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26> 백양산

페이지 정보

작성자펀부산 조회1,068 작성일18-02-22 11:56
주소 :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북구 만덕동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본문

▲ 백양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헬기장의 모습. 그 너머 건너다보이는 황령산과 금련산 아래에 부산의 시가지가 물 흐르듯 길게 이어져 있다.
    
성지곡수원지, 참 좋은 곳이다. 도심에서 10분이면 울창한 삼림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것도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이나 삼나무 숲길로 말이다. 우선 공기 맛이 다르다. 탁한 도시 속에서 연명하던 우리 몸이 먼저 그것을 안다. 하늘을 가릴 듯 높게 자란 나무를 올려다보며 걸으니 호흡은 절로 편안해지고, 저수지와 어우러지는 시원한 풍경에 한 몸이 되니 절로 마음의 여백이 생기는 것 같다.
 
하루 중 언제라도 편백 웰빙 숲길을 유유자적할 수 있는 중간 허리길이 곳곳에 열려있고, 부산에서 금정산 다음으로 높은 백양산(642m)을 등반하면서 사방으로 전개되는 부산의 근·원경을 즐길 수 있다. 이런 곳이 도심의 지척에 있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연의 선물임이 분명하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큰 준비 없이 다녀오기에 적당하고 접근성도 아주 좋은 곳이다. 

어린이공원 원점 회귀 8.5㎞ 구간  
등반과 웰빙 트레킹 3시간여 소요  
울창한 산림, 곳곳에 바위전망대  
한눈에 담는 황령산·봉래산·영도 

■근대 상수도 시설 원형과 편백 숲
 

성지곡수원지라는 명칭은 상수도 보급을 목적으로 축조된 초읍동의 인공저수지를 일컫는다. 최원규의 '부산 상수도 발달사'에 의하면 1906년 대한제국 탁지부 상수도 국장 이건영과 당시 일본인 부산 거류민단장이 '부산 상수도 공동계약'을 맺은 후, 1907년 착공해 융희 3년인 1909년에 준공했다고 한다. 급수는 1910년부터 시작돼 1971년까지 계속됐다.  

그간 낙동강 취수공사 시설이 완성되면서 1972년부터는 공업용수로 전환됐다가 1985년 전면 폐쇄하는 조치로 현재는 공원 호수로만 그 기능이 남은 셈이다.

부산 시내 일본인 거류지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축조됐지만, 근대 상수도시설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역사적 장소로 인정돼 근대문화재에 등록돼 있다. 축조 당시 수원 보호를 위해 조림한 편백과 삼나무가 이제 수령 110년이 넘은 거목으로 자라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의 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이번 산행은 어린이공원 입구에서 출발해 댐을 둘러본 후, 저수지 남쪽 여수로~9호 매점 왼쪽 산길~석천약수터~ 바람고개 ~공룡발자국 화석지~헬기장~백양산 정상(642m)~북쪽 능선~억새밭 안부~6부 능선 둘레길~백양전망대~산림욕장~4부 능선 둘레길~저수지 둘레길~공원 입구로 내려오는 경로를 택했다. 이는 정상 등반과 웰빙 트레킹을 포함한 총 8.5km의 원점회귀 산행으로 걷는 데만 약 3시간 반이 소요되는 난이도 중의 짧은 코스다. 

■사방의 길이 모이는 바람고개 

공원 입구에서 동물원인 삼정 더 파크에 이르면 삼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오른쪽 윗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댐 두 개를 만난다. 높이 약 27m의 본 댐 아래 작은 댐은 원수(源水)의 부유물을 가라앉히는 침전지다. 본 댐의 하단 배수구에 '음수사원(飮水思源)'이 음각돼 있다. 과일을 딸 때 그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중국 양나라 유신의 <징조곡(徵調曲)>에 나오는 일부분이라 한다.

어디 고마운 것이 과일과 물뿐이겠는가. 불현듯 고마움의 대상들이 비탈길에 깔아놓은 돌처럼 하나하나 밟을 때마다 상기되다가 결국 이렇게 걸을 힘을 허락한 건강에까지 이르렀다. 잠시의 사념에서 빠져나와 '융희(隆熙) 3년 준공'이라는 표지석을 돌아 댐의 상단을 가로지른다. 

가운데 지점의 벽에 영문 석판이 있다. 공사 기간과 함께 기술 자문과 설계를 담당했던 일인의 이름이 영문으로 새겨 있다. 문득 이렇게 규모가 큰 공사를 담당하며 힘겹게 목도했을 수많은 조선인 인부의 모습이 그 위에 겹쳐진다. 그들 이름은 없다. 일행 중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역사는 유명한 사람들만 편애하는 법인가?'라고 말이다.  

곧 여수로를 건너는 다리를 지나 9호 매점 왼쪽 산길에 붙는다. 키 큰 곰솔들이 용틀임하듯 뻗어있다. 길은 한적하다. 여러 갈래로 난 길 중 되도록 동물원 쪽으로 붙어 15분여 오르면 석천약수터에 도착한다. 음용 불가라는 안내문과 함께 물은 말라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오르면 사방의 길이 모이는 바람고개를 만나게 된다.

이어 산성처럼 쌓아진 돌담을 따라 산등성이를 오른다. 만덕고개와 쇠미산 일대에 남아 있는 돌담의 흔적은 수원지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표시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 위에 철조망이 처져 있었고 산지기까지 지키고 있어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덕택에 땔감 부족으로 근처 야산이 민둥산으로 변해갈 때도 성지곡수원지만은 울창한 산림을 유지할 수 있어 지금의 경관을 유산처럼 남길 수 있었다. 헬기장까지 오르는 50분여 산길은 가파르다. 그러나 군데군데 바위전망대가 있어 주위 경관을 조망하는 동안 숨을 고를 수 있다.  

왼쪽 사면 아래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 선암사가 있지만, 보이진 않는다. 옛 동평현 치소가 있었던 당감동은 아파트와 건물들로 조밀하게 들어차 있다. 유서 깊은 동네지만, 그 역사의 흔적은 기록에만 남아있다.

눈을 조금 높이면 황령산과 엄광산이 선명한 시야 속에 있고 멀리 부산항과 영도 봉래산이 건너다보인다. 다시 부지런히 걸어 헬기장을 지나 안부에 닿으면 백양산 정상이 지척이다. 오른쪽 길은 성지곡수원지 경내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왼쪽 길은 애진봉(589m)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삼림 세러피 치유의 숲 

백양산(642m)의 옛 이름은 선암산(仙岩山) 또는 운수산(雲水山)이다. 언제부터 불렸는지 모르지만,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1861)에는 선암산이라고 기록돼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경관은 탁월하게 열려있다. 부산이 강과 산 그리고 바다로 어우러진 도시라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우수가 지났지만, 몰아치는 북서풍은 아직 매섭다. 얼른 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15분여 걸으면 억새평원을 이룬 안부에 닿는다. 정면에 불태봉(614m)이 보이나, 오른쪽 하산 길을 택해 성지곡수원지 경내로 내려간다, 편백 숲길을 되도록 오래 걷고 싶어서다.  

8부 능선까지는 가파르다. 자칫하면 엉덩방아를 찧기 쉽다. 그러나 삼림욕장으로 이어지는 중간 둘레길을 만나면 이제부터 '룰루랄라' 산책길이다. 불태령으로 이어지는 숲길의 양옆은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곰솔과 적송 그리고 편백으로 빼곡하다. 많은 이가 오가고 있지만, 상큼한 수향은 모두에게 나눠 줄 만큼 넉넉하다. 뇌 피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장소가 숲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렇다. 몸과 마음이 자연과 교감하기 위해 활짝 열린 것 같다. "정말 좋은 길이다!"라는 감탄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불태령(부태고개)까지 갔다가 다시 유턴해 왼편으로 내려서 4부 능선인 삼나무 숲길을 걷는다. 삼림욕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가득 찬 듯 대기는 청량하다.

산림 치유란 숲의 향기와 소리·그리고 아름다운 경관 등 오감을 자극하는 자연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과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이라고 한다. 숲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이미 숲 치유 요양지가 370여 군데나 있고 일본만 해도 삼림 세러피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면서 산림 의학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도 양평 자연휴양림, 전남 장성 치유의 숲, 청태산 치유의 숲 등 세 곳을 국립으로 관리 운영하고 있다는데, 성지곡수원지도 2017년 산림 치유의 장소로 지정돼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기대하게 됐다. 완만하게 내려가는 이 길은 체육공원 약수터를 지나 저수지를 끼고 돌면서 9호 매점까지 이어진다.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의 얼굴은 해말갛다. 모두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표정이 역력하다, 호흡은 크게 하면서 되도록 길을 아껴 천천히 산에서 내려왔다.
 
문성수  
 
소설가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26> 백양산 길잡이


백양산은 부산진구, 사상구, 북구의 경계 지점에 걸쳐있어 어느 곳에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어린이대공원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면 시내버스 33번 44번 54번 63번 81번 133번과 지하철 동래역 2번 출구에서 부산진구 17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지하철 3호선 만덕역 1번 출구에서 부산 북구 디지털도서관으로 올라오면 성지곡수원지 만남의 광장을 향하는 오솔길과 연결된다. 백양산 둘레길 트레킹 코스는 성지곡수원지에서 선암사를 거쳐 북구 운수사까지 약 19.4㎞의 길로 6시간 정도 소요된다. 걷는 데 무리가 없는 한적한 임도다.

총 0건 / 최대 200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우리지역 명산 부산지역 명산을 소개합니다 금정산 백양산 황령/금련산 승학산 영남알프스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주간 활동순위 10.22(화) 오후 10시 기준
  • 1 힐링부산 
  • 2 몽블랑트레킹 
  • 3 먹광 
  • 4 메아리bak 
  • 5 거북이부부 
  • 6  에어크루즈여행사 
  • 7  장원석 
  • 8  김성중 
  • 9  울타리 
  • 10  솔바람산악회 
동호회 부산지역 동호회를 소개합니다 동호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