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 덕유산 서봉(西峯)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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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혜림산악회 조회5,759 작성일15-02-02 12:49본문
2013년, 재작년 겨울에 남덕유를 갔다 왔고 작년 2월에 북덕유를 갔었다. 또 작년 여름에는 영각사에서 남덕유, 삿갓봉, 향적봉을 거쳐 설천봉으로 내려오는 덕유산 종주산행을 했었다. 그러니까 이번 산행을 포함하면 네 번째 덕유산을 가는 것이다. 오늘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 덕유산’, 덕유산 서봉(西峰)을 간다. 산행거리 약 15킬로로 비교적 어려운 산행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산역에서 8시에 출발하여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 육십령에 10시 반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백두대간 육십령’이라는 표지석이 당당하게 서 있는 게 보이는데 ‘한글’로 쓰여 있어서 도착부터 기분이 아주 좋았다. 작년 년 말부터 어찌 된 셈인지 우리가 산행할 때마다 날씨가 따뜻해서 산행하기에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겨울산행은 강추위와 칼바람에 맞서는 게 그 맛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역시 날씨는 비교적 따뜻하다. 10시 45분 산행을 시작한다.
육십령은 해발 734미터이다. 날씨는 따뜻하지만 해발 고도 때문에 공기는 차다. 올라가는 능선 길에 눈이 많이 쌓여있지만 산행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는 눈이 녹아 질퍽질퍽하다. 흙과 낙엽이 뒤섞여서 마치 팥빙수가 길에 깔려있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능선 길을 치고 올라 할미봉(1,026m)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산 봉우리에는 ‘할미봉’이라는 이름이 제법 많이 붙어 있다. 장소가 조선팔도 어디인지 간에 같은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은 ‘공통의 관념’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하늘에서 쫓겨 내려온 선녀가 이곳에서 살다가 늙어갔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삼신할매’도 산에서만 살고 있는 것이다. 할미봉에서 서봉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얼어있고 계단과 줄로만 50여 미터를 내려와야 한다. 위험해서 한 사람씩 가야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 서 있는데 30분을 기다려서 내려왔다.
13시 30분, 서봉아래 쪽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계속 올라간다. 서봉까지 2.1킬로가 남았다. 육십령에서 5.5킬로를 걸어온 것이다. 서봉까지 올라가는 길이 계속 오르락내리락해서 가까이 갈 때까지 서봉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그러나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능선 길이다. 발아래로는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산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고 하얀 눈과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산행객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는 컬러풀한 광경이 멋지게 잘 어울리고 있다. 올라와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허리를 펴고 멀리 겨울 산하를 굽어보는 것이다. 연이어 달리고 있는 봉우리와 그 봉우리를 연결하고 있는 능선 길.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지리산까지 달리고 있는 오리지널 ‘백두대간 길’을 보고 있는 것이다.
15시, 서봉(西峰)(1,492m)에 도착했다. 의외로 널찍하고 평평한 봉우리가 사방이 시원하게 확 트여서 여기에다가 노란색이나 빨간색으로 된 비박용 텐트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하얀 눈과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정말 멋진 그림이 나오겠다고 생각을 한다. 따뜻한 기온에 바람도 없어서 사진을 찍으면서 한참을 놀다가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 중간에 남덕유산이 있다. 우리들은 남덕유를 오르지 않고 바로 월성재 쪽으로 향한다.
16시, 월성재에 도착했다. 여기서 날머리인 황점마을까지는 3.6킬로가 남았다. 이쪽 방향은 응달이라서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군데군데 얼어있는 구간이 많다. 나는 스틱을 쓰지 않기 때문에 좌우 양 사이드 쪽으로 나무를 붙잡으면서 내려간다. 그동안 열심히 산행을 한 덕분에 체력과 근력이 많이 붙어서 그런지 제법 빠르게 내려간다. 나는 거의 매주 산행을 한다. 작년에는 총 51번 산행을 했는데 일 년이 52주니까 매주 산행을 갔던 것이다. 열심히 산행을 다니니까 두 가지가 늘었다. 첫째는 체력이 늘었다. 체력은 내가 생각해도 많이 좋아졌는데 밤새도록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셔도 다음날 아침 여지없이 일어나서 정시에 출근한다. 두 번째는 주량(酒量)이 많이 늘었다. 산을 다니기 전에는 기껏 해봐야 소주 한 병정도 마시던 주량이 지금은 마음 놓고 천천히 마신다면 서너 병은 거뜬하게 마시는 것이다. 주량이 평균 일 년에 소주 한 병이 늘었다는 생각이다.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말하느냐 라고 한다면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가니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산 위에서는 장갑을 벗고 다녔는데 아래로 내려와서 다시 장갑을 낀다. 17시, 황점마을에 도착해서 길고도 힘들었던 오늘 산행을 마침내 마감하는 것이다.
총 2건 / 최대 200자
산행기 잘읽었습니다. 힘든 산행 후에 마시는 일탈의 과음은 강렬한 중독이죠. 그 맛에
산엘 간다는 분들이 많더둔요. 산행기 즐감합니다.
여기부산님의 댓글
여기부산ㅋㅋ 감사함니더 ~~
혜림산악회님의 댓글
혜림산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