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25> 금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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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989 작성일18-02-01 09:26
주소 : 대한민국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가산리 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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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고당봉을 오르는 하늘 계단. 그 아래 북문을 거쳐 원효봉과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이 뚜렷하게 펼쳐진다. 그 너머 장산과 수영만 일대가 선명한 풍광으로 다가온다.
    
금정산은 다채로운 산행의 묘미도 있고 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산 중의 하나다. 나비 바위, 부채 바위, 무명 바위, 상계봉 등 위태롭게 서 있는 바위들만 찾아 오르는 암벽 등반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양산 다방봉으로부터 백양산에 이르기까지 주변 풍광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긴 능선을 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송간세로를 걸으며 느긋하게 사색할 수 있는 수많은 둘레길이 숨겨져 있어 어느 쪽을 선택하든 하루 산행의 충일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산이다.

특히 부산 전경과 주위 원경을 깨끗하게 조망하기 원한다면 그중 겨울 능선 산행이 적격이다. 금정산 주 능선 어느 곳을 오르기만 해도 일상에 갇혀 한없이 좁아져 있던 시야가 서서히 확장되면서, 깨끗하게 전개되는 풍경의 매혹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온몸을 휘감는 칼바람이 매섭기는 하지만, 미세먼지 없이 청정해진 대기가 더욱 선명해진 풍광을 모두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상마마을~고당봉~계명봉 둘레길  
범어사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산행  

북문 근처 세심정 물맛 '이름값'  
신우대 군락지 댓잎 푸르름 선명  
고당봉 정상 오르면 부산 '한눈에' 
   
북문의 모습.
■다양한 산행 재미 품은 진산
 

이백의 <산중문답>에 '왜 산속에 사느냐고 물으니 웃으며 답하지 않지만 마음은 저절로 한가롭다'는 시구가 있다. 마음이 저절로 한가로워지는 것은 구속적인 사회와 인공의 도시를 떠났기 때문도 있지만, 호젓한 산길이나 자연 속의 길을 걸을 때 특히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돼 마음의 안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이미 뇌과학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은 우리 몸의 깊숙한 곳에 이미 들어와 있고 또 그곳으로 돌아가는 신비로운 체험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산행은 상마마을로부터 원효봉(687m)과 북문 사이 봉우리에 올랐다가 화엄벌을 지나 금정산 최고봉인 고당봉(801m)에 이른 후, 북쪽 능선을 따라 장군봉(737m)과 인근의 갑오봉(719m)을 거쳐 사배고개로 내려와, 계명봉(601m) 둘레길을 걸어 경동아파트 쪽으로 하산하는 경로를 택했다. 이는 범어사를 중심에 놓고 그 주위를 큰 원으로 도는 총 길이 10.5km의 산행길이다. 
호젓한 사색의 길.
상마(上麻)마을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5분여 도로를 따라 오르면 만성암에 닿는다. 입구 왼편에 '금정산 둘레길 제3 등산로'를 안내하는 표지목이 서 있다. 산행은 오른쪽으로 난 길을 이용한다. 그리 급하지 않은 비탈길을 요리조리 오르다 보면 곧 신우대 군락지를 만난다. 잎을 모두 털어버린 겨울나무의 무채색 배경에 댓잎의 푸름은 오히려 선명하다. 인근에 장전동(長箭洞)이란 지명이 있듯 금정산 둘레에는 화살의 재료가 되는 신우대가 많이 자생했다고 한다. 그곳을 지나 조그만 구릉을 넘어가는 외길을 따라 15분여 걷다 보면 고갯마루 위의 첫 삼거리를 만난다. 오른쪽 길은 북문으로 향하는 산길이다. 표지목이 가리키는 제4망루 쪽으로 직진한다. 잠시 편안해진 오솔길을 따라 숨을 고르다 보면 또 삼거리를 만난다. 길 아래 비탈면은 두툼한 낙엽 이불로 덮였다. 마른 가지로 하늘을 가린 졸참나무 숲 사이의 오른쪽 산길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원효봉 1.4km'라는 화살표지판을 따르면 된다.
통천문.
■다시 만남을 반복하는 길 

이제부터 주 능선에 닿기까지 약 30분은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 무명 바위에서 흘러내린 능선과 원효봉을 왼쪽에 두고 차츰 고도를 높일수록 몸은 격렬하게 반응한다. 턱밑까지 밀어 올리는 거친 호흡이 계속되는 동안 목덜미와 등을 타고 내리는 땀이 촉촉하게 느껴진다. 몸은 혹사를 당하는데도 기분은 오히려 상쾌하다. 맑은 대기가 온몸과 내부를 휘돌아 말끔히 씻어내는 듯하다. 또 군데군데 있는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황홀한 풍광이 시야에 가득 찬다. 오륜대를 품고 있는 구곡산과 그 뒤의 달음산 그리고 해운대와 장산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전개돼 있다. 햇빛으로 반짝이는 수영만 너머 대마도의 시라다케 아리아케 연봉이 실루엣처럼 수평선에 떠 있다. 대기가 맑기 때문이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올라간다. 이윽고 큰 바위를 지붕으로 얹고 양쪽 바위가 기둥처럼 세워진 통천문을 통과해 원효봉과 북문 사이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다시 북문 쪽으로 내려가 근처 세심정(洗心井)에서 목을 축인다. 예로부터 부산의 물 좋은 곳을 일러 일 금정, 이 초읍, 삼 연지라고 했다. 현재도 꼭 그런지 장담할 수 없지만, 물맛은 역시 좋다. 주위에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강론했다는 화엄벌이 있다. 예수의 산상수훈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왜 대중을 이끌고 높은 산정까지 올라가 인간 도리의 가르침을 그렇게 설파했을까? 이는 아마 세심(洗心)과 같이 자연이 주는 신비로운 체험으로 강론의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금샘 가기 전 바위 타기.
다소 엉뚱한 생각에 잠긴 사이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화엄벌의 억새가 마치 세파에 시달리는 사부대중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갈 길이 멀어 이내 고당봉을 향했다. 이곳 기점 약 900m 20분 거리다, 불끈 솟아오른 고당봉의 목전에 이르면 오른편으로 '금샘 가는 길' 표지가 있다. 왕복 800m 15분이 걸린다. 하늘에서 금어가 내렸다는 오묘한 금샘에서 범어사 경내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웅장하다. 범어(梵魚)는 곧 하늘의 금어(金魚)다.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는다. 그래서 사찰의 물고기 문양은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라는 수도자의 자세를 의미한다고 한다. 다시 돌아 나와 하늘 사다리 같은 계단을 올라 고당봉(801m)에 이른다. 일망무제! 사방을 둘러봐도 거리낌 없는 풍광이다. 부산 전역은 물론이고 낙동강 굽이 따라 무척산, 토곡산, 천태산이 뚜렷하고 영축산 원적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완연하게 조망된다. 역시 부산의 진산답다. 

■사색과 치유의 계명봉 둘레길 

고봉에 선 뿌듯한 성취감을 뒤로하고 북쪽 암봉의 나선형 계단을 내려와 장군봉으로 향한다. 약 2km 거리로 40분 정도 걸리는 능선길이다. 왼쪽 사면은 급경사를 이루면서 낙동강과 양산천으로 떨어진다. 도중에 갈림길을 자주 만난다. 오른쪽 산길을 택하면 내원암과 청련암을 거쳐 범어사 경내에 이르는 길이고 왼쪽 길은 호포나 가산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곧바로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30분 정도 지나 다시 오르막이 시작될 무렵 장군봉 옹달샘에 닿는다. 여기서 10분이면 장군평전에 올라설 수 있다. 도중에 한 뿌리에서 여섯 줄기로 갈라져 나온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붙든다. 각 줄기에서 뻗은 가지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조화로운 모습이 오히려 기이하게 느껴진다. 장군평전에 올라서면 장군봉(734m)과 갑오봉(720m)이 지척에 있다. 지난가을 동안 은빛 물결로 바람을 노래하던 억새는 꽃을 다 날려 보냈다. 매서운 칼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갑오봉 쪽으로 걷는다. 능선길이 곧 양산과 부산의 경계다. 5분여 걷다가 능선을 버리고 왼쪽 사면으로 내려선다. 양산시 동면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낮게 앉은 계명봉을 정면에 두고 비탈길을 조심스레 내려간다. 길은 우리 인생행로처럼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남을 반복하나 15분 정도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사배고개에 이른다.
사배고개 정자 영풍정.
이어 계명봉을 향해 조금 걷다 보면 계명천 계곡으로 내려가는 왼쪽 길이 열리고 곧 약수터를 만난다. 계명봉 허리를 감아 도는 약 2km의 둘레길이다. 길은 한없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가족들과 산책하듯 걷거나 사색하기 딱 좋은 길이다. 이 둘레길을 칸트가 즐겨 걸었다는 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처럼 '사색의 길'로 부르고 싶다. 길에서 만난 어떤 분은 "암 수술 후 이곳을 매일 찾아 걸으면서 기력이 많이 회복됐다"며 자기는 이 길을 '치유의 길'이라 부른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들과 숲길이 들려주는 겨울 환상곡을 음미하면서 오늘 눈과 마음에 담았던 풍경과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이윽고 경동아파트에 이르렀다. 4시간여 걷는 동안 아무도 비트코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문성수
 
 
소설가

 

 

 

 

 

 

[작가와 함께하는 산과 길] <625> 금정산 길잡이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5번 출구로 나와 옛 팔송 버스종점으로 올라오면 범어사 순환도로를 운행하는 90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환승한 후 범어사 입구 매표소를 지나 상마(上麻)마을 입구에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갈림길에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어 아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고당봉에서 장군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낙엽이 쌓여 희미한 곳이 있으나, 나뭇가지에 달린 안내 리본을 확인하면서 직진하면 된다. 범어사 경내로 들어가려면 사배고개에서 내원암 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산행 날머리인 경동아파트에서 지하철 범어사역까지는 걸어서 10분여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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