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 | [일상탈출] 제주도 올레 10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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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푸른바다 조회3,472 작성일13-06-13 15:32본문
운무 속 절경들의 숨바꼭질… 최남단 바닷길은 그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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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멜기념선이 있는 용머리 해안 앞 공원.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제주도 서쪽에 위치한 올레 10코스를 택한 것은 순전히 경치 덕분이었다. 올레의 여러 코스 중 해변과 산, 마을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천혜의 코스라는 말에 혹했다. 제주도 동부와 남부에 비해 서부가 좀 덜 알려졌다는 것도 한몫했다.
·올레 10코스 완주는 자기와의 싸움
'올레 10코스 완주'라는 목표를 향해 배낭을 둘러멨다. '화순 금모래 해변'을 따라 걸었다.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마린 파크를 지나 제주도 특유의 돌에 발을 디뎠다. 수천 년 동안 바다의 손길로 다듬어진 퇴적암은 육지의 것과는 전혀 달라 낯설었다. 바위 틈틈으로 수많은 바다생물들이 후다닥 몸을 숨겼다. 잠시라도 얼굴을 비쳐주지 않는 것이 야속했다.
뿌연 해무가 내려앉았다. 아무도 없는 해변을 혼자서 걷는 기분이 묘했다. 구석구석 올레길 특유의 화살 표시가 길을 안내했다. 햇빛 한 점 없는 흐린 날씨였지만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해무 탓인지 제주도 바다는 희뿌옜다. '제주도의 푸른 밤'은 노래에나 있었다. 간간이 올레꾼들이 보였다. 올레라는 끈으로 이어져서인지 반가움이 앞섰다.
해변과 산, 마을 두루 볼 수 있는 코스
해안과 분화구가 빚는 이국적 풍경,
수천 년 세월이 누적된 퇴적암…
존재의 의미 묻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인근 다양한 테마박물관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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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0코스에서는 퇴적암과 현무암 등 다양한 돌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
여러 해변을 거쳐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길이라고 해도 경사진 곳이 별로 없어 걷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ATV를 모는 무리를 지나 걸음을 옮겼다.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이러다 다른 세계로 빠지는 것은 아닐까 기대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개를 따라 당도한 곳은 '산방연대'. 구릉이나 해변에 설치해 연기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연대는 최근 보수해 말끔했다. 연대 위에 올라가 전경을 감상한 뒤 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멀리 배 한 척이 보였다. 땅 위에 떡하니 올려진 범선. 알고보니 '하멜 기념선'이었다.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 배 안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기상상황이 나빠 용머리 해안은 통제돼 들어가지 못했다. 아쉬워라….
안개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용머리 해안을 뒤로 한 채 다시 해안을 따라 걸었다.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어느새 마을이다. 길이 헷갈려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흔쾌히 알려줬다. 포구에는 짙은 황토색 바위가 파란 바다에 물감 찍어놓은 듯 자리 잡았다. 형제 해안로를 따라 풀밭을 걸었다. 풀내음이 향긋했다. 울타리마다 올려 놓은 제주도 돌이 앙증맞았다.
각종 화산 발자국과 돌밭을 한참 지나자 드디어 '송악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멀리 '대장금' 촬영지도 보였다. 해안길 아래로 내려가니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일제동굴진지'도 있었다. 해안 절벽에 뚫린 진지에는 제주도민의 한이 서렸으리라. 송악산 역시 안개를 잔뜩 머금었다. 10여 분 올라가자 금세 정상. 푸른 바다가 보여야 할 정상에서는 안개가 더께처럼 앉았다. 시멘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솔잎길이 나왔다. 궁금해 꺾어 들어갔다. 솔향이 진동했다. 솔향에 취해 한참을 걸으니 해안이 내려다 보이는 데크가 나왔다.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나무를 감싸 데크를 설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해안이 보이는 반대쪽으로는 분화구가 드넓게 펼쳐졌다. 해안과 분화구를 동시에 보다니! 1시간여를 걸었을까. 마라도와 가파도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앞에는 오로지 안개만이 끝모르게 이어졌다.
문득 올레길 표시가 전혀 보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솔잎길로 들어서면서 길을 놓친 것. 그럼 어떠랴. 모두 한 길인 것을. 마음을 다잡고 거슬러 올라갔다. 가는 길에 수국길을 만났다. 탐스러운 수국이 길을 가득 메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었다. 수국길을 지나 분화구 위를 걸어올라갔다. 검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순식간에 길을 거슬러 송악산 일주를 마쳤다.
여섯 번째 환태평양 공원이라는 '태평양 징검다리'를 지나 도로를 따라갔다.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지나 한참을 걸었다. 4시간쯤 걸으니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길 위를 내가 걷는지 내 위를 길이 지나는지 잊어버렸다. 도로 위를 걷는 것은 꽤나 힘들었다. 6시간째. 드디어 올레 10코스 종점인 '하모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무사히 완주했다는 기쁨이 밀려들었다.
내친김에 올레 10-1코스가 새로 정비된 가파도를 찾고 싶었지만 짙은 안개 탓에 가파도는 끝내 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선착장을 30여 분간 떠날 수 없었다. "청보리가 없는 지금은 그늘도 별로 없어 볼 것이 없어. 아쉬워하지 말고 내년에 다시 한 번 찾아 달라"는 제주도민의 말을 위안 삼아 어렵사리 발걸음을 돌렸다.
·가족과 함께 박물관 투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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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말거나 박물관` 야외에 설치된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밑둥만 23.5m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다. |
올레 10코스 인근에는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이 자리 잡아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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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살아있다'에서 볼 수 있는 생생한 그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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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말거나 박물관`에 설치된 공룡 화석. |
이어서 간 곳은 아시아 최초 개인 소장 자동차박물관으로 알려진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매표소도 자동차 모양에서 따왔다. 오래된 클래식카가 전시된 야외 뜰을 지나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자 수십 대의 오래된 차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시선을 모은 것은 전 세계에 6대만 남았다는 나무로 된 수제 자동차 '힐만 스트레이트 8'. 1928년 생산된 오픈 스포츠카의 원조답게 시원스러운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이 밖에도 희귀 명품으로 사랑받는 '드로이언 DMC 12', 영국 여왕이 사랑하는 '롤스로이스 실버레이스'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 손으로 만든 첫 지프형 승용차 '시발 자동차'도 인상적. 어린이들이 직접 시운전해 보는 미니 자동차 체험관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2065의 4. 성인 9천 원. 064-79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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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공예품으로 꾸며진 `유리의 성` 야외정원. |
취재협조=Y 리조트 제주
여행 TIP
올레 10코스는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시작해 하모체육공원에서 끝나는 총연장 14.5㎞ 코스다. 길 자체는 크게 어려운 길이 아니지만 도로 옆을 한참 따라 걷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 코스 시작점인 화순 금모래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Y리조트 제주'(064-794-7007)는 깨끗하고 친절해 숙소로 제격이다. 32개 객실 중 일부에는 자쿠지와 월풀이 마련돼 있고 수영장과 바비큐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세미나실 등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시외버스를 타고 화순리에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올레 10코스의 시작점과 리조트를 만날 수 있다. 윤여진 기자
올레 10코스는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시작해 하모체육공원에서 끝나는 총연장 14.5㎞ 코스다. 길 자체는 크게 어려운 길이 아니지만 도로 옆을 한참 따라 걷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 코스 시작점인 화순 금모래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Y리조트 제주'(064-794-7007)는 깨끗하고 친절해 숙소로 제격이다. 32개 객실 중 일부에는 자쿠지와 월풀이 마련돼 있고 수영장과 바비큐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세미나실 등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시외버스를 타고 화순리에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올레 10코스의 시작점과 리조트를 만날 수 있다. 윤여진 기자

2012-08-16 [07:54:41] | 수정시간: 2012-08-16 [15:49:06] |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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