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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 지리산 종주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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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혜림산악회 조회1,848 작성일14-06-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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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날짜 받아놓은 초딩도 아니고 왜 그렇게 잠은 오지 않는지. 평소처럼 12시에 자리에 누웠다가 1시가 넘는걸 보고 깜빡 잠이 들었나 했는데 시간을 보니 3시 반이었다. 다시 잠들기도 어중간하고 도시 잠이 들것 같지도 않아 그냥 일어나고 말았다. 어젯밤 미리 대부분 준비를 다 해 놓아서 특별히 더 준비할 것은 없지만 한 번 확인하는 의미에서 다시 배낭을 점검했다. 4시 반. 조금 이르지만 계속 부시럭거리다가는 마누라가 깰 것 같아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이른 새벽이지만 시야는 벌써 훤했고 싸하게 얼굴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제법 상쾌하다.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성조에게 폰을 걸었다.
2시간 반을 달려 7시 50분에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했다. 승용차, 관광버스가 벌써 주차장을 거의 다 메우고 있고 삼삼오오, 가족 혹은 친구끼리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처럼 머리 뒤통수 높이로 꽉꽉 채운 배낭을 멘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회장님, 원기행님, 근득이, 성조 그리고 나까지 포함해 휴게소 게시판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드디어 노고단을 향해 1박 2일의 지리산 종주 일정을 스타트했다. 40분을 걸어서 해발 1,507 미터 노고단 정상에 도착했다. 찌푸렸던 하늘이 반짝 열린다. 봉사 눈뜨듯이 열리는 파란 하늘, 그리고 흰 구름.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노고단식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같은 노고단 정상을 배경으로 한 아침식사는 충무김밥이다.
임걸령, 노루목, 삼도봉을 지나 화개재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았다. 지리산 종주를 간다고 하니까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종주산행은 대부분 능선길이라서 비교적 쉽다.’ 그래서 나도 긴가민가하면서 그런 줄로 알았다. 그러나 산은 산이다. 아무리 능선길이라고 해도 봉우리를 하나씩 오르고 내리는 것, 절대로 쉬운 일 아니다. 더군다나 수십 킬로의 종주산행 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쉽다고 말하신 분은 엿 드시면 되겠다. 토끼봉, 명선봉, 형제봉을 거치고 벽소령 대피소에 가까이 왔다. 다리도 아팠지만 사실은 어깨, 목이 더 아팠다. 버너, 코펠, 물 2통, 4홉들이 소주 두병, 여벌 옷 3회분에다가 회장님이 준비한 삼겹살, 완도에서 공수한 묵은지까지. 지게를 져 본 적은 없지만 이런 말은 들어봤다. ‘지게도 작대기가 있어야 일어날 수 있다.’ 배낭을 메면서 ‘아, 이래서 작대기가 필요한 거구나’, 가슴 깊이 깨달았다.
4시 반에 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다 종주하는 사람들이다. 걷는 것이야 다 똑 같을 것이고, 종주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배낭 무게를 줄여야 한다. 가벼우면 쉽다. 그런데 술만 빼고 대피소에서 다 팔더라. 라면, 생수, 햇반, 된장, 고추장,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따끈하게 해주더라. 우리는 전날 미리 마트에서 다 사가지고 배낭에 지고 왔다. 햇반은 버너불 피워서 코펠에 물 끓이고 데워서 먹었다. 그런데도 밥이 논으로 갈라고 하더라. 삼겹살, 묵은지는 이날 히트 상품이다. 더러 삼겹살을 구워 드시는 팀들이 보이긴 했지만 우리처럼 대량으로 가지고 온 사람들은 없었다, 묵은지까지. 해발 1,350 미터에서 배 터지게 삼겹살 구워 먹었다. 그런데 어디 가서 자랑은 못하겠다.
대피소 주위에 곰이 어슬렁거린다고 하니까 무서워서 밤에 화장실도 가지 못했다. 방광이 꽉 차니까 불편해서 잠도 잘 안 오는데 코고는 소리가 온 대피소에 메아리쳤다. 새벽 5시, 벽소령을 출발했다. 내가 잠을 자긴 잤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도 귓가에는 이명처럼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을 지나서 세석평전에 도착했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어제 저녁을 먹고 설거지도 못하고 휴지로 대충 닦은 코펠에다가 물을 붓는다. 끓인다. 라면넣고 수프넣고, 햇반도 넣는다. 회장님은 좋다고 일회용 미역국도 넣었다. 코펠에 눌러 붙은 밥알과 된장, 고추장 찌꺼기가 물에 녹는거 보고 토할 뻔 했다. 맛있으니까 먹어보라고 한다. 망설이다가 한 숟가락 뜬다.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촛대봉, 삼신봉, 연하봉을 거쳐 장터목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봉우리는 단 두 개. 제석봉과 천황봉이다. 어쨌거나 여기까지 왔다. 지리산 종주가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산을 좋아하는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해볼 만 한 것이다. 하지만 1박 2일 동안, 왕복으로 종주하는 사람을 보았다. 성삼재에서 천황봉을 거쳐 로타리 휴게소에서 자고 새벽 2시에 출발하여 다시 성삼재로 가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다. 예약이 로타리대피소 밖에 안되었고 차가 성삼재에 있다는 것이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제석봉 올라가는 고개가 정말 힘들었다. 바닥난 체력에다가 진짜로 잠이 왔다. 졸음운전만큼 위험한게 졸음산행이다. 하늘 문을 거쳐 천황봉에 도착했다. 정상석을 보고 감개무량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직도 내려가야 할 길이 7킬로다.
칼바위를 지나 계곡물에 몸을 담궜다. 발가락, 발목, 무릎을 차례로 적신다. 가슴까지 몸을 담궜다. 그리고 흐르는 물과 숲, 하늘을 쳐다본다. 종주하기 전에도 그대로 있던 것들이다. 내가 지리산 종주를 끝냈다 하더라도 세상은 변한 것이 없다. 변할 이유도 없다. 얼굴을 물 속에 담그고 숨을 참아본다. 쨍하는 소리가 귀에서 울릴 것처럼 찬 물이다. 가만히 내 발을 만지면서 속으로 말한다. ‘너 참 대단한 발이다.’ 얼굴을 들고 다시 하늘을 보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회장님, 원기행님, 근득이 그리고 성조. 어떻게 우리들이 이런 인연이 되어 오늘 이 자리에 같이 있게 되었을까?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즐거운 마음이 속에서 마구 솟구쳐 올라오는 것 같다. 한줄기 고함을 치고 싶지만 참는다. 이 함성을 내 속에서 녹여야지. 온 몸으로 퍼지게 해야지.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지, 산에도 가고 ...
우리들은 오후 4시에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고 일정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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