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29> 백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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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470 작성일18-04-12 10:41
주소 :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면 매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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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능선을 타고 백운산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었다. 그 달짝지근한 맛이 추억의 미각으로 되살아난다.

 

'백운(白雲)'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전국에 걸쳐 아주 흔하다. 주변 지형 영향으로 구름이 자주 끼거나 머무는 산이라는 의미에서 명명된 것 같으나, 그 이름이 주는 정서는 사뭇 다르다. 백운으로 덮인 산은 마치 안개 속 풍경처럼 어떤 신비와 몽환의 상상력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래서 허위와 욕망으로 가득 찬 속세를 벗어나 어떤 무심(無心)의 세계를 지향하고자 했던 선인들의 정신이 반영돼 곳곳에 백운산을 만들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부산에도 백운산이 있다. 그리 높지는 않으나, 정관 쪽에서 올려다보면 소학대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산등성이의 기세가 자못 웅장해 보인다. <기장읍지(1846)> 산천조(山川條)에 의하면 '백운산은 늘 머리에 흰 구름이 있고, 그곳에 선여사(船如寺)가 있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복잡한 세상사를 벗어나 조금은 무심해지기 위해 진달래가 반기는 백운산을 찾았다. 

임곡 출발, 임기마을 하산 11㎞  
접근성 좋고 걷기 편한 완만한 길  
매암산 가는 길엔 여러 개 봉우리  

자연이 만든 기묘한 형상 선바위  
깎아 세운 듯한 병풍 둘러친 절벽 
정관신도시·좌천 앞바다 한눈에
 

백운산 산행은 7번 국도변에 있는 임곡(林谷)마을에서 시작하는 게 편하다. 접근하기도 쉽고 정상에 오르는 길이 비교적 완만해 봄을 느끼며 걷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백운산 정상에서 매암산으로 가는 능선은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한다. 산행코스는 임곡마을~백운암~금광사~진태고개에서 올라오는 임도~백운산(522m)~해밋고개~망월산(549m) 소학대~매암산(515m)~소두방재 위 갈림길~소산봉(당나귀봉)~철마산 밑 갈림길~의양골~임기천~임기마을로 내려오는 약 11km의 길이다. 

■무심의 세계를 지향한 선인들의 염원 

'임곡'은 '숲실' 또는 '숲골'의 한자 표기다. 양산시와 울주군 월평의 경계 지점에 맞닿아 있다. 임곡교를 건넌 후 논밭을 가로질러 마을을 통과하면 이내 옥씨재실이 보인다. 여기서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백운암 앞을 지나게 된다. 계곡을 끼고 있는 아담한 절이다. 봄이 내려앉은 한적한 마을과 들을 뒤로하고 산행 들머리인 숲길에 들어서면 솔향이 그득하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노구를 서로 의지하듯 서 있다. 예로부터 '숲실'이라고 불린 이유를 알 만하다.

길은 너르고 조용하다. 백운암을 지나 10분쯤 경사진 길을 오르다 보면 '금광사 주차장'과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장에 닿게 된다. 왼쪽 길을 따라 산모퉁이를 돌면 금광사로 올라가는 비탈길이 나타난다. 금광사는 그리 오래된 절은 아니다. 그런데 대웅전 위의 기묘한 바위가 유독 눈길을 끈다. 꼭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과 흡사한 형상이다. 섬의 해변에 늘어선 석상은 인공물이지만, 절묘한 자연의 우연이 만들어낸 선바위 석상은 그래서 더욱 기이하다.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아까의 얼굴 형상은 사라지고 그저 바위 위에 얹힌 바위로만 보일 뿐이다. 하나의 실체를 놓고 보는 방향이 달라 서로 다투는 현상의 본질이 여기에도 있었다며 동행자는 쓴웃음을 짓는다.  

대웅전 옆의 산길을 5분여 오르다 보면 임도를 만난다. 정관 진태고개에서 올라와 백운산 서쪽 사면을 구비 돌아 소두방재와 소산벌(소산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임도를 따르지 않고 가로질러 소나무 숲길로 직진한다. 조금만 오르면 백운산 북쪽 능선에 붙을 수 있다. 차츰 고도가 높아지면서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정관 쪽으로 시야가 열리기 시작할 즈음이면 벌써 정상이 가깝게 올려다보인다.
산행 초입인 금광사 대웅전 위의 선바위 모습.
■바위틈에 핀 진달래의 수줍은 미소 

여기저기에 핀 진달래가 은은한 분홍빛을 흩뿌리고 있다. 이 산 저 산 다니며 입술이 파래지도록 진달래를 따 먹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달짝지근한 미각으로 되살아난다. 진달래는 여수 영취산처럼 무더기로 피어 온 산을 벌겋게 물들일 때도 아름답지만, 바위틈에 홀로 피어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진달래가 더욱 애잔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제 조금만 더 땀을 흘리면 어느덧 백운산 정상 표지목을 마주하게 된다. 금광사에서 약 30분을 올라왔다. 비록 구름에 싸인 신비로운 산봉우리는 아닐지라도 나뭇가지 사이로 전개되는 시야는 너르다. 정관신도시 전경이 온전히 내려다보인다. 그 너머 북동쪽으로 함박산 석은덤산 장안 불광산이 동남쪽은 문래봉에서 달음산으로 이어지는 연봉이 파도 굽이처럼 꿈틀대고 있다. 

남쪽으론 망월산과 소산봉 그리고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뚜렷하다. 정작 산 이름처럼 구름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어 남동풍이 불어오면 습기를 머금은 해풍이 급경사를 이룬 동쪽 산 벽에 부딪혀 구름으로 피어오를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기록에만 남아있는 선여사를 문득 떠올린다. '배와 같은 절',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무척 낭만적인 이름이다. 구름에 가린 산중의 절이 가끔 그 모습을 드러내 언뜻언뜻 보였다면 이는 꼭 구름 파도를 헤치고 가는 배의 모습으로 연상되지 않았을까. 선인들의 기발한 명명법을 음미하면서 망월산으로 가기 위해 안부로 내려간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서면 곧 임도의 표지목을 만난다. 창기마을을 가리키는 오른쪽을 버리고 임기마을 쪽을 따른다. 지난 산불로 고사목처럼 변해 버린 소나무 숲길을 따라 20여 분을 내려가면 삼거리 안부인 해밋고개에 도착한다. 오른쪽은 임기마을로 내려간다. '해미'의 어원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백운'과 '선여사'를 통해 유추해보면 '바다에 낀 짙은 안개'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안개 고개에서 망월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된비알을 치고 올라야 한다.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었다. 거친 숨으로 온몸은 요동치지만, 정신은 차츰 명료해진다. 머리가 복잡할 땐 걷는 것이 제일이다. 걷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석탑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임도에서 왼쪽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곧 망월산(549m)에 도착한다. 

■용천지맥 백운산, 천길 단애 소학대 

아름다운 달을 즐기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라는 뜻에서 망월산(望月山)이라고 한다. 달음산 너머 좌천 앞바다가 어슴푸레 보인다. 근처에 기장 8경의 하나인 소학대가 있다. 펑퍼짐한 바위처럼 보이지만, 정관 쪽에서 올려다보면 천길 단애의 절경이다. 

백운 속에 신선을 연상했으면 학이 빠질 수 없다. 학이 둥지를 튼 곳이라 한다. 그곳을 되돌아 나와 조금만 내려가면 매바위 표지판을 만난다. 왼편 숲길 끝에 매암산(515m) 정상석이 있다. 한 발 잘못 내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아 현기증이 나는 바위다. 그러나 누구는 이곳에서 뛰어내려 새가 되어 날아가는 꿈을 꾸었음직도 하다. 조심스레 옆으로 돌아 올려다보면 천공의 기교로 깎아 세운 바위 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다시 길을 내려와 철마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10분이면 소두방재에서 올라온 갈림길에 닿는다. '소두방'은 이곳 지형이 솥뚜껑을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솥뚜껑의 이곳 방언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정관면 사람들이 임기를 거쳐 동래로 오갈 때 넘어 다니던 고개라고 한다. 정관(鼎冠)이란 행정명도 '소두방'에서 유래했다. 왼쪽 중리 방향을 따르면 소산벌로 내려가 곰내재를 건너 달음산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철마산 진행 방향을 따라 비탈길을 잠시 오르면 소산봉(574m)이다. 주변 경관을 탁월하게 조망할 수 있다. 다시 숲길로 내려선다. 마른 가지로 겨울을 견딘 갈참나무 물푸레나무들이 연두색 잎을 틔워 옷을 갈아입고 있다. 아기 손처럼 작고 귀여운 잎들을 완상하며 10분을 걸으면 임기마을로 내려가는 갈래 길을 만난다. 철마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의양골을 거쳐 임기마을을 향한다. 

산벚나무와 진달래가 어우러진 의양골은 아름다운 계곡이다. 하산 길도 그리 급하지 않고 호젓하다. 계곡물은 임기마을의 식수원이라고 한다. 옆길을 따라 약 30분을 내려오면 임기천과 만나고 이어 지장암을 거쳐 곧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뒤돌아본 임기계곡은 제법 깊다. 비록 구름 속을 걷거나 새가 되어 날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세상사 한 시름을 잊을만한 산행이었다. 4시간을 걸었다. 

 
문성수
  
 

소설가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29> 백운산 길잡이

산행 들머리(임곡마을)와 날머리(임기마을)가 7번 국도변에 있어 교통편을 이용하기가 아주 편하다. 부산과 울산 방향으로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정관 쪽에서는 모전마을에서 시작되는 임도를 이용하거나 매학리에서 석탑사를 거쳐 능선에 오를 수 있다. 방향 표지목이 곳곳에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다만 의양골을 내려와 계곡이 시작되면 주의해야 한다, 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철조망을 쳐 놓았다. 물에 들어가거나 오염시키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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