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산&길] <621> 산청 엄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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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762 작성일17-12-14 10:29
주소 : 대한민국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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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무봉 산행 나무덱 전망대에서 바라 본 조망. 들판을 휘도는 남강 뒤로 정렬한 봉우리들이 선명하다.

 

경남 산청에 있는 엄혜산은 성철스님 생가에 지은 겁외사를 품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많이 찾는 산이기도 하다. 엄혜산과 이웃하는 검무봉과 잇는 등산로는 겨울철이 아니면 걷기 힘들다. 그만큼 수풀이 우거져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중생을 보듬은 엄혜산과 조망이 탁월한 검무봉을 모두 걷는 묘미를 만끽해본다. 등산로는 총 길이 8.4㎞에 산행 시간은 5시간으로 원점회귀 방식이다. 

 
8.4㎞ 거리 5시간 소요 원점 회귀 
2001년 창건 겁외사 품은 엄혜산 
전망 좋은 검무봉 함께 걷는 묘미  
지리산 천왕봉·둔철산 등 한눈에  
엄혜산 정상 가는 능선 잘 찾아야 

■지리산을 조망하며
 
엄혜산 하산길
우선 검무봉으로 올라간다. 들머리를 잡기 위해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밑으로 난 차도를 따라 직진한다. 오른쪽이 성철스님 기념관이다. 퇴옹교 아래를 지나 대형차량 주차장이 끝나는 지점 건너편에 검무산 등산로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잘 닦인 오르막이다.  

이 일대 옛 등산로들이 고속도로 준공 후 사라졌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오랜 만에 이곳을 찾은 등산객이 이 산행기를 꼭 참조해야 할 이유다. 기억에 의존해 등산했다가는 고속도로에 막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20분가량 초겨울 추위에 놀란 몸을 달래다 보면 벤치가 있는 평지에 닿는다. 숨을 돌린 뒤 길을 나서자마자 검무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여기서 평탄한 길을 10분가량 걸으면 된비알이 나온다. 그곳을 오르면 왼쪽이 검무봉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전망대다.  

나무덱 전망대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아득하다. 눈이 내렸는지 산정수리가 하얗다. 그 아래로 산들이 정렬해 있다. 구곡산과 석대산, 웅석봉이 보인다. 소설가 이태의 <남부군>에 나오는 달뜨기 능선이 옛 기억을 더듬게 한다. 둔철산, 정수산, 백마산이 옹기종기하다. 그 앞으로 푸른 남강이 넘실거리며 고산 준봉들의 힘찬 정기를 조율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 검무봉으로 향한다. 전망대로 올라갔던 쪽으로 되돌아 나온다. 10분가량 오르면 지적삼각점을 표시한 봉이 나온다. 누군가 지적삼각점 안내판에 손글씨로 검무봉을 조그마하게 써놓았다. 그게 산행팀끼리 산꾼의 취향을 얘기하는 계기가 된다.  

'봉 팀'은 봉우리에 올라가는 걸 최고로 여기는 등반가들을 말한다. 그걸 '봉을 딴다'고 한단다. 등산로가 어떻든 정상에만 올라가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자신이 100봉, 1000봉, 1만 봉을 밟았노라고 자랑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매직펜으로 써놓은 검무봉 글자를 그들 중 한 명의 작품으로 추측하는 이유다. 반면 '맥 팀'은 능선을 중시한단다. 산의 맥락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이들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한반도 산이 홀로 서 있는 게 아니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산과 산이 사람과 사람처럼 사회를 이루고 있다면 억측일까?

■두 산을 잇는 수고로움 
겁외사 내 율은고거
검무봉 정상에서 20분쯤 내려오면 묘지공원에 도착한다. 한 문중에서 조성한 곳이다. 이 일대에는 여러 묘지가 산재해 공동묘지를 방불케 한다. 최근에 만들어졌는지 공사 흔적이 뚜렷하다. 마구 파헤쳐져 옛 등산길을 찾기가 어렵다. 여기서부터 엄혜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가는 순간까지 긴장해야 한다. 약 한 시간 걸리는 이 길은 언뜻언뜻 드러나는 엄혜산을 바라보며 수풀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양쪽 계곡으로 빠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적다. 얼굴에 닿은 나뭇가지를 손으로 제치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이 구간이 이번 산행의 주목적이란 점을 떠올리면 다소 용기가 난다. 도전은 난관을 극복하는 촉매제가 된다. 엄혜산과 검무봉을 잇는 등산로는 수풀이 우거져 여름철에는 도전하기 어려운 곳이다. 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파란 하늘에 우듬지가 양보심을 발휘하는 이때가 제철이다. 

묘지공원 위쪽을 타고 직진한다. 그 끝자락에 도착해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묘지 조성을 위해 공사 차량이 올라온 흔적이 뚜렷하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만나는 묘지 쪽으로 좌회전한다. 이제부터 고난이 시작된다. 능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내리막을 걸어 내려와야 한다. 아래쪽 성철로 차도에 닿을 때까지 약 20분이 걸린다. 도로를 만드느라 생긴 절개지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길이 끊어졌다고 당황하지 말고 하산하다 보면 수로를 만난다. 여기서 20m 정도 내려가다가 우측 내리막으로 방향을 잡는다. 여영산악회 리본을 참조하면 된다. 그 아래 논밭에서 성철로 쪽으로 올라간다.  

■시공을 초월한 사찰 
묵곡 생태숲 전경
차도 건너편 '금당자미원' 표지판 옆길을 따른다. 이어지는 묘지에서 직진하다가 능선을 향해 왼쪽을 선택한다. 길 모양이 불분명하지만, 지척에 있는 능선을 향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곧 만나는 능선길은 이제 '고생 끝'을 알리는 표시다. 오른편으로 10분쯤 올라가면 226.9봉 갈림길에 접어든다. 오른쪽은 봉으로 올라가고, 반대편은 엄혜산 행이다. 왼쪽으로 10분쯤 걸으면 토현갈림길에 이른다. 산행 리본을 보고 직진한다. 

40분 후 엄혜산 정상이다. 멀리 양천이 설핏 보일 뿐 전망은 탁월하지 않다. 양천은 남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천이다. 정상에 있는 멋진 표지석과 아름다운 목판들이 엄혜산을 향한 등산객들의 깊은 사랑을 짐작하게 한다. 이곳에서 10분 거리에 다른 봉우리가 있다. 평상이 놓여 있어 이채롭다. 지형도상에는 이곳이 정상으로 표시돼 있다. 

이정표에 나와 있는 겁외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비교적 잘 닦여진 길이라 헷갈릴 개연성은 낮다. 다만 15분쯤 내려가다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 길을 선택한다. 이어 바로 만나는 갈림길에 직진하면 된다. 대나무 숲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수로 옆으로 고속도로 굴다리가 보인다. 그곳을 지나면 날머리인 묵곡마을에 도착한다. 

산행을 서두느라 방문을 미뤘던 겁외사에 들른다. 겁외사는 '상대유한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이란 의미다. 1993년 열반에 든 성철대종사 생가터에 들어선 사찰이다. 2001년 창건됐다. 입구에 새겨진 오도송(悟道頌)이 발길을 잡는다. 

사찰 입구에서 정면에 보이는 성철스님 동상을 마주한다. 숙연한 마음에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그러면서도 스님이 살아계셨다면 그 동상에 대해 불호령을 내리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스님이 대웅전에서 끝 모를 절을 하고 있다. 그 모습에 성철 스님 친견을 위해 3000배를 했던 중생들의 소망이 겹쳐지는 듯하다. 문의:황계복 산행 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5. 글·사진=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산청 엄혜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청 엄혜산 구글어스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길] <621> 산청 엄혜산 산행지도

 

 

[산&길] <621> 산청 엄혜산 길잡이


부산에서 경남 산청 겁외사까지 가려면 일단 진주터미널로 가야 한다. 부산서부터미널(1577-8301)에서 20분 간격으로 진주버스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첫차는 오전 5시 30분이고 막차는 오후 9시 30분이다.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이고, 요금은 일반 기준 7700원. 진주버스터미널에서 겁외사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거리는 19㎞이고, 소요 시간은 20분가량이며, 요금은 1만 6000원 정도다.
 
겁외사에서 부산으로 오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겁외사에서 택시를 타고 진주버스터미널(1688-0841)에 도착해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부산서부터미널행 첫차는 오전 5시 50분이고 막차는 오후 9시 10분이다. 배차 간격은 10~20분이다. 심야버스는 오후 10시, 11시, 12시 세 차례 있다. 요금은 서부터미널 8500원, 서면 9500원, 부산역 1만 200원이다.

이번 산행은 원점회귀이므로 자동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겁외사와 묵곡마을, 생태공원 각각에 대형주차장이 있어 주차 사정은 좋은 편이다. 

엄혜산 날머리에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조성한 묵곡 생태숲이 자리하고 있다. 습지 연못, 바닥 분수, 잔디광장은 물론 다양한 수목이 있어 한 번쯤 둘러볼 만하다. 

겁외사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에 목화시배지전시관(경남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이 있는 것도 엄혜산 산행의 매력이다. 전시관에는 무명옷을 짜는 과정과 당시 생활풍습을 전시하고 있다. 1 전시관에선 무명옷을 짜는 베틀과 기구들을 볼 수 있고, 2 전시관에는 조선 시대 의류가 전시되고 있다.  

이준영 선임기자

 

▲ 겁외사 내 성철스님 동상


▲ 검무봉 등산 모습


▲ 성철스님기념관 내 성철스님 좌상


▲ 생태숲 안내도


▲ 엄혜산 정상 표지석


▲ 성철스님 생가터에 세워진 율은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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