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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 [산&산 400회 특집] 부산 금정산 독자 동반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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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푸른바다 조회6,372 작성일13-06-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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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8000m 14좌 최단 기간 완등 김재수 대장
 
▲ 산&산 400회 기념 독자 동반산행에 나선 김재수 대장과 독자들이 금정산 고당봉에 올라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금정산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축복과 같은 산입니다"

어떤 분야든 입신의 경지에 이른 대가를 만나는 일은 일생일대의 경험이자, 평생의 자산이 된다. 특히 그 인물이 내가 관심을 갖고, 열정을 바치고 있는 분야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랜 기간 축적된 그 사람만의 경험과 노하우, 열정과 아우라를 내 것으로 체화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원포인트 레슨'만으로도 내공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눈이 번쩍 뜨이며 새 지평이 열린다. 세계 굴지의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오마하의 현인'이라 부르는 워렌 버핏과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22억 원을 지불하고, 골프 애호가들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동반 라운딩 비용으로 5억 원을 아까워 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산&산' 코너 400회를 맞아 그간 독자들의 사랑에 보답할 방안을 찾던 '산&산' 팀은 고심 끝에 독자들에게 이런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이 낳은 세계적인 고산등반가인 김재수(코오롱스포츠 챌린지 팀 소속) 대장과의 동반 산행이다.

금정산 오르는데도 스틱 쓰세요?
"만만한 동네 산에서 가장 사고 나기 쉽지요"

어느 산이 가장 좋았습니까?
"아무 옷이나 입고, 언제든 갈 수 있는 산이죠"

왜 산을 오릅니까?
"왜 사느냐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거세게 밀쳐내는 '혹독한 신의 땅' 히말라야에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고소적응 능력을 과시한 김 대장은 2011년 4월 안나푸르나를 마지막으로 히말라야 8,000m 14좌를 세계 최단 기간인 4년 4개월 만에 완등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이번 산행에 참가한 독자들을 위해 10명 분의 바람막이 재킷과 등산모를 후원했다.

산행지도 직접 선택해 달라고 부탁했다. 부산의 산들 중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있겠느냐마는 역시 '부산의 진산' 금정산이 좋겠단다.

"금정산은 제가 가장 많이 오른 산이자, 고산등반가로서 꿈을 키운 산입니다. 입대 전 5개월을 부채바위 밑에서 텐트를 치고 살았어요. 한 코스씩 바윗길을 섭력해나가면서 하루 1천m씩 암벽 타는 훈련을 했죠."

산행은 금정산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인 코스는 범어사 버스정류소~금정산성북문~금샘~고당봉(801.5m)~가산리 마애여래입상~희망공원~호포새동네~호포역으로 산행 거리 8.3㎞에 휴식과 '산상 강연'을 포함해 5시간이 걸렸다.

범어사 등나무 군락지를 지나 범어천을 따라 금정산의 명물인 '돌바다(암괴류)'를 거슬러 올라갔다. 김 대장은 독자들 틈바구니에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스틱을 짚으며 산길을 밟았다.

"금정산 오르는데도 스틱을 쓰세요?"

날다람쥐처럼 날렵하게 산을 치고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다소 굼떠(?) 보이는 김 대장의 발걸음에 결국 한 독자가 총대를 멨다.

"제 아무리 혹독한 산도 인간이 못 오를 산이 없지만, 만만해 보이는 동네 산들이 알고 보면 가장 사고가 나기 쉬운 산입니다. 세찬 눈보라를 뚫고 8,000m급 고봉을 오르거나, 야트막한 뒷동산을 오르거나 정상을 향해 한 발 다가섰다는 무게감은 똑같은 겁니다."

머쓱해지려는 차에 한마디를 더 보탠다. "많은 등산인이 정상에 오르는 것만 집착하다 보니 산행을 하면서 앞사람 배낭과 신발 브랜드만 보고 다닙니다. 동서남북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자연이 뿜어내는 이 싱그러운 기운과 눈이 시원해지는 풍광, 놓칠 게 하나도 없어요."

파랗게 이끼 낀 바위 사이로 콸콸거리며 봄이 흐르고 있었다.

금강암 초입을 지나 연둣빛 새순이 피어나는 봄꽃의 환영을 받으며 잘록한 안부인 금정산성 북문에 이르렀다. 35분 소요. "부채바위나 나비암은 틈새 하나하나에 손때가 배이도록 타고 내렸는데, 북문은 별로 오지 못했어요. 가벼운 트레킹에 야영, 기술 등반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금정산은 정말 축복과 같은 산이네요."

북문에서 고당봉 쪽으로 발길을 잡고, 세심정에서 목을 축인 뒤 '금정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금샘에 올랐다. 20분 소요.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금샘의 물은 바위 색을 머금어 황금색으로 빛났다.

암봉을 타 넘고 나무데크 계단을 밟아 정상인 고당봉에 올랐다. 화명과 금곡, 양산 시가지가 발아래 펼쳐지고, 그 사이를 감싸며 흐르는 낙동강이 유장하다.

이쯤에서 현답을 기대하며 우문이 빠질 수 없다. "왜 산을 오릅니까?"

"왜 산을 다니느냐고 묻는 것은 왜 사느냐를 묻는 것과 같습니다. 건강, 휴식, 성취감, 카타르시스 같은 산에서 얻는 기쁨들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자연의 선물 같은 것이지요."

"어느 산이 가장 좋았습니까?" "아무 옷이나 입고, 언제든 갈 수 있는 산이 가장 좋은 산이죠."

"사람들이 산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산과 인생은 똑같습니다. 열정적인 삶을 살면 목표가 생기고, 목표가 눈앞에 있으면 죽을 각오로 다가가야 합니다. 단지 산을 오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 산이 들려주는 소리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는 "8,000m 정상에 올라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살아 돌아왔기 때문에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장은 2008년 세계 2번째로 K2봉(8,611m)에 올랐다 눈사태로 후배 3명을 산에 묻고 왔고, 이듬해에는 낭가파르바트 등반 후 하산 과정에서 베이스캠프를 불과 30m 남겨두고 평생의 악우(岳友)인 고미영을 잃었다. 그 역시 20번 넘게 혹독한 동상에 시달리면서 코와 손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위기를 숱하게 넘겼다. 안나푸르나 등반 때는 대형 눈사태에 휩쓸려 허리가 꺾인 상태로 60m를 날아가는 바람에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받았다.

그래도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는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의 말처럼 결코 도전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하산길은 호포 방면으로 잡는다. 고당봉에서 동쪽 암릉을 따라가다 로프가 걸린 바윗길로 내려선다. 잣나무 숲을 지나 억새 평원이 있는 사거리 안부에 이르면 철탑을 오른쪽에 끼고 능선을 따라 다시 암봉을 오른다. 25분 소요. 기암으로 깎이고 절벽으로 치솟은 금정산의 빼어난 암릉미가 절륜인 구간이다.
금정산 금샘의 암릉지대를 오르고 있는 독자들.
안부에 내려서면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이정표를 따라가면 오랜 세월 풍화와 균열 속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고 있는 마애불과 대면한다. 마애불을 오른쪽에 두고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빼곡한 바위 사이를 헤치며 25분쯤 내려가면 길은 한결 편안해진다. 연분홍 진달래와 쭉쭉 뻗은 히말라야시다 숲이 시선을 빼앗고 걸음을 더디게 한다.
산행 중간 독자들에게 등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김재수 대장.

산들바람에 벚꽃이 흩날리는 호포 희망공원과 다쇄농원을 지나면 종착점인 호포역 철도 정비창이 보인다. 50분 소요.

이날 산행에 참여한 박란숙(여) 씨는 "금정산은 여러 번 올라봤지만, 세계적인 산악인 김재수 대장과 함께 걸으며 등반 철학을 들으니 그 의미가 특별하고, 걸음걸음이 행복했다"며 "앞으로는 보다 사색하는 마음으로 산을 접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부산일보의 산&산 400회를 기념하는 자리에 함께 해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다"며 "체력, 재력, 나이와 무관하게 산은 누구나 즐길 권리가 있는 인류의 자산인 만큼 부산일보가 우리 사회의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산행코스 개발에도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사진=이재찬 기자 chan@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금정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금정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산 400회 특집] 부산 금정산 산행지도




박태우 기자 2013-04-11 [07:50:32] | 수정시간: 2013-04-12 [08:13:39] |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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