 수준이다. 약 15분을 내려오면 성불암으로 가는 산길과 계곡 길이 나뉘고 조금 더 내려오면 중앙 능선으로 오르는 왼편 산길을 지나게 된다. 여기서 다시 5분이면 성불폭포를 만난다. 오전에 호우가 내려서 인지 물 떨어지는 모습이 제법 장관을 이룬다. 이어 성불암 입구 악우대를 지나면서 계곡은 차츰 넓어진다. 적당한 소를 찾아 대충 씻고 탁족을 즐긴다. 산행의 피곤을 시원하게 보상받는 시간이다. 이제 20분을 더 걸어 내려가면 산행 들머리 지점에 이르게 되고 상리천을 따라 1㎞ 정도 더 걸으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예닐곱 개 봉우리를 오르내리느라 힘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암벽을 타는 아찔한 재미가 제법 쏠쏠했고 느리더라도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험한 산행이었다. 약 8㎞ 산길을 네 시간 반에 걸쳐 걸었다. 

 
문성수  
 
소설가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38> 천성산 공룡능선~성불암 계곡 길잡이

 

내원사 매표소로 접근하려면 승용차를 이용하는 편이 수월하다. 1일 주차료는 2000원, 입장료는 1인당 2000원을 따로 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과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양산 12번 버스를 타면 된다. 배차 간격은 15분이다. 부산에서 갈 때는 '내원사 입구'에서 내리고, 올 때는 '용연마을' 정류장을 이용하면 된다. 1시간 10분 걸린다.
 
용연마을 정류장에서 내원사 매표소까지는 약 4㎞로 5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공룡능선을 오르는 동안엔 식수를 따로 구할 수 없다.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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