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30> 대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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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576 작성일18-05-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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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록으로 가득한 도통골의 계곡길. 원효대사의 마지막 수행처이자 득도한 곳이라고 해 도통골이라 부른다. 호젓한 길을 자연과 동화돼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

 

5월의 산은 소리 없이 요란하다. 연분홍 진달래가 피었다 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망울을 터뜨린 산철쭉이 그 자릴 대신하고, 산벚나무 하얀 꽃잎이 바람에 난분분 흩어지더니 군락을 이룬 조팝나무 꽃이 이내 흰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가지마다 연둣빛 어린잎을 틔웠던 나무들도 하루가 다르게 계곡과 산비탈을 신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 투명한 담녹색의 숲길을 걷다 보면 사계절 중 만산 녹엽이 싹트는 이때쯤의 봄이 가장 아름답다고 노래한 이양하의 <신록예찬>을 자신도 모르게 읊조리게 된다. 잦은 미세먼지주의보로 혼탁해진 도심을 떠나 하루만이라도 눈과 가슴을 정화하기 위해 아름다운 계곡과 철쭉이 반기는 대운산을 찾아 나섰다.  

온양 상대마을 출발 10㎞ 원점 회귀  
원효대사 수행 전설 서려 있는 도통골  
제2봉서 정상 가는 능선은 바위너덜길  
된비알 오름길 정상, 천성산 등 한눈에  
하산길 이어지는 터널 같은 산철쭉 군락 

대운산(742m)은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와 양산시 서창동에 연이어 걸쳐져 있다. 골기가 강한 암산이 아니고 육산이어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진 않지만,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이 대운산 계곡을 찾는다.

대운산 산행은 주로 양산 웅상면 명곡저수지를 기점으로 서쪽 능선을 타고 오르거나 좌천 장안사에서 출발해 삼각산과 불광산을 거쳐 정상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온양읍 운화리 상대마을을 기점으로 등산하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내원암 계곡이나 도통골 또는 박치골을 통해 오를 수 있는 다양한 산행로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5월의 산  

이번 산행은 상대마을 제3공영주차장에서 대운교를 건넌 다음, 내원계곡~내원암 입구~제2봉으로 가는 등산로~고개 안부~도통골~오른쪽 능선~깔딱고개 안부~큰바위전망대(용심지)~바위전망대~가파른 능선길~나무계단~대운산 정상(742m)~헬기장~갈림길~약수터 앞 철쭉 군락지 안내판~제2봉(670m)~고개 안부~내원암 입구~상대마을 제3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약10㎞의 원점회귀 코스다.

대운교를 건너면 곧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길은 대운천을 따라 도통골, 박치골, 만보 등산로로 이어지지만, 울산 수목원 조성공사 관계로 2월부터 통행을 막고 있다. 이 대운천 계곡은 울산 12경 중 제2경에 속할 정도로 주위 경관이 빼어난 곳인데, 환경 조성을 빌미로 물길을 인위적으로 바꾸고 석축을 쌓는 바람에 원래의 자연미가 많이 훼손됐다. 

오른쪽 길을 따라 내원암으로 올라간다. 포장도로지만 계곡을 끼고 올라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기암 사이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어가며 30분 정도 지나면 내원암 입구에 닿는다. 

'제2봉 가는 길'의 안내 표지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 계곡을 건넌다. 산비탈을 약 5분여 올라가면 고갯마루 안부에 금방 도착한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각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 산길은 제2봉으로 향하는 오르막이자 나중의 하산길이기도 하다. 
정상에 이르는 가파른 계단길에서 인내와 절제의 미학을 배운다.
■원효대사의 마지막 수행처 도통골 

도통골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선다. 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약 7분을 내려가면 구룡폭포에서 올라오는 계곡길과 만난다. 도통골의 숲 안은 신록으로 가득하다. 굴참나무의 여린 잎이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인다.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으면 눈이 절로 맑아지고 머릿속이 깨끗하게 씻기는 것 같다. 원효대사가 생애의 마지막 수련도장으로 삼은 곳이 대운산이며 여기서 도(道)를 통달했다고 해 '도통골'이라 부른다. 

'정상 1.9km'이란 표지가 나타날 때까지는 길이 완만하다. 참 아름다운 길이다. 이런 길 같으면 며칠이고 초록에 물들어 걷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계곡물을 두 번 건너 오른쪽 능선에 붙으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경사가 급하다. 능선을 갈지자로 돌고 돌아 20여 분을 치고 오르는 동안 거의 숨이 깔딱거릴 정도가 되었을 때, 비로소 고개 안부에 올라서게 된다. 나뭇잎을 간질이는 미풍이 그리 시원할 수 없다. 

여기서부터 시야는 멀리 열리기 시작한다. 제2봉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이 올려다 보인다. 흘린 땀을 물로 보충하고 다시 길을 잡는다. 안전 로프가 설치된 바위너덜길이다. 돌부리 끝이 날카롭다. 이런 산길은 늘 우리 인생과 닮아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편안한 숲길이 있으면 위험한 돌밭도 있다. 길에서 배우는 인내와 절제의 미학을 되새기며 조심스레 된비알을 오르는 사이 큰바위전망대에 가 닿는다. 

원효대사가 제자들을 데리고 수행했던 용심지가 근처에 있다고 한다. 물소리는 들리는데 그곳의 위치를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절벽을 이룬 큰바위 위에 올라 좌선에 몰두했을 그들의 모습을 그려 본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으며 또 여기서 무엇을 느끼고 각성에 이르렀는지 속인으로서는 도무지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동해로 뻗어가는 낮은 산들과 신록으로 물결치는 구릉들이 탁월하게 조망되는 장소다. 이어 옆길을 따라 또 다른 바위전망대를 지나면 다시 된비알이 시작된다. 인내를 시험할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이다. 오르다 쉬고를 반복한다. 옮기는 발걸음은 더디지만, 30분쯤 지나면 이윽고 정상(742m)에 올라서게 된다.

■산정(山頂)의 미인 척촉화(철쭉) 

시야는 사방으로 열린다. 양산 방향의 천성산, 부산 쪽의 철마산과 백운산의 윤곽이 뚜렷하고, 좌천 달음산의 취봉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바다인지 구름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수평선이 실루엣처럼 이어졌다.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한참을 쉬다보니 이제야 고개를 내민 철쭉이 눈에 들어온다. 생각이 딴 곳에 있었으니 곁의 미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철쭉 군락지에 가기 위해 제2봉 쪽으로 내려선다. 곧 헬기장을 지나고, 양산 용당골로 내려가는 왼쪽 길도 버리고, 도통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는 동안, 산철쭉 터널은 계속 이어진다. 산정의 화원에 묻힌 기분이다. 

철쭉의 한자어는 척촉화다. 꽃이 아름다워 곁을 떠나기 머뭇거려진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척촉'의 음운이 변화해 '철쭉'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이 있어 먹지 못해 개꽃으로 불렀지만, 꽃의 자태는 아주 예쁘다.

다시 쉬엄쉬엄 제2봉을 향해 걷는다. 20분쯤 지나면 내원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봉우리에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그러나 직진해 약 10분이면 제2봉 정상에 도착한다. 진하와 간절곶 쪽을 조망하다 상대마을 주차장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분간 내려오면 아까 그 우회한 산길과 만나고, 다시 30여 분을 수고하면 도통골로 내려갔던 그 안부에 닿는다. 고도가 낮아지자 조팝나무 꽃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 무더기로 피어있다. 내원암 0.6㎞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약 5분이면 내원암 입구의 계곡에 내려선다. 수령 500여 년의 팽나무가 내원암 앞을 고풍스럽게 지키고 있다. 

내원암에서 약 20여 분 내려가면 산행 출발지인 제3공영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은 근 5시간을 신록 속에 있었다. 마음의 정화는 분명치 않으나, 눈과 머리만큼은 맑아진 것 같다. 역시 신록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덤으로 예쁜 철쭉까지 만날 수 있었다.  

 
문성수
 
 

소설가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30> 대운산 길잡이

열차를 이용해 대운산으로 가려면 남창역에 내려 마을버스 50번으로 갈아타면 된다. 부산 부전역에서 오전 9시 10분, 9시 46분, 11시 30분에 출발하며 남창역까지 55분 걸린다. 마을버스는 남창역 앞에서 오전 9시 10분, 10시 30분, 11시 30분에 대운산 상대마을로 출발한다.
 
오후에 대운산에서 남창역으로 가는 버스는 매시간 정각에 있다. 운행 시간은 30분이다. 남창역에서 부전행 열차는 오후 2시 26분, 오후 4시, 오후 5시 48분, 오후 7시 5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14번 국도 남창로에서 대운상대길로 들어와 제3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산행 내내 식수를 구할 수 없다. 미리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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