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산

영남알프스 | [산&산] <487> 양산 영축산

페이지 정보

작성자여기부산 조회2,989 작성일15-01-15 14:43
주소 : 울산광역시 삼남면 영축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본문

요즘은 누구나 쉽게 찾지만, 산이 처음부터 세속적인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불교에서는 더 그랬다. 오죽하면 '산을 연다'는 개산(開山)이 '절을 세운다'는 뜻일까. 그런 불교 흔적이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다. 경남 양산의 영축산은 그중 하나다. 그만큼 불교적 색채가 짙게 밴 명산이라는 얘기다.


거슬러 살펴보면, 영축산은 인도어 '그리타쿠타'(팔리어로는 '기자쿠타')를 의역한 한자식 표현이다. 부처가 법화경을 설파한 인도 동북부의 라즈기르 산 정상에 놓인 암봉이 그리타쿠타인데, 우리말로 '독수리 바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한자어로 의역한 것이 '영험할 영(靈)'과 '독수리 취(鷲)'를 합친 '영취산'이고, '영취'의 불교식 발음이 '영축'인 것이다. 지금도 라즈기르 산 정상에는 양산 영축산처럼 독수리(그리타) 머리 모양의 큰 바위가 있어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로이 알록 부산외국어대 교수가 귀띔했다.

발아래 통도사 불교적 색채 짙은 명산 
독수리 날갯죽지처럼 헌걸차게 펼쳐진 능선 
정상 주변 눈밭 헤쳐오르면 장쾌한 조망 
풍경 취하다 매서운 바람에 정신이 번쩍


영축산(靈鷲山·1,081.1m)은 오랫동안 취서산, 영취산, 대석산(大石山)으로도 불렸다. 취서(鷲棲)는 정상의 암봉이 독수리 부리처럼 생겼고, 영취(靈鷲)는 신령스러운 독수리가 살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2001년 양산시 요청으로 지명이 통일되면서 지금의 영축산이 됐다. 통도사를 품고 있는 산이라서 불교적 색채를 띤 이름이 더 선호됐던 것이 아닌가 싶다. 

 

■독수리 날개 같은 능선 타기


영축산 산행은 독수리 날갯죽지처럼 두 갈래로 헌걸차게 펼쳐진 능선을 타며 주변 풍광을 즐기는 것이 묘미다.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으로 이어진 능선의 조망은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산행 코스는 지산마을 버스 종점∼영축산 정상∼함박등∼채이등∼죽바우등∼한피기고개∼쥐바위∼지산마을순으로, 11.0㎞의 구간을 원점 회귀하는 것으로 꾸몄다. 산행 시간은 6시간이 조금 더 걸렸는데, 정상 부근의 눈이 얼어붙어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도사 뒤 지산마을 버스 종점에서 오른쪽 포장도로를 따라 300m 걸어가면 '지산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그 뒤 철망 끝 부분이 산책로로 이어지고, 이를 10여 분 오르면 '축서암 사거리 이정표'에 이른다. 영축산 정상은 이정표에서 표기한 것처럼 직진 방향이다. 그러나 취재팀은 능선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비로암 방향으로 15분가량 진행하다 계곡 건너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길로 옮겨 탄 것이다. 계곡 입구의 간이 집수장을 이정표로 삼는다. 갈림길 왼쪽 길은 비로암으로 이어진다. 갈림길부터 능선까지 조금 지루하다. 오르막이 갈지자로 이어지고, 키 큰 소나무가 주변 시야를 다 가린다.

계곡에서 첫 조망바위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바위에 오르면 조망보다 소나무 한 그루에 먼저 눈이 꽂힌다. 여러 갈래의 굵은 뿌리가 흙 한 줌 없는 바위를 뚫고 들어가 목숨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측은하고도 신기하다. 소나무와 바위는 오랜 세월의 공생을 통해 거의 한 몸이 됐다. 아무리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도움을 주면 살아갈 방법이 있다는 거다.

바위에서 바라본 조망은 한 폭의 동양화다. 곧 지나게 될 주능선 아래로 천 길 낭떠러지가 수직으로 낙하하며, 절벽 곳곳에 솟아오른 암봉이 그 자체로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이자, 정선의 진경산수화 '금강전도'다. 함박등,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마루금도 기운차다. 멀리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는 곳은 에덴밸리이고, 더 멀리 매봉의 거대한 바위도 조망된다. 양산 원동의 토곡산, 천성산, 울산 문수산과 남암산, 무룡산도 멀지 않다.

산행대장이 걸음을 재촉했다.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상 주변의 얼어붙은 눈밭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 바람도 차고 매섭다. 그렇게 오른 정상은 장쾌했다. 사방에 거칠 것이 없다. 푸른 겨울 하늘 아래로 펼쳐진 누런 갈대밭, 그 신불평원 오른쪽으로 초식공룡 스테고사우루스의 삼각 골판 등판을 닮은 신불공룡이 하늘을 긁고 있다. 그 너머로 치술령, 고헌산, 가지산, 재약산, 천황산이 줄줄이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풍경에 취하다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다. 바람이 너무 사납다.


■까마귀도 허우적대는 낭떠러지

하산은 추모비∼함박등(1,052m)∼함박재∼채이등(1,030m)∼죽바우등(1,064m)∼한피기고개∼쥐바위 순으로 이어진다. 해발 1천m 안팎의 능선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 죽바우등 아래로 뚝 떨어지는 낭떠러지는 까마귀조차 그 깊이를 헤아리지 못해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정도로 두렵다. 쥐바위의 쥐 모양도 죽바우등에서 명확하게 살필 수 있다.

죽바우등과 쥐바위 사이의 안부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안부에 바닥을 기는 소나무 한 그루가 길을 막고 있는데, 여기서 왼쪽 길을 찾아야 쥐바위로 내려설 수 있다. 쥐바위를 우회하는 길도 난코스다. 밧줄이 달렸지만 경사가 심해 주의해야 한다. 이후에는 낙엽 길이 40여 분 이상 지루하게 이어진다. 이때 눈밭을 지났다고 마음을 놓으면 곤란하다. 눈밭보다 낙엽 길이 오히려 더 미끄러울 수 있다. 낙엽 아래로 수분이 얼어붙어 빙판이 된 곳이 많다. 낙엽 구간을 지날 때에는 반드시 스틱으로 쿡쿡 찔러 몸을 충분히 지지해야 한다.

낙엽 길을 다 빠져나오면 임도에 이르고, 임도에서 금수암을 거쳐 원점인 지산마을 버스정류장까지 오려면 1시간이 더 필요하다. 산행 문의: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위크앤조이팀 051-461-4095.

글·사진=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http://youtu.be/e_WGG9Viruo 

 

 

 

 

[산&산] <487> 양산 영축산 산행지도 (1/28)

[산&산] <487> 양산 영축산 산행 팁 (1/28)

■겨울 산행 때 낙엽 주의하세요!

 
겨울 산행에서 "눈보다 낙엽이 더 위험하다"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일 산꾼이 많을 것 같다. 이슬을 잔뜩 머금은 낙엽은 덫에 비유될 정도로 위험하다. 낙엽이 미끄러운데다 밑이 얼어 그 자체로 빙판이 될 수 있고, 낙엽 아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자칫 잘못 디뎌 사고를 당할 우려도 크다. 영축산 산행에서도 정상 부근의 눈밭은 아이젠으로 잘 극복했는데, 불행히도 하산 때 얼어붙은 낙엽에 미끄러져 무릎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산행대장은 "등산 스틱으로 낙엽을 쿡쿡 찔러 몸을 지지할 수 있는지를 꾸준히 살피며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축산에서는 쥐바위 이후의 하산길을 주의해야 한다. 비탈길인데다 낙엽이 층층이 깔려 상당히 미끄럽다.


■교통편 

승용차는 부산과 양산의 경계지점인 노포동에서 지산마을의 마을버스 종점까지 30분 걸린다. 내비게이션은 '통도사 지산(리)'을 치면 된다. 

대중교통은 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버스를 타고 양산 통도사 신평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마을버스('하북1')로 환승하면 영축산 등산로 입구인 지산마을 버스종점에 닿는다. 12번 버스는 명륜역 앞에서 오전 6시 30분 첫차가 출발하며 이후 20분 간격으로 배차된다. 마을버스는 신평에서 오전 7시, 8시, 9시 20분, 10시 20분, 11시 20분에 출발하고, 지산에서는 오후 1시 20분, 2시 20분, 3시 20분, 4시 20분, 5시 20분, 6시 30분에 떠난다. 신평∼지산은 15분 걸린다. 12번 버스(㈜세원 055-384-6612), 지산마을버스 010-3592-6744(대표 윤정호).  

백현충 선임기자 

 


  

 

 

▲ 경남 양산 통도사 뒤 지산마을의 마을버스 종점이 들머리다.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통도사 입구의 신평마을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이곳에 오게 된다.


▲ 마을버스 종점에서 300여m 도로를 따라 지산마을 뒤로 올라오면 '지산마을 이정표'가 나타나고,이정표 뒤로 철망이 끝나는 지점으로 들어가 산길을 이어가야 한다.


▲ 축서암 사거리에서 낮은 계단을 밟고 오르면 영축산 정상으로 곧바로 갈 수 있다.그러나 취재팀은 왼쪽 비로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을 타기로 했다.


▲ 첫 조망바위에 오르면 주 능선 아래로 펼쳐진 낭떠러지에 불쑥불쑥 솟아오른 암봉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 영축산 정상은 거칠 것 없이 확 트였다.신불평원의 누런 억새밭과 아리랑 쓰리랑 리지가 서로 다른 면에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 정상에서 해발 1,000m 능선을 따라 이동하면 북쪽 사면의 눈밭을 지나야 한다.얼어붙은 눈이 겹겹 쌓여 아이젠을 신고 가는 게 좋다.


▲ 함박등에 오르는 길이 얼어붙은 눈 때문에 상당히 미끄럽다.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산행대장 뒤로 방금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 죽바우등에 서면 양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산행대장이 선 암봉 아래는 수직의 낭떠러지로 까마귀조차 허공에서 방향을 잃을 정도로 깊다.


▲ 죽바우등에서 쥐바위로 내려서기 직전에 안부 갈림길을 만난다.길이 평탄하고 넓어 자칫 그냥 스쳐지나가기 쉬우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나무를 이정표 삼아 왼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산&산 리본을 많이 달아 두었다.


▲ 쥐바위를 우회해 내려갈 때 5m가량의 밧줄이 걸린 난코스를 통과해야 한다.바위와 바위 사이가 굉장히 좁고 가팔라 조심해야 한다.
[이 게시물은 여기부산님에 의해 2015-01-15 14:48:51 산&산 시리즈에서 복사 됨]

총 0건 / 최대 200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우리지역 명산 부산지역 명산을 소개합니다 금정산 백양산 황령/금련산 승학산 영남알프스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주간 활동순위 01.11(월) 오후 3시 기준
  • 1 ghgh11 
  • 2 울타리 
  • 3 강산여행사 
  • 4 솔바람산악회 
  • 5 그린행복산악회 
  • 6  부산일요 
  • 7  김득배 
  • 8  지니요 
  • 9  황병기 
  • 10  1355 
동호회 부산지역 동호회를 소개합니다 동호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