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상식

고당봉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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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펀부산 조회1,543 작성일16-08-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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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고당봉의 공식 한자 표기를 정할 때 한창 논쟁이 벌어졌다. 7가지 중 마지막까지 '姑堂峰'과 '高幢峰'이 맞붙었다. 앞의 것은 원래 우리나라 산신은 모두 여신이란 연원을 따라, 뒤의 것은 범어사 창건 설화에서 불법의 깃발을 높이 세운 곳이란 전거를 따라 서로 맞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앞의 것으로 정해졌다. 토속신앙적 연원과 불교적 유래 중 앞의 것을 따른 셈이다. 원래 여신은 다산 풍요를 뜻한다. 구석기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을 보고 비만 여성이라고 하면 난센스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라는 괴테의 말도 다 저런 데서 나오는 것이다. 마고할미는 대단하다. 그 할미는 잠을 자다가 코를 골아 하늘을 내려앉게 해 카오스를 만들었고, 깨어나면서 무너진 하늘을 밀어내면서 해와 달을 만들었으며, 땅을 긁어 산과 강을 만들었다고 한다. 참 통이 큰 여신이다.

고당봉의 고당 할미도 그런 반열이다. 불교도 품고 부권(父權)도 품고 있다. 범어사에 전하는 바로는 500여 년 전 범어사를 돌보던 보살이 죽으면서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 달라고 해서 지은 것이 고당봉 아래의 고모영신당(姑母靈神堂)이라고 한다. 불교와 샤머니즘의 접속이다. 고모영신당 안에는 산왕대신과 고모영신, 2개의 위패가 있다. 할미가 할배까지 품었다. 품 너른 할미다.

그러고 보니 금정산 10여 개 봉우리 중 최고봉 고당봉 할미는 의상봉 원효봉 미륵봉 파리봉 장군봉 대륙봉에 이르기까지 불교와 관련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모든 봉우리를 그 아래에 두루 거느리고 있다. 처음에 고당봉이 있었고, 그것이 모든 것을 두루 아우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질서의 원형은 한 사회의 종교가 이리저리 변하든, 모권사회에서 부권사회로 바뀌든지 간에 그 모든 변화의 훨씬 앞에 이미 자리 잡은 것일 테다.

그런데 최근 얘기 하나가 더 추가된다. 벼락 맞았다는 것은 재앙을 당했다는 뜻. 하지만 많은 이들이 돈벼락을 갈구하면서 벼락도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얼마 전 벼락 맞은 고당봉 표석을 만지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 하기야 재앙과 횡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제 고당 할미가 벼락 맞은 것까지 얘기로 품어 가는 것 같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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