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시리즈

[산&길] <619> 고성 향로봉 서북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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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399 작성일17-11-30 09:29
주소 : 고성군 간성읍 향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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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로봉 직전 너럭바위 전망대에서 고성 앞바다를 바라본다. 산바람과 바닷바람이 사이좋게 불어온다. 저 멀리 사량도와 자란만, 상족암 공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인근 명산들도 마주 보인다.

        

산행의 정취에 흠뻑 젖을 시기라면 으레 꽃 피고, 열매가 영글고, 초록 잎 피어나는 계절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낙화와 낙엽의 계절이 제격인 산길도 없지 않을 터. 부산일보 산행팀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부산·경남 지역의 산지도를 훑었다. 잎이 무성한 시기엔 가기 어렵지만,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조망이 확보되는 산길을 찾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만난 산이 경남 고성 향로봉 서북릉. 이 능선을 거쳐 향로봉으로 내려오는 행로는 사람 발길에 시달리지 않은 무구함으로 가득했다. 산행 내내 등산화에 밟히며 나는 낙엽 소리만큼이나. 

걷는 내내 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  
403봉 넘어서니 초겨울 바람  

420봉 우회 임도에서 만나는  
흰옷 입은 자작나무숲 장관  

향로봉 아래 너럭바위 서니  
고성·통영 바다 '한눈에' 탄성 

■된비알로 시작되는 산잔등 
산행 들머리에 자리한 벌바위.
향로봉 서북릉은 벌바위~403봉~435봉~465봉~향로봉~상두바위~낙서암~천진암~운흥사를 걷는다. 등산 시간은 6시간 30분가량이고, 총 길이는 7.6㎞. 시작점은 경남 사천시와 고성군의 경계지점인 계양마을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 차도를 따라 사촌마을 방향으로 80m가량 걸으면 벌바위가 눈앞에 다가선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벌바위 앞 시멘트 포장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치고 오르는 지점이다. 어귀에 여영산악회 리본이 달려있어 참조하면 된다. 능선길 초입이 언제나 숨이 턱에 차도록 가파르다는 점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평탄한 여정이 되려면, 그만큼의 고난이 필요하다는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자연을 통해 만나는 기분이다.

된비알을 오르며 내쉬는 거친 숨은 들머리에서 15분가량 지속한다. 산행 시작부터 등산객을 놀라게 하는 건 이것뿐만이 아니다. 산길 자체가 사람의 통행이 빈번하지 않은 묵은 길이어서 산행의 긴장도를 높인다. 주변 지형을 잘 살펴 가면서 능선 중심을 잘 잡아야 길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은 산행 중반까지 이어진다. 잘 닦여진 등산길을 걷는 안락함이 그립다. 이 점이 향로봉 서북릉을 선택한 이유이니 불평을 하기도 어렵다.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에 온 신경을 모은다. 이 능선 길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봉우리마다 제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짐작된다. 봉우리 이름을 고도 숫자로 표기하는 방식에 그치고 있다. 등산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도착한 봉우리가 '403봉'. 1시간가량 걸리는 이곳에 도착해서야 능선길에 제대로 접어들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다. 산봉이지만 산림이 우거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도 조망이 어렵다.  

■이토록 많은 낙엽은 처음 

403봉을 뒤로하고 나가는 산길이 평탄해 반갑다. 이 길을 30분가량 걸으며 알큰한 초겨울 바람을 느낀다. 황계복 산행 대장은 "잎이 떨어져 능선을 파악할 수 있는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산행이 어려운 길이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묵은 길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랬다. 잔뜩 쌓인 낙엽이 사람 왕래를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부산일보 산행팀이 처음인지 아니면 바람에 다시 낙엽이 몰려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낙엽 무더기를 헤치며 나가는 기분이다. 

이 길을 다시 30분가량 걸으면 자그마한 봉우리를 만나게 되는데 지도상에 표시되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 떨어지듯 아래로 내려가 15분 정도 걷다 보면 435봉이 올려다보이는 지점에 도착한다. 거친 숨을 내쉬며 가파른 길을 올라가자 사방으로 탁 트인 바위가 나온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 맞는 조망. 정면으로 와룡산 자락인 민재봉과 하얀색의 새섬바위가 눈에 잡힌다. 그 옆으로 멀리 기차바위능선이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는 듯하다. 눈을 약간 오른쪽으로 돌리면 경남 진주 시내 전경이 가맣다. 그 아득한 공간으로 하얀 가루가 점점이 날린다. 첫 전망대에서 첫눈을 만난다. 초겨울 들어 조금씩 내리는 풋눈이다. 그 눈을 보면서 눈을 왼편으로 돌리면 중간 목적지인 향로봉 정상의 정자가 어슴푸레 눈에 들어온다.

435봉에서 내려서 다시 30분가량 휘돌아 나가면 465봉에 이른다. 그곳에 누군가 '모정봉'이란 종이 팻말을 붙여놨다. 이 산봉우리 이름은 공식 명칭이 아니고 개인이 자의적으로 붙인 것이란다. 흩날리던 눈은 어느새 그쳤다. 동행한 김태영 여영산악회 회장은 "이제 아이젠을 반드시 휴대할 때"라고 강조했다. 평생 산을 찾은 산사나이의 체취가 물씬 나는 순간이다.  

■온통 흰옷을 입은 숲을 만나다 
향로봉에서 내려가는 가파른 하산길.
이어지는 방향은 이 봉우리에 올라오면서 바라보는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이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낙엽을 눈 삼아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420봉을 우회해 걷다 보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에 내려서 산악기상관측장비 옆을 지나 왼쪽 등산로로 올라선다. 이때 뒤로 무언가 얼핏 스치는 듯하다. 고개를 돌리면 하얀 옷을 입은 유령 같은 자작나무숲에 놀라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산 한 면을 가득히 덮은 자작나무 숲은 장관 그 자체. 그 나무들이 왜 많은 시인의 시심을 자극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묵은 길을 벗어났다. 사람의 흔적이 뚜렷하다. 10분가량 올라가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축대가 산행을 막는다. 이전엔 산길이 뚜렷했으나 임도 확장을 하면서 없어진 모양이다. 정면 돌파의 심정으로 축대를 기듯 올라가야 옛 등산로를 만난다. 이 산비탈 끝은 향로봉 바로 아래 전망 좋은 너럭바위. 그 장면을 기대하며 흙길에서 바윗길로 이어지는 된비알을 힘든 줄 모르고 걷는다. 30분 후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순간을 맞이한다. 경남 고성과 통영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사량도가 우뚝 솟은 산처럼 다가서고, 자란만과 상족암 공원이 발아래에 정렬한다. 미륵산, 벽방산, 거류산, 구절산, 각산도 물결치는 산맥 사이로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낸다. 향로봉 정상까지 이 장관이 수시로 나타나다 사라져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천년고찰 운흥사 대웅전.
향로봉 정상에 있는 정자에서 잠시 머무르다 하산길에 접어든다. 운흥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기암괴석과 너덜겅을 타고 내리며 하산하다 보면 어느새 낙서암에 다다른다. 여기서 단풍길을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도착하는 곳이 천진암. 그 아래 주차장이 날머리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케 한다. 아니나 다를까 10분 정도의 거리에 천년고찰 운흥사가 자리하고 있다. 운흥사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의 지휘 아래 승병 6000명이 집결해 왜적과 맞섰던 호국사찰이다.

글·사진=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고성 향로봉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고성 향로봉 구글어스 지도 확대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길] <619> 고성 향로봉 서북릉 산행지도

 

 

 

[산&길] <619> 고성 향로봉 서북릉 길잡이

 

부산에서 계양마을 버스정류장으로 가려면 우선 사상 부산서부터미널(1577-8301)에서 삼천포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삼천포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 운행 횟수는 하루 22회 (06:00, 06:45, 07:30, 08:15, 09:05, 09:45, 10:30, 11:15, 12:00, 12:45, 13:30, 14:15, 14:55, 15:35, 16:15, 16:55, 17:35, 18:15, 19:00, 19:45, 20:30, 22:00). 소요시간 2시간, 요금 성인 1만100원. 
 
다음으로 삼천포터미널에서 터미털 사거리를 거쳐 '스마일 마트, 북부농협정류장'까지 3분 정도 도보로 이동해 30번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계양마을 버스정류장까지 18개 정류장을 거치며 25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향로봉에서 내려와 운흥사에서 삼천포터미널로 오려면 시내버스 30번을 이용한다. 운행은 하루 2회(9:20, 13:14)뿐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삼천포터미널(055-832-8202)에서 부산 사상으로 가는 막차는 오후 8시 30분에 있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자가용을 이용하는 데는 불편이 따른다. 운흥사에서 산행을 마무리한 뒤 택시를 타고 계양마을에서 차량을 회수하는 방법이 있다. 이동시간은 약 16분으로 요금은 7600원 정도. 

삼천포터미널은 수산시장과 활어회센터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곳이 고향인 지인에게 맛집 안내를 부탁했더니 해물탕을 선뜻 권한다.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기에 어느 식당을 찾아도 실망하지 않으리라는 설명과 함께. 수산시장 근처의 해물탕 전문점을 찾았다. 해물탕 큰 것(5만 원)을 시켰다. 성인 4명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 낙지볶음(1만 2000원), 꽃게탕(1만 2000원)이 있다. 이준영 선임기자

 

 

▲ 435봉으로 오르는 가팔막. 이곳만 오르면 첫 조망을 만난다.


▲ 435봉 첫 전망대. 와룡산 자락이 한 눈에 들어온다.


▲ 향로봉 정상에 있는 정자.


▲ 하산길에 만나는 애향교.


▲ 하산길에 만나는 너덜겅


▲ 낙서암앞 등산지도


▲ 운흥사 대웅전 설명


▲ 운흥사 대웅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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