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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해파랑길 | 전남 완도&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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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2,357 작성일17-01-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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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거센 파도에 닳고 닳아진 크고 작은 갯돌이 아홉 계단을 이룬 비탈이란 뜻을 가진 전남 완도읍 정도리의 '구계등'에 서면 잠시나마 세상 시름을 잊고 아득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

 

 

'빙그레 웃을 완(莞)'에 '섬 도(島)'를 한자로 쓰는 전라남도 완도. 사람들이 그곳을 왜 '빙그레 웃는 섬'이라고 칭하는지 알 것 같았다.

1969년 완도교 완공, 2012년 완도대교 준공으로 더 이상 섬은 아니지만 여전히 섬으로 오해받는 곳이다.

슬로시티 청산도에도 당연히 사계절이 있을 텐데 노란 유채꽃과 초록 청보리가 어우러진 봄 풍경이 전부인 줄 알았다.

계절이 달라지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도 보게 했다. 완도와 청산도에서 보낸 1박 2일이 남긴 여운은 컸다.

여기는 빙그레 웃는 섬 완도

해상왕 장보고 만나는 재미
싱싱 해산물 맛보는 즐거움

부산을 출발한 관광버스는 4시간여 만에 완도대교로 들어섰다. 남도 바다는 물빛부터가 달랐다. 가로수로 심은 애기동백이 이미 만개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완도에서 맞이한 첫 식사는 '빙그레식당'(061-554-1144)의 생선구이 정식. 해조류의 천국 아니랄까 봐 각종 해조류 밑반찬에다 된장국마저도 '해초 된장국'이다.  

장보고기념관

해상왕 장보고 고장에 온 만큼 장보고 유적지부터 찾았다. 장보고기념관(061-550-6930) 중앙 홀의 장보고 무역선에 눈길이 갔다. 장보고 선단이 일본(하카타)과 중국(당)을 오가며 수출·수입한 무역품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강진과 해남의 청자 제작기술 보급도 장보고의 유산이라고 강미영 문화관광해설사가 알려 준다. 

장도 청해진 유적지 '목책'

장도 청해진 유적지가 눈앞이다. 2009년 장도 목교가 완공돼 썰물 때만 드나들던 일은 옛말이다. 물때가 맞아서 열린 바닷길을 걸었다. 물 빠진 땅이어서 물컹할 줄 알았는데 단단했다. 9세기 해상무역 활동의 중심 기지는 흔적으로만 남았다. 1959년 사라 태풍 때 갯벌이 깎이면서 발견한 해안가 목책(원목렬)도 그중 하나. 닳고 닳은 모습에서 세월을 본다. 감태를 손질 중인 아낙마저 없었다면 삭막했을 겨울 갯벌이다.  

호랑가시나무

2033㏊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난대수목원인 완도수목원(061-552-1544)으로 향했다. 완도수목원의 1월은 황칠나무 등 푸른 난대림 사이로 소담스럽게 핀 동백꽃과 완도호랑가시나무의 붉은 열매가 어우러져 특색 있는 경관을 연출했다. 네다섯 시간 등산부터 60·90·120분짜리, 휠체어와 유모차 통행이 가능한 노약자 코스도 있다. 노르딕워킹 스틱을 빌려 노르딕워킹을 체험했다.

'해신' 드라마 세트장으로 유명한 청해 포구(061-555-4500) 촬영장을 지나쳐 정도리 구계등(명승 제3호·061-554-1769)에 도착했다. '9개의 계단을 이룬 비탈'이란 뜻의 구계등이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몽실몽실 갯돌을 밟고 자그락자그락 걸었다. 바닷물이 드는 소리가 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완도타워(051-550-6961)에도 올랐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와 다도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시마를 널어놓은 것만 같은 전복 가두리 양식장도 신기했지만 연내 개통 예정인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위용도 대단했다.

완도항 해변 길을 걷다가 활어 전문점 '완도항구'(061-554-7227)에 멈춰 전복과 회로 허기를 달랬다. 숙소로 향하는 길, 슬며시 웃음이 났다. 청산도만 생각하고 찾은 완도였는데 의외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지친 삶에 쉼표가 되는 섬 청산도 

지친 삶에 여백이 되어 주는 곳, 가는 곳마다 셔터만 누르면 그림이 되는 곳, 느린 섬 청산도의 트레이드 마크 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겨울이어서 볼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걸 일깨워준다. 사진은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로 유명해진 당리마을 언덕.

산·바다·하늘과 걷는 슬로 길
구들장 논, 범바위, 돌담…
발길 멈추게 하는 깊은 매력 


완도에서 남쪽으로 19.2㎞ 떨어진 다도해 최남단 청산도. 관광버스도 싣는 카페리(선박 운항 문의 청산농협 061-552-9388)가 하루 4~5차례 다닌다.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약 50분. 흰색과 빨간색의 도청항 등대가 반겨준다.

산과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靑山)'이라는데,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답게 총 11코스(17길) 슬로(Slow) 길이 있다. 한국 관광지 100선에도 들었다.

당리마을 언덕에 올랐다. 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이 의붓딸 송화와 '진도아리랑'을 주고받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던 명장면이 떠오른다.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으로 사용되던 하얀 집이 우뚝하다. 온통 푸른 바다와 하늘은 도락리 해변의 곰솔까지도 품어서 한 폭의 그림 같다. 

청산도 구들장 논의 논둑

섬 안내를 맡은 도현 스님이 도락 포구 한쪽을 가리키며 돌로 담을 쌓아 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의 '독살'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일러준다. '초분' 풍속도 남아 있다. 고기잡이 나간 상주가 임종을 지키지 못해 임시 무덤을 만들었다가 상주가 돌아오면 장례를 치르거나 병사한 사람들이 2~3년 뒤 본장을 치르는 섬 특유의 장례 문화다. 부흥리 일대에선 구들장 논(국가중요농업유산 1호이자 세계중요농업유산)도 만났다. 급한 경사와 물 빠짐이 심한 사질토양으로 농사를 지으려니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섬사람들이 난방기술인 온돌에서 사용하는 구들장 구조를 논에 적용했다. 섬사람의 애로와 지혜가 돋보인다. 

범바위

청산도의 푸른 바다와 하늘을 맘껏 품을 장소는 또 있다. 범바위다. 범의 두상처럼 생겼느니, 범바위 주위 바람 소리가 범 울음소리 같다느니 한다. 범바위의 강한 자성은 나침반까지 길을 잃게 만든다. 스님은 "청산하고 싶은 것을 버리고 가라"고 귀띔한다. 범바위를 내려서는 길. 상념에 잠겨 걷는 사이 삶의 나침반은 새로운 곳을 향한다. 느린 섬이 준 여유다. 

상서마을 돌담길.

돌담 길이 예쁜 상서마을을 걸었다. 농작물도 거의 없는 시기여서 돌담이 잘 보인다. 꽃 피는 시기만 되어도 돌까진 눈길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여행 시기는, 어쩌면 평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한다.

청산도에 왔으니 하룻밤 묵어 가길 권한다. 톳밥에 가시리 된장국 등 '청산도 밥상'도 맛보시라. 섬마을 사람들이 꾸린 ㈔슬로시티 청산도가 폐교에서 '느린섬학교(슬로푸드 체험관)'를 운영 중이다. 숙박과 밥상은 예약(061-554-6962) 필수다. 아참, 느린 섬 청산도에도 차는 다닌다. 순환버스, 투어버스, 청산버스·청산마을버스, 사륜구동 청산택시·개인택시…. 

청산면장을 지낸 완도해조류박람회 서길수 사무국장은 "청산도의 가치는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에다 섬 고유의 전통문화, 시간과 정성이 깃든 먹을거리, 느리게 사는 주민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마디로 콕 집어 준다.

완도·청산도/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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