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 [산&길] <505> 밀양 정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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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기부산 조회2,768 작성일15-06-02 16:26본문
경남 밀양 정각산(正覺山·860.1m)은 영남알프스의 언저리 산으로 알려졌다. 영남알프스의 7개 고봉이 'S자' 모양으로 용틀임하는 데서 살짝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각산은 그동안 7대 고봉을 다 오른 이후 슬그머니 찾는 산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산행이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산&산 65회 소개 된 동남쪽 인기 코스와 달리
이번엔 서북쪽서 오른 뒤 같은 방향으로 회귀
첫 조망 바위서 내려다보는 사과밭 눈요깃감
곳곳 수풀 우거져 길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주능선 이르러서야 길 뚜렷하고 이정표 많아
주요 산행로는 주로 동쪽 구천마을이나 남쪽 사연리를 기점으로 한다. 그중 구천마을∼정각산∼828봉∼정승봉∼영산∼구천마을 순의 원점회귀 코스는 2006년 1월 19일 산&산 <65>밀양 정각산∼영산에서 소개된 이후 가장 '핫한' 산행로가 됐다. 오솔길이 호젓하고 올망졸망한 암릉을 조망하는 재미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코스는 이와 다르다. 동남쪽이 아니라 서북쪽에서 오른 뒤 같은 방향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정각산은 임고마을을 품은 말발굽 모양으로 앉았는데, 동남쪽이 산의 뒤태라면 서북쪽은 앞태에 해당한다. 정각산의 아름다운 뒤태에 반했다가, 시나브로 앞태 탐색에 나선 것이다.
결과는 어떨까? 솔직히 말해서, 뒤태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오히려 험하고 지루했다. 곳곳에 수풀이 우거져 길은 희미했고, 길섶에는 그루터기가 많아 정강이를 다치기도 했다. 이정표는 주능선에 이르러서야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길 안내가 잘 안 되었다. 초보 산꾼이라면 산중에서 헤맬 우려도 컸다.
■정각산 유래는 두 가지
정각산은 산속에 있던 '정각사(正覺寺)'라는 절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사찰에서 산 이름을 딸 정도이니 아주 큰 절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흔적을 지금은 찾을 수는 없다. 다른 설도 있다. 산봉우리가 솥 손잡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정각산(鼎角山)'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밀양의 한 향토사학자는 그러나 "천황산, 향로봉, 만어산, 천태산 등 인근 멧부리의 이름에서 유추해 볼 때 정각산도 신선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절 이름이나 솥 손잡이가 아니라 향로의 세 발을 의미하는 정각산(鼎角山)이 더 유력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그는 특히 밀양 출신의 대학자, 채지당 박귀원 선생이 1430년에 쓴 시 '고야구곡(姑射九曲)'에도 정각산(鼎角山)이란 표기가 나온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산행 코스는 용전교 자갈 공터∼밤나무 밭∼정각산∼청명사 순으로 구성했다. 총 11㎞로, 점심과 휴식, 사진 촬영 등을 합쳐 6시간이 걸렸다. 들머리(용전교 자갈 공터)와 날머리(청명사)는 도로를 따라 2.3㎞ 떨어져 있어 승용차를 가져왔다면 원점 회귀도 가능하다. 그러나 용전교 자갈 공터가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라서,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더 낫다. 청명사에서 1㎞ 남짓 걸어 구 도로(산내로)로 내려서면 밀양시외버스터미널과 석남사를 오가는 시외버스나 농어촌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산 시간을 잘 맞추면 날머리 근처(발례로)에서도 농어촌버스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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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산 정상에 약간 못 미친 지점의 능선. |
용전교 자갈 공터의 오른쪽 오솔길의 끝자락에 밤나무 밭이 있다. 그 밭을 가로지르면 너덜겅을 지나 시냇물 위에 설치된 콘크리트 관을 밟는다. 산길도 여기서부터 본격화된다. 산길 초입은 오월 녹음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하고 부드럽다.
따가운 햇살을 모자로 막아보지만 땀이 살짝 흐를 무렵 오른쪽으로 첫 조망 바위가 나타난다. 산 아래로 밀양∼언양을 잇는 24번 국도와 그 옆을 흐르는 산내천이 내려다보인다. 격자 모양으로 잘 조성된 사과 밭도 눈요깃감이다. 지능선을 지나 주능선에 이를 때까지 조망 바위는 몇 개 더 나타나지만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아 크게 눈길을 끌지는 못한다.
첫 조망 바위부터 비탈이 점점 가팔라지고 길도 희미해진다. 길인 듯 따라가면 덤불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비탈도 된비알은 아니지만 허리를 조금 굽혀야 할 정도로 경사가 있다. 하지만 주능선부터는 길이 뚜렷하고 이정표도 많다.
주능선에서 정각산 정상을 향해 꺾어지는 삼거리 이정표 지점의 커다란 바위 위에서는 거의 180도로 원경이 보이는 조망권도 확보할 수 있다. 영남알프스의 주요 멧부리는 물론이고 밀양강 상류인 동천도 훤히 조망된다. 주능선에서 정각산 정상까지는 1㎞ 거리다.
정상에 약간 못 미친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초록 봉우리 두 개가 시선을 끄는데, 등줄기에 송전탑 3개가 박힌 것이 백마산이고, 그 왼편은 향로봉이다. 그 뒤로 밀양댐과 양산 원효산, 부산 금정산 고당봉도 눈높이로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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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이 우거져 희미해진 등산로. |
정각산 정상은 암봉이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은 신록의 계절에는 정상석 주위로 수풀이 우거져 조망권을 거의 확보할 수 없다. 정상석도 묘비처럼 작고 볼품이 없다. 정상석 옆에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설치한 삼각점이 하나 있다.
하산은 청명사 방향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청명사'를 표기한 이정표는 거의 없다. 정상 주변에서는 '끝방재' 방향으로 움직이고, 하산 능선에서 경남소방대의 표지목 '정각-11'을 확인했다면 왼쪽 비탈로 내려선다.
하산길에서도 멋진 조망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지점의 바위에서다. 일부 방향이 키 큰 나무들로 방해를 받지만 거의 360도 각도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조망권이 탁월하다. 영남알프스의 천황산, 가지산, 재약산, 영축산이 코앞에서 수평으로 내달리고 있다.
날머리인 청명사는 큰 절이 아니지만 호젓한 분위기에 시선이 모아진다. 마당 한쪽에는 개양귀비가 크고 붉은 꽃망울을 흔들며 인사한다. 청명사에서 발례1길을 따라 내려오면 발례로에 이르고, 도로 입구에서 청명사의 커다란 돌비를 발견할 수 있다.
정각산은 물이 많은 산이 아니다. 도중에 물을 구할 약수터도 없으니 미리 충분한 양의 물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문의: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위크앤조이팀 051-461-4095. 글·사진=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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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정각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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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정각산 구글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길] <505> 밀양 정각산 산행지도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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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505> 밀양 정각산 팁 (1/32)
■교통편
부산에서 경남 밀양 산내면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해운대나 동래 방면에서 출발하면 경부고속도로∼언양나들목∼울밀로∼가지산터널∼밀양대로∼산내로∼용전교 순이 낫고, 시내나 사상 쪽이라면 대구부산고속도로∼밀양나들목∼밀양대로 순이 적당하다. 두 방향 다 1시간 남짓 걸린다. 내비게이션은 '용전교차로(밀양 산내면)'를 찍으면 된다. 용전교차로 인근의 용전교 앞에서 들머리인 자갈 공터를 발견할 수 있다.
대중교통은 열차보다 시외버스가 편하다. 시외버스는 부산서부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오전 7시부터 시간별로 배차된다. 1시간이 걸리고 요금은 4천200원.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밀양교통의 발례(혹은 얼음골)행 농어촌버스나 밀성여객의 석남사행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용전교를 막 지나 내린다. 승차장은 용전교 앞이나 "다리 건너 내려 달라"고 말하면 된다. 밀양교통은 발례행의 경우 2차례(10:55, 14:10), 얼음골행은 3차례(06:10, 09:35, 15:30) 농어촌버스를 운행한다. 밀성여객은 석남사행 시외버스를 오전에만 5차례(07:05, 08:05, 09:05, 10:40, 11:30) 배차한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용전교까지는 30분 걸린다.
귀가 때는 날머리인 청명사 표석(발례)에서 낮 12시 20분과 오후 3시 10분에 출발하는 농어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면 1㎞가량 걸어 나와 산내로에서 지나가는 버스를 탄다. 산내로를 지나가는 시외버스는 석남사에서 오후 2시 20분, 4시, 5시(농어촌버스), 5시 40분, 6시 20분, 7시 20분 각각 출발한다. 석남사에서 산내로의 임고나 작평까지 30분가량 걸리니 이를 감안해서 기다리면 되겠다. 요금은 시외버스 2천 원, 농어촌버스 1천900원(3구간). 밀양교통 055-354-5392∼3, 밀성여객 055-354-6107. 밀양시 교통행정과 055-359-5332.
■주의점
산행리본은 이번에도 일체 달지 않았다. 길이 헷갈릴 수 있으니 부산일보(www.busan.com) 산&길에서 GPS 트랙을 다운 받아 가자. 백현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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